[국제] "대신 더러운 일" 이 말에 속마음 들켰다…이스라엘 편드는 유럽
-
4회 연결
본문
이스라엘이 우리 모두를 위해 ‘더러운 일’을 하고 있다.”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의 최근 이 발언을 두고 이란 외무부는 18일(현지시간) 자국 주재 독일 대사를 소환해 항의했다. 이 말 속엔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을 바라보는 '유럽의 본심'이 담겨있단 분석이 나온다.
가자지구 전쟁에서 이스라엘을 비판하던 유럽의 분위기가 이스라엘과 이란의 무력 충돌 후 달라졌다. 나라마다 약간의 입장 차이는 있지만, 사실상 이스라엘의 편을 들고 있는 모양새다.

지난 16일(현지시간) 캐나다에서 열린 G7 정상회의에 참석한 주요국 정상들. AFP=연합뉴스
미국의 이란 공격이 임박했다는 전망 속에 영국은 미국에 제한적인 군사 지원을 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한다. 더타임스에 따르면 이날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주재 긴급 회의에선 인도양 차고스 제도의 디에고 가르시아 공군기지를 미군에 제공하는 방안이 거론됐다.
이런 유럽의 반응은 우선 이란 핵무기의 실존 위협 때문으로 분석된다. 유엔 산하 국제원자력기구(IAEA) 이사회는 지난 12일 "핵확산금지조약(NPT) 가입국인 이란이 핵사찰·검증 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결의안엔 "이란은 여러 미신고 핵물질과 핵활동에 대해 설명하지 않고 있으며, IAEA의 접근을 방해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IAEA의 20년 만의 이런 공개 경고가 "이란의 핵무기 개발이 임박했다"는 관측을 불러일으키며 유럽에 경각심을 줬다고 평가한다.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 로이터=연합뉴스
이런 인식은 지난 13일 이스라엘이 이란 핵시설, 군사 자산 등을 공격한 직후 유럽 정상들의 반응에서도 드러난다. "핵 프로그램을 가속화하는 이란 책임"(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라거나 "이란의 핵 프로그램은 이스라엘에 대한 실존 위협"(메르츠 독일 총리)이라며 원인을 '이란의 핵'에서 찾았다.
영·프·독을 포함한 주요 7개국(G7) 정상은 지난 16일 중동의 긴장 완화를 촉구하면서도 이란의 핵무기 보유를 명확히 반대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국가안보 전문가인 일란 골든버그는 "과거 버락 오바마 미 행정부 시절의 핵협상을 강력 지지하던 유럽 국가들은 '현재와 같은 이스라엘과 이란의 무력 충돌이 원하는 방식은 아니지만, 상황이 이렇게 됐으니 이란의 핵 개발을 막는 것으로 끝나면 좋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AFP=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이란이 러시아를 지원하는 현실도 유럽이 이란을 더욱 경계하게 된 배경 중 하나다. 전쟁 발발 후 이란은 전략적 협력 관계인 러시아에 무인기(드론) 등을 제공했다.
중동 분석가 로라 블루멘펠드는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무기상이자 안정적인 드론 공급자"라며 "그런데 이스라엘이 이것(이란)을 박살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를 강력 지원하는 유럽으로선 이란이 군사적 타격을 입는 현 상황을 내심 반길 수 있단 의미다.
이란이 반체제 인사들을 제거하는 주요 무대가 유럽인 점도 영향을 끼쳤단 분석이다. 1979년 이슬람혁명 이후 이란의 여러 정치인, 활동가들은 자유를 찾아 유럽에 망명했다. 이란은 지난 수십 년간 이들을 제거하기 위해 독일과 프랑스 등에 테러리스트들을 보내고 있다는 게 서방 정보 당국의 판단이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로이터=연합뉴스
다만 월스트리트저널은 전문가를 인용해 "이스라엘이 이란 핵시설에 심각한 손상을 입히지 못한 채 오히려 이란이 NPT(핵확산금지조약)를 탈퇴하고 핵무기를 개발하는 '북한의 길'을 가는 역효과를 우려하고 있다"며 "때문에 가능한 이란과의 핵 협상과 같은 외교적 방식으로 문제 해결을 바라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영·프·독 외무장관들은 오는 20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이란 외무장관과 만나 핵 관련 회담을 할 예정이다. 회담의 목적은 이란의 핵 프로그램이 민간 목적으로만 사용된다는 확실한 보장을 끌어내는 것이라고 전해진다.
댓글목록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