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구속은 악마, 마음씨는 천사…롯데 새 에이스 감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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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롯데 자이언츠에 합류한 좌완 파이어볼러 알렉 감보아. 최고 시속 157㎞ 강속구와 안정적인 제구를 바탕으로 한 달 만에 롯데 마운드 중심으로 자리 잡았다. 실력뿐만 아니라 품성도 올곧다. 롯데 동료들은 “예의 바르고 겸손하고 붙임성 좋은” 외국인 선수라고 치켜세웠다. 송봉근 기자

구위는 악랄하다 싶을 만큼 뛰어나다. 묘한 각도로 스트라이크존 안팎을 파고드는 시속 157㎞ 돌직구. 그런데 마운드만 내려오면 천사 같은 얼굴로 바뀐다. 악마적 재능과 진한 인간미를 겸비한 왼손 파이어볼러, 롯데 자이언츠의 새 외국인투수 알렉 감보아(28·미국)다.

지난달 찰리 반즈(30·미국)의 대체재로 롯데에 합류한 이후 연일 호투하는 감보아를 지난 18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만났다. 불같은 강속구와 안정적인 제구로 4경기에서 3승 1패 평균자책점 2.59를 찍은 감보아는 “TV로만 봤던 KBO리그의 인기를 몸소 느끼고 있다. 사직구장은 물론 가는 곳마다 관중석이 꽉 차는 장면을 목격해 신기할 따름”이라면서 “롯데의 마지막 포스트시즌 진출(2017년)이 꽤 오래됐다고 들었다. 가을야구에 대한 팬들의 염원을 풀어주기 위해 강속구를 힘껏 던지겠다”고 말했다.

감보아의 첫째 매력은 역시 구속이다. 지난 4경기에서 스피드건에 잡힌 직구 최고 시속은 157㎞. 평균 시속도 무려 151.7㎞에 달한다. KBO리그 평균(시속 144㎞)을 한참 웃돈다. 분당 회전수도 평균 2500rpm으로 전체 평균(2200rpm)을 상회한다. 까다로운 좌완, 그것도 선발 투수가 빠르면서도 지저분한 공을 쉼 없이 던져 대니 상대 타자들은 애를 먹기 일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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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 감보아(가운데)와 그의 형들. 4형제 중 막내인 감보아는 어릴 적부터 형들과 다양한 운동을 하며 자랐다. [사진 롯데 자이언츠]

미국에선 쉽게 자리를 잡지 못 했다. 마이너리그 트리플A까지는 올라갔지만 메이저리그 마운드를 밟을 기회는 좀처럼 주어지지 않았다. ‘구위는 좋지만 제구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평가를 극복하지 못 했다. 올 시즌에도 트리플A에서 8경기만 뛴 감보아는 “미국에서 한계를 느끼던 차에 롯데의 제안을 받았다. 좋은 기회가 될 것 같아 한국행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LA 다저스 산하 마이너리그팀에서 함께 뛴 김혜성(26)과 장현석(21)의 조언도 적잖은 영향을 줬다. 감보아는 “김혜성은 ‘사직구장을 가득 메운 팬들의 응원은 세계 최고’라거나 ‘한국에서 외국인 선수로 뛰는 것이 여러모로 장점이 많다’며 한국행을 적극 추천했다”고 털어놓았다.

사실 감보아의 KBO리그 출발은 좋지 못했다. 데뷔전이던 지난달 27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4와 3분의 2이닝 동안 5피안타 4실점으로 부진했다. 특히 2회말 2사 만루에선 특유의 투구 루틴을 소화하다 KBO리그 역대 9번째 삼중도루를 허용했다. 허리를 90도 가까이 숙인 이후에 공을 던지는 습관을 삼성 벤치에서 간파한 결과였다. 호된 신고식을 치른 감보아는 곧장 해당 동작을 고쳤다. 이후 KBO리그 마운드 적응을 마치고 개인 3연승을 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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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근영 디자이너

롯데의 새 에이스로 떠오른 감보아의 또 다른 매력은 인성에 있다. 롯데 선수들은 “이전에도 품성 좋은 외국인선수들이 많았지만, 감보아처럼 예의바르고, 겸손하고, 붙임성도 뛰어난 선수는 처음”이라 입을 모은다. 포수 손성빈(23)은 “감보아는 늘 먼저 와서 말을 걸고, 웃으면서 대화를 끌어나간다. 우쭐대는 것 없이 겸손하게 자기 실력을 발휘한다”고 칭찬했다.

감보아의 성품은 독특한 가정 환경에서 비롯됐다. 어릴 적 두 집안이 합쳐진 4형제 가정의 막내로 자랐다. 스포츠 사랑이 각별한 형들을 따라 다양한 운동을 접하며 성장했고, 여러 종목 중 야구를 최종 선택했다. 감보아는 “형들 덩치가 보통이 아니다. 레슬링 실력도 뛰어나서 내가 말을 잘 들어야만 했다”며 활짝 웃은 뒤 “한국도 예의범절을 중요시한다고 들었다. 나 역시 부모님과 형들로부터 엄격하게 가정 교육을 받아 예절을 잘 지키려고 한다. 그런 점이 한국 동료들 사이에서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력과 인성 모두 일품인 감보아는 벌써부터 팬들의 애정 어린 눈길을 받고 있다. 첫 등판 땐 삼중도루 해프닝과 함께 ‘땅보아’라는 달갑지 않은 별명이 붙었지만, 이제는 ‘감바스’ ‘감바오’ 등 귀여운 애칭 위주로 바뀌었다. 동료들 사이에선 어릴적 별명인 ‘갬보’라 불린다는 그는 “이제 KBO리그 적응을 마쳤다. 남은 경기에 컨디션을 잘 관리하며 최대한 많은 승리를 쌓아 올리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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