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한강공원에 경광봉 든 러닝 크루가 떴다… ‘서울 러닝 순찰대’ 출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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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홍제천에서 서대문경찰서와 시민 러닝 크루로 이루어진 '서울 러닝 순찰대'가 첫 합동 순찰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지! 전방 확인합니다!

19일 오후 8시30분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잠원한강공원에서 깨진 보행 유도등과 포트홀을 발견한 ‘러닝 순찰대원’이 경광봉을 반짝이며 외쳤다. 뒤따라 달려오던 대원들은 사진을 찍고 러닝 앱에 위치를 기록했다.

노랗게 발광하는 순찰대 팔찌를 차고 붉은 경광봉을 흔들며 어둑해진 잠원 한강공원 일대를 밝힌 이들은 ‘서울 러닝 순찰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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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밤8시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잠원한강공원 인근에서 러닝 순찰대원 10명이 일렬로 줄을 서 달리기 시작했다. 오소영 기자

서울 자치경찰위원회는 이날 오후 7시40분 강남경찰서·서대문경찰서와 함께 서울 러닝 순찰대를 발족했다. 러닝크루 ‘런비’, ‘B.R.R.C’, ‘터틀즈’에서 선발된 총 55명의 순찰대원들은 일주일에 한 번 이상 지정 지역을 자율적으로 순찰한다. 이들은 저녁 시간대에 서대문과 강남 일대를 뛰며 도시 시설물의 취약 요소를 점검하고 범죄·구급 상황을 긴급 신고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순찰대원은 러닝 앱 ‘런 데이’에서 마련된 특별 기능 ‘순찰모드 달리기’를 이용한다. 순찰 모드를 켜고 달리면 긴급 신고 버튼으로 빠른 신고를 할 수 있는데, 러닝 경로와 함께 신고지가 표시돼 위치 특정을 쉽게 할 수 있다. 사진을 첨부해 120·112 신고 시 상황을 구체적으로 입력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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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밤 8시50분 러닝 순찰대원이 러닝 앱 '런 데이'에 부서진 보행로 시설물 현황을 사진과 함께 120에 신고하는 모습. 오소영 기자

19일 순찰대원 17명은 강남구 압구정동에서 출발해 동호대교 인근까지 왕복 3.5~5㎞를 일렬로 달리며 망가진 시설물 등 취약 요소를 세세히 점검하고, 쓰러진 사람은 없는지 한강 둔치를 살폈다.

가로등의 빛이 닿지 않는 으슥한 화단에도 멈춰 경광봉 플래시로 주변을 살피기도 했다. 서주호 터틀즈 대표는 “요즘은 이런 곳에 마약 던지기를 하기도 해 놓치지 않도록 꼼꼼히 봐야 한다”고 크루원들에게 당부했다. 서 대표는 “기부·봉사 러닝크루라는 저희 소개글을 본 경찰에서 연락을 했다”며 “10년 동안 역삼동 자율방범대를 한 아버지 뒤를 이어 시민의 안전을 지키겠다는 마음으로 제안을 수락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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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오후 8시30분쯤 서울 강남구 잠원한강공원 보행로에서 경광봉 후레쉬 기능을 켜고 포트홀을 촬영하는 러닝 순찰대의 모습. 오소영 기자

지난주에도 머리를 다친 남학생을 발견해 119에 신고했다는 순찰대원 한현직(36)씨는 “뛰면서 시민을 구할 수도 있으니 일석이조”라며 “러닝 중 누군가를 구한 경험을 해보니 더 하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날 합동 순찰에 나선 강남경찰서 범죄예방질서계 이범호 경장은 “한강에서 112 신고를 접수하면 위치 특정이 특히 어렵다”며 “러닝 순찰대가 사진을 찍어 신고하면 위치를 찾기 훨 수월해질 것”이라고 했다.

자치경찰위원회는 두 달 간 강남구와 서대문구에서 러닝 순찰대를 시범적으로 운영한 뒤, 하반기에 서울 전역으로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용표 자치경찰위원장은 “건강도 챙기면서 치안도 지키자는 취지”라며 “반려견 순찰대, 캠퍼스 순찰대처럼 시민 참여형 순찰을 더욱 활성화시키고자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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