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이란 "미국 공격 예상해서 핵시설 미리 빼…핵활동 중단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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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21일(현지시간) 이란 내 핵시설을 직접 타격한 가운데 이란 원자력청(AEOI)이 자국 시설에 대한 공격을 확인하면서도 핵 활동을 중단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AP통신에 따르면 AEOI는 22일 포르도와 이스파한, 나탄즈의 핵 시설이 공격받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어 핵 시설에 대한 공격이 야만적이며 국제법을 위반한다고 주장하며, 향후 법적 대응을 포함한 적절한 조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란 원자력청(AEOI)이 미국에게 자국 핵시설을 공격받았다고 확인하면서도 핵 활동을 중단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란 공격을 감행한 이스라엘 총리 베냐민 네타냐후(왼쪽). 이란의 최고 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 AFP=연합뉴스
AEOI는 미국의 공격에도 자국의 '국가 산업'(핵 활동)을 중단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AEOI는 "적들의 사악한 음모가 핵 순교자들의 피로 이뤄진 이 국가 산업(핵) 발전의 길을 멈추지 못할 것이라는 점을 확언한다"고 밝혔다.
국제연자력기구(IAEA)는 이날 "미국이 공격한 핵 시설 주변에서 방사능 수준이 상승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AEOI 산하 원자력안전센터도 이날 "오염 흔적은 기록되지 않았다"며 "해당 시설 주변에 거주하는 주민들에게 위험은 없다"고 밝혔다.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부 장관은 이날 X(옛 트위터)에 "미국의 이란 핵시설 공격은 터무니없다"고 지적하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인 미국이 이란의 평화적 핵 시설을 공격해 유엔 헌장, 국제법, 핵확산금지조약(NPT)을 심각하게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공격을 예상해 포르도 내 핵시설을 미리 빼뒀다는 이란 당국자의 발언도 나왔다. 메흐디 모하마디 이란 국회의장 보좌관은 X(옛 트위터)에 "이란은 지난 며칠간 포르도 시설에 대한 공격을 예상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에 핵시설을 대피시켰으며 이번 공격으로 인한 회복 불가능한 피해는 없었다"라고 덧붙였다.
모하마드 마난 라이시 이란 의원도 파르스 통신에 "포르도 시설의 피해는 대부분 지상 부분에 국한돼 복구가 가능하다"고 전했다. 핵시설에 피해가 별로 없다는 이란 측 발언은 "이란 주요 핵농축 시설을 완전히 제거했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과는 배치된다. 포르도는 이란의 핵 시설의 심장부로 불리는 시설로 여기서 핵무기 개발을 위한 우라늄 농축 등이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파한과 나탄즈도 우라늄 농축시설이 있어 이란의 핵 개발 능력에 핵심적인 장소다.
이날 이란 국영 TV 진행자는 역내 모든 미국 시민이나 군인은 이제 합법적인 표적이 됐다고 경고했다.

파테메흐 모하제라니 이란 정부 대변인이 이란 테헤란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란 정부 대변인 "협상 원하면 이스라엘 폭격 먼저 중단하라"
이런 가운데 파테메 모하제라니 이란 정부 대변인은 이날 CNN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이 이란에 대한 공격을 중단하지 않는 한 이란 핵 프로그램에 대한 협상은 "무의미하다"고 말했다. 그는 2018년 트럼프가 이란 핵협정을 일방적으로 철회했던 일을 지적하며 "이란 입장에선 고통스러운 경험이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이란은 빈손으로 협상 테이블에 가길 원치 않는다"면서 "협상 시작 전에 이스라엘의 폭격이 먼저 중단되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란의 핵농축 프로그램은 무기 제조용이 아닌 에너지 생산용이다"면서 "핵농축은 이란의 권리라고 생각한다"는 이란 정부의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그는 이란 최고 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이스라엘이나 미국의 공격을 받을 가능성을 묻자 "이스라엘은 손해를 배상할 수 없는 일은 안 하는 게 좋다"면서 "이란 국민은 지도자를 지지하고 있다"고 잘라 말했다.

2025년 6월 14일 이란 중부에 위치한 포르도 핵연료 농축 시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1일 미군이 포르도의 지하 우라늄 농축 시설을 포함, 이란의 핵 시설 3곳에 "매우 성공적인 공격"을 했다고 밝혔다. AFP=연합뉴스
블룸버그 "이란 호르무즈 해협 봉쇄할 수도"
포르도를 공격받은 이란의 다음 행보와 관련, 3가지 방안이 꼽힌다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이는 각각 ▶중동 내 미군 부대 공격▶중동 에너지 인프라 시설 공격▶호르무즈 해협 봉쇄다.
현재 중동에는 미군이 4만명 이상 주둔하고 있다. 중부사령부 전진 지휘소가 있는 카타르의 알우데이드 공군기지에는 최대 1만명이 주둔할 수 있다. 바레인에는 미 해군 8300여명이 주둔 중이다. 쿠웨이트 등에도 미군 기지가 있다.
이란 입장에선 호르무즈 봉쇄가 강력한 카드다. 세계 원유 소비량의 25%, 액화천연가스(LNG) 소비량의 20%가 이곳을 지난다. 여기에 기뢰 등을 설치해 위협하면 세계 경제는 공황상태에 빠질 수 있다. 실제 이란은 미국이 이스라엘과 함께 공격에 가담하는 경우 호르무즈 해협에 기뢰를 부설하겠다고 위협했었다.
이미 미국이 포르도 공격을 감행했기에 이란이 핵 개발에 박차를 가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앞서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19일 미국 정보기관들이 미국이 포르도 핵시설을 공격하거나, 이란 최고지도자를 암살하려 한다면, 이란의 핵무기 제조로 치달을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고위 미국 정보 관리들은 미군이 포르도의 이란 우라늄 농축 시설을 공격하거나 이스라엘이 이란의 최고지도자를 암살하면 이란 지도자들은 핵폭탄 생산 쪽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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