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이란 핵시설 직접 때린 美 “중동 깡패 이란 평화 선택해야”…중동 긴장 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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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이란 핵시설 공습 사실을 확인하는 대국민 연설을 하고 있다. 뒷줄 왼쪽부터 JD 밴스 부통령,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AFP=연합뉴스
미국이 이스라엘과 이란의 무력 충돌에 전격 ‘참전’ 했다. 21일(현지시간) 이란 포르도 등 주요 핵시설 3곳을 초대형 폭탄 벙커버스터 등을 투하해 정밀 타격하면서다. 지난 12일 이란의 핵개발 포기를 요구하는 이스라엘의 선제 공습으로 시작된 양국의 무력 충돌 발발 9일만이다.
이란이 자국 핵시설 공격시 ‘보복’을 공언한 상황에서 나온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초강경수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이란이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경우 “훨씬 더 강력한 공격이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란의 보복, 미국의 재공습으로 이어지는 확전 가능성이 우려되면서 중동 지역의 군사적 긴장이 급격히 고조되고 있다. 이란은 일단 이날 이스라엘에 대한 미사일 공격으로 맞받았다. 미국을 향해서는 “영원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10시 예정에 없던 대국민 연설을 통해 “이란 정권의 세 주요 핵시설에 대한 대규모 정밀 타격이 이뤄졌다”며 “우리의 목표는 이란 핵농축 능력을 파괴하고 세계 최대 테러 후원국인 이란이 초래한 핵 위협을 중단시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공격에 대해서는 “놀라운 군사적 성공을 거두었다. 이란의 주요 핵농축 시설은 완전히 파괴됐다”고 평가했다.

이란 포르도 핵시설 위성 사진. 로이터=연합뉴스
트럼프 “중동 깡패 이란, 평화 선택해야”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이란을 겨냥해 “중동의 깡패 이란은 이제 평화를 선택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미래의 공격은 훨씬 더 강력하고 쉬울 것”이라고 공언했다. 또 “이란에는 평화 아니면 비극만이 있다. 지난 8일 동안 목격한 것보다 훨씬 더 큰 비극이 될 것”이라며 “기억하라. 아직 많은 목표물이 남아 있다”고 했다. 이스라엘이 이란에 가한 공격보다 훨씬 높은 강도의 대규모 공격을 미군이 퍼부을 거란 경고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평화가 속히 오지 않는다면 우리는 다른 목표물을 정밀하게, 신속하게, 그리고 숙달된 기술로 공격할 것”이라며 “그중 대부분은 몇 분 안에 제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자신의 소셜미디어 글을 통해 “우리는 포르도ㆍ나탄즈ㆍ이스파한 등 이란의 핵시설 3곳에 대한 공격을 성공적으로 완료했다”고 맨 처음 알렸다.

미국 백악관이 21일(현지시간) 공개한 백악관 상황실 사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왼쪽)이 댄 케인 합참 의장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사진 백악관
이란 “‘국가산업’ 중단 안할 것”
반면 이란 원자력청(AEOI)은 핵시설 피습 사실을 확인하면서도 정확한 피해 규모는 공개하지 않았다. AEOI는 “핵시설에 대한 공격은 야만적이며 국제법을 위반한 것으로 향후 법적 대응을 포함한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미국의 공격에도 ‘국가산업’을 중단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메흐디모하마디 이란 국회의장 보좌관은 소셜미디어 글을 통해 “이란은 며칠 동안 포르도 시설 공격을 예상해 핵시설을 대피시켰으며 이번 공격으로 인한 회복 불가능한 피해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미국은 트럼프 집권 1기 때인 2020년 1월 드론을 이용해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총사령관 카셈솔레이마니 제거 작전에 관여한 적은 있지만, 1979년 이란 혁명 이후 이란 본토를 직접 타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이란은 40년간 ‘미국에 죽음을’ ‘이스라엘에 죽음을’을 외쳐 왔다. 카셈솔레이마니 사령관에 의해 수많은 사람이 살해됐다”며 이번 공격을 정당화했다.
“포르도 타격에 벙커버스터 12발 투하”
이란 핵시설 3곳 중 산악 지역 깊숙이 건설된 포르도 시설을 타격하는 데는 초대형 폭탄 ‘벙커버스터 GBU-57’ 12발이 사용됐다고 한다. 포르도는 이란 핵 시설의 심장부로 불리는 곳으로 이곳에서 핵무기 개발을 위한 우라늄 농축 등이 진행돼 온 것으로 알려졌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익명의 미 당국자를 인용해 “B-2 폭격기 6대가 지하 깊숙이 위치한 포르도 핵 기지에 벙커버스터 폭탄 12발을 투하했으며 나탄즈와 이스파한의 핵시설에는 해군 잠수함에서 30발의 토마호크 순항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보도했다. 벙커버스터 GBU-57은 이란 산악 지역 포르도의 지하 깊숙이 건설된 핵시설을 지상 작전 없이 파괴할 수 있는 현존하는 유일한 무기다. 미 공군이 벙커버스터 폭탄을 쓴 건 이번이 처음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 글을 통해 “포르도는 끝장났다(FORDOW IS GONE)”고 했다.

지난 4월 30일(현지시간) B-2 스텔스 폭격기가 미국 미주리주 화이트맨 공군기지에서 이륙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앞서 이날 미주리 화이트맨 공군기지에서 벙커버스터 탑재가 가능한 B-2 스텔스 폭격기 여러 대 이륙한 사실이 확인됐다. 당초 이들 폭격기는 태평양 괌 공군기지로 이동 중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와 달리 동쪽으로 비행해 이란 공습에 투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NYT는 “미주리 기지를 이륙한 B-2 폭격기가 약 37시간 동안 쉬지 않고 비행하며 여러 차례 공중 급유를 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2주 협상 시한’ 연막이었나
이번 공격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9일 “이란에 대한 군사공격 여부를 2주 안에 결정하겠다”고 한 지 이틀 만에 단행됐다는 점에서 전격적이다. 이란에 2주의 핵포기 결단 시한을 준 것으로 해석됐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이미 이란 핵시설 공격으로 기운 상태에서 쓴 일종의 연막전술이었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관건은 이란의 대응과 확전 여부다. 압바스아락치 이란 외무부 장관은 이날 소셜미디어 글을 통해 “오늘 아침 사건은 터무니없고 영원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유엔 헌장과 정당한 자위적 대응을 허용하는 조항에 따라 이란은 주권과 이익, 국민을 수호하기 위한 모든 선택권을 갖는다”고 주장했다.
“이란 정권교체는 계획에 없단 뜻 전달”
이란이 미국의 공습에도 핵 활동을 계속 이어갈 경우 트럼프 대통령에게 외교 협상의 선택지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란의 농축 우라늄이 완벽하게 제거됐는지 여부도 불투명하다. CNN은 “이란이 농축 우라늄 일부를 숨겨뒀을 수 있고 앞으로도 기본적인 핵 장치를 만드는 데 사용할 수 있을지 모른다”고 보도했다.
다만 미국은 이날 이란과의 외교 접촉에서 핵시설 공격이 미국 계획의 전부이며 이란 정권 교체는 계획에 없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CBS 방송이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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