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토니상 수상이 달군 ‘연극 전국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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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파더’에서 치매 노인을 연기한 전무송 제43회 대한민국 연극제 명예대회장. [사진 스튜디오반]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의 토니상 수상으로 국내 공연계가 활기를 띄고 있는 가운데, 국내 연극계 최대 축제인 ‘대한민국 연극제’가 다음 달 5일부터 27일까지 인천광역시 전역에서 열린다. 1983년 시작돼 전국 주요 도시를 순회하며 개최되는 대한민국 연극제는 서울 대학로뿐 아니라 각 지역 무대에서 활동하는 연극인들이 대거 참가해 실력을 겨루는 자리다. 2005년부터는 해외 초청공연을 도입해 글로벌 협업 기반도 넓혀가고 있다.
43회를 맞는 올해는 ‘연극, 인천에 상륙하다’를 주제로 인천 전역에서 다양한 공연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번 행사의 명예대회장과 홍보대사를 맡은 전무송(83)과 장영남(51) 배우를 지난 19일 서울 대학로 예술가의 집 라운지에서 만났다. 이들은 “사람과 사람이 온전하게 그 눈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연극은 굉장히 값진 일”(장영남)이라며 이번 연극제가 여러 어려움 속에 바쁘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위안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전무송은 지난 1964년 연극 ‘춘향전’으로 데뷔한 이래 연극·방송·영화를 넘나들며 활약 중인 대한민국 대표 국민배우. 그는 40년 넘게 꾸준히 이어지고 있는 연극제에 대해 감회가 새롭다고 했다. 전무송은 “연극제를 한다고 했을 때 ‘먹고 살기도 바쁘다’며 반대가 있어 결국 개막도 못 했던 시절이 있었다”며 “당시 크게 실망했었는데 후배들이 열심히 노력해 연극제를 만들고 이어오고 있어 고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연극제는 놀이”라며 “사람들이 놀이를 통해 즐거워하면서 행복감을 찾고 어려움을 이겨내고, 한숨 돌리며 사람 냄새를 맡을 수 있는 공간이 됐으면 한다”라고 전했다.

‘꽃의 비밀’에서 술고래 주부를 연기한 장영남 홍보대사. [사진 잼엔터테인먼트]
현재 tvN 드라마 ‘미지의 서울’에서 미지와 미래의 엄마 역할로 시청자들을 만나고 있는 장영남은 1995년 극단 ‘목화’에 입단해 연극 ‘로미오와 줄리엣’으로 활동을 시작한 연극계 베테랑이다. 그는 “30년 전 극단 생활을 시작했을 때 연극에 대한 저의 마음과 후배들의 열정이 같지 않을까 생각한다”라며 “그 마음과 열정을 응원하고 싶다는 생각에 홍보대사를 맡았다”고 말했다.
둘은 요즘같이 어려운 시기일수록 연극의 ‘치유력’이 더 필요한 때라고 했다. 전무송은 “무엇인가에 쫓기고 각박하게 살아갈 수밖에 없는 세상인 것 같다”며 “연극을 보는 시간만이라도 여유를 찾고 또 연극이 전하는 이야기에 감동하며 마음을 순화시킬 수 있다면 조금 더 여유롭고 행복한 이들이 늘어나지 않을까”라고 했다.
여러 매체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며 연기력을 인정받은 두 배우지만 연극이 갖는 의미는 또 다르다. 전무송은 “연극을 처음 배울 때 ‘인간이 먼저 돼야 한다’라는 얘기를 들었다”라며 “연극배우를 하면서 어떤 인간으로 살아야 하는 지에 대한 숙제를 풀고 있는 거 같다”고 했다. 장영남은 “연극 무대는 어떤 실수도 용납되지 않고 도망갈 곳도 없다”며 “그런 무대가 저를 더 엄격하고 또 뜨겁게 만든다”고 설명했다.

전무송과 장영남은 제43회 대한민국 연극제가 어려움 속에 살아가는 이들에게 안식처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사진 대한민국연극제 인천]
연극과 공연계가 여전히 어렵지만 그래도 점점 나아지고 있다는 게 이들의 생각이다. 전무송은 “제가 연극을 했던 60년 전이나 지금이나 어려운 건 마찬가지”라며 “그래도 ‘먹고 살기 어려운데 연극을 왜 하냐’라던 시절에도 꾸준히 공연을 이어왔고 이제 한국 작품이 아카데미상을 타고 토니상을 받는 시대가 됐다”라고 했다. 실제 소극장 고사 위기와 같은 문제 속에서도 한국 연극계는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예술경영지원센터의 ‘2024년 공연시장 티켓판매 현황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연극 티켓 판매액은 734억원으로 전년 대비 16.5% 늘었다. 올해도 인기 스타들의 연극 무대 복귀 등에 힘입어 주요 대형 작품은 90% 이상의 객석 점유율을 보였다.
그는 최근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이 토니상 6관왕을 차지한 것에 대해 “우리의 국격이 그만큼 올랐다는 것”이라고 반겼다. 장영남도 “공연 분야에서도 한류가 통한다는 생각에 기뻤다”라며 “공연에 도전하는 신진 예술가들이 더 큰 희망과 꿈을 꿀 수 있게 됐다”라고 했다.
이번 연극제에는 16개 시·도에서 각각 선정된 16개 작품이 선보인다. 서울 극단 광대모둠의 ‘대한맨숀’, 부산 극단 누리에의 ‘어둠상자’, 제주도 퍼포먼스단 몸짓의 ‘만선’ 등이다. 한국-북마케도니아 합동공연, 연극인 100인 토론회 등의 관련 행사도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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