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전쟁 뛰어든 미국…이란, 호르무즈 봉쇄 협상카드로 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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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흘 가까이 이어 온 이스라엘과 이란의 무력 충돌 사태가 미국의 전격적인 군사 개입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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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방부가 2005년 4월 4일 공개한 B-2 폭격기.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포르도 등 이란의 핵 시설 3곳을 타격했다고 밝히면서 이란에 “평화를 구축하지 않는다면 향후 공격은 훨씬 강력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이 이란 본토를 폭격한 것은 1979년 이슬람혁명 이후 처음이다. 이란 의회는 22일 미국의 폭격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의결했다.

중동 전문가인 인남식 국립외교원 교수는 22일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이제는 미국과 이란의 전쟁 국면”이라며 “이란 입장에선 올아웃워(총력전)로 갈 것이냐 수위를 조절해야겠지만, 이란 의회가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의결한 것은 어느정도 레버리지(협상력)를 가져가겠다는 수순으로 이해를 해야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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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남식 교수.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홈페이지 캡처

트럼프 대통령이 ‘2주 시한’을 제시한 지 이틀 만에 공격했는데.

“완전한 기만 전술이다. 일종의 ‘태세 전환’으로 봐야 한다. 처음에 미국은 ‘이스라엘과 사전 교감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만약 이스라엘 공습이 이란의 방공망에 의해 실패했다면 트럼프는 이스라엘을 비난하고 나설 작정이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이스라엘이 준비를 많이 했고 이란은 당황한 모습이 역력했다. 트럼프로선 이란과 협상을 통해 판을 끝까지 끌고 가기보다는 차라리 상당 부분 무력화된 이란의 핵 시설을 완전히 파괴하는 방향으로 만들어서 자신의 ‘트로피(성과)’를 챙겨야겠다고 판단한 것 같다.”

처음에 2주라는 시한을 제시한 이유는.

“트럼프 입장에선 비록 공습을 했지만 여전히 협상 국면이라고 믿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전체적으로 ‘이 사태를 2주 안에 마무리 짓겠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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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FP=연합뉴스

이제 미국과 이란의 대결 국면으로 바뀐 건가.

“그렇다. 미국은 사실상 이란에 전쟁을 선언했다. 자위권 차원에서 공격했다고 주장하기엔 이란이 보유한 60% 농축우라늄이 얼마나 구체적 위협이 됐는지를 답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상호방위조약은 안맺었지만 동맹이나 마찬가지인 이스라엘이 이란을 위협이라고 하니 참전한 측면이 크다.”

핵시설 파괴 여부를 놓고 미국과 이란의 말이 다르다.

“지금으로선 알 수 없다. 다만 미국도 쉬운 작전은 아니었을 거다. 벙커버스터를 12발이나 투하했다는 것은 미국 입장에서도 자신 있었던 작전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이란이 핵 시설을 미리 옮겨놨을 가능성도 있는데, 시간이 너무 짧아 얼마만큼 어디로 옮겼는지는 지켜봐야 한다. 결국 미국이나 이스라엘이 휴민트(HUMINT·인적 정보망)를 가동해 직접 확인해야 하는데 그건 시간이 걸릴 것이다.”

이란 대응이 관건인데.

“이란이 가진 카드가 마땅치 않다. 미군의 공습을 받은 것이기 때문에 미군 시설을 타격하고 싶을 것이다. 중동엔 19개 미군 기지가 있고 4만 명이 주둔 중이다. 그러나 트럼프가 예측 불가능하고 충동적인 인물이라 고민스러운 지점이 많을 것이다. 다만 이스라엘에 대해서는 가만 있지 않을 것이다. 당장은 이스라엘에 대한 공습을 강화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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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현지시간) 새벽 이스라엘 텔아비브 상공에서 아이언돔 방공 시스템이 미란의 미사일을 요격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이란이 이스라엘 공습 통해 노리는 점은?

“이란의 이른바 '살보(salvo)'라는 포화공격을 이스라엘이 막기가 마땅치 않다. 기본적으로 공격 미사일 하나를 요격하기 위해 최소 3발이 필요하다. 이란이 1500발의 미사일을 갖고 있다면 이스라엘이 최소 4500발이 필요하다. 지금 단계에서 이스라엘이 가지고 있는 미사일은 2000발 정도로 추산된다. 절반은 그냥 떨어지게 놔둬야 된다는 얘긴데 민간인 밀집 지역에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만약 미국이 적극적으로 요격을 도와줄 경우 이란이 이라크 주둔 미군 부대를 공격할 마음을 먹을 가능성도 있다.”
이란 의회가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의결했는데.
“이란 의회가 의결했다면 최고국가안보회의(SNSC)도 따를 것이다. 그런데 실제로 어떤 식으로 막을 것인지는 모르겠다. 호르무즈 해협이 전면 봉쇄된 적은 없기 때문이다. 해군 병력을 동원해서 완전히 막겠다는 건지 일부 나포를 하겠다는건지 좀 더 지켜봐야 될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제 이란으로선 아무것도 안하고 있을 수 없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이란 입장에선 완전히 항복하는게 아니라 우리도 이런 카드가 있으니 이만큼의 지분은 갖고가겠다는 레버지리 확보 차원으로 해석된다.”

트럼프가 ‘이란 정권 교체 계획은 없다’는 뜻을 전달했다는데.

“이란 정부한테 고민거리를 더 안겨주는 대목이다. 만약에 정권 교체를 시도했다고 하면 지금 체제에선 전면적 반격에 나섰어야 했다. 그런데 미국이 톤 다운을 하니까 응징을 크게 할 것이냐 아니면 외교적 해법을 모색해야 할 것이냐를 놓고 고민해야 되는 입장인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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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1일 미국이 이란의 핵 시설을 폭격했다는 발표 이후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JD 밴스(뒷줄 왼쪽부터) 미국 부통령,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과 함께 연설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주변 아랍 국가 입장은.  

“양가적 감정이 있을거다. 시아파 맹주 격인 이란이 약화되는 것엔 내심 반색할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고 ‘유대·기독교권의 상징’인 이스라엘과 미국이 이슬람권을 공격한 것에 대해서 마치 환영 메시지를 내놓을 순 없다. 전운이 가라앉고 나면 사우디 등이 중재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결국 이스라엘 의도대로 흘러간 것인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단기적으로 승기를 잡았다고 본다. 미국을 끌어들여 이란과 일대 일로 붙게 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잘 들여다보면 이스라엘은 핵확산금지조약(NPT) 조약에 가입하지 않은 상태로 몇십개의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다. 당연히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사찰한 적도 없다. 이란 대중에겐한테는 국제사회가 이스라엘의 핵 문제에 대해서 일언반구도 안 하는 것이 불공평하다는 정서가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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