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소년중앙] 17세기 네덜란드서 20세기 미국까지…400년 미술사 한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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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400년이라는 시간 동안 미술이 어떻게 다채롭게 변화되어 갔는가를 원화 작품으로 만나볼 수 있는 전시가 있어 화제입니다. 클로드 모네, 빈센트 반 고흐, 파블로 피카소, 앤디 워홀 등 89명 거장의 작품을 시대순으로 만날 수 있어 미술을 좋아했던 사람들이라면 서양미술사의 흐름을 한 호흡에 이해할 수 있고 미술이 조금 낯설게 느껴지는 사람이라면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장르가 뭔지 취향을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 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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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드 모네의 ‘봄’은 인상주의 운동의 시작을 알린 작품이다. ⓒ Johannesburg Art Gallery, Johannesburg

경주·부산·제주를 거치며 20만 명 이상의 관람객을 기록하고 서울에서 그 마지막을 선보이는 ‘모네에서 앤디 워홀까지: 요하네스버그 아트 갤러리 소장품 특별전’.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 아트 갤러리(Johannesburg Art Gallery·JAG)의 소장품 143점을 통해 17세기 네덜란드 황금기부터 20세기 현대미술까지 400년에 걸친 미술사의 주요 흐름을 9개 섹션에 시대별로 구성한 대규모 기획전입니다. 또한,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예술적 정체성과 유럽 미술의 교차점을 보여주는 작품들도 만나볼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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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하네스버그 아트 갤러리를 설립한 플로렌스 필립스의 초상화는 이탈리아 화가 안토니오 만치니가 그렸다. ⓒ Johannesburg Art Gallery, Johannesburg

요하네스버그 아트 갤러리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국립미술관으로, 17세기 네덜란드 황금기는 물론 18~19세기 영국과 유럽의 거장을 비롯해 현대에 이르기까지 3만 점이 넘는 작품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아프리카의 빅토리아 앨버트 미술관’을 꿈꾸던 레이디 플로렌스 필립스의 노력으로 설립됐죠. 20세기 초반, 요하네스버그를 문화와 예술의 중심지로 만들고자 했던 노력의 결실, 선구적인 미술 컬렉션이 이번에 공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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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배경에 화려한 꽃들이 대조를 이루는 다니엘 세이거스의 작품. ⓒ Johannesburg Art Gallery, Johannesburg

먼저 네덜란드 회화의 황금기 섹션이 눈에 띄는데요. 17세기 초, 네덜란드는 유럽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로 떠올랐죠. 댐과 간척 시스템 덕분에 해마다 바다로부터 새로운 토지를 확보할 수 있었고, 이러한 유리한 조건 아래 네덜란드는 경제와 문화의 ‘황금기’로 알려진 17세기에 유럽에서 1인당 가장 많은 예술 작품을 제작하고 구매한 국가로 자리매김했죠. 사람들이 부유해지면서 시장이 빠르게 커졌고, 이에 적응한 화가들은 작은 부르주아 주택을 꾸미는 것을 목표로 삼았어요. 네덜란드의 화가들은 풍경·초상화·정물·동물이 있는 그림·일상생활의 에피소드를 대중적인 눈높이에 맞춰 그렸죠.

김기완 도슨트가 “이 시기부터 미술은 점차 세분화되기 시작하고 화가들이 전문화되기 시작합니다. 그림을 구매하고 싶은데 누구는 꽃 그림 원하고, 누구는 가족 그림을 원하고 다 다르잖아요. 그럴 때 꽃은 어떤 화가가 잘 그리고, 인물은 누가 잘 그리고 하니까 그 사람한테 가서 원하는 그림을 부탁하는 거죠. 그중 특히 초상화를 잘 그렸던 사람이 바로 그 유명한 렘브란트였습니다”라고 설명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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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처럼 2차원적인 이 작품은 단테 가브리엘 로세티가 설립한 라파엘 전파의 문체와 복잡성을 잘 보여준다. ⓒ Johannesburg Art Gallery, Johannesburg

19세기 영국 미술을 소개하는 섹션에서는 당시 시대를 반영하고 비판했던 ‘라파엘 전파’ 사조를 만나볼 수 있습니다. 라파엘로·미켈란젤로 이전의 자연 관찰과 세부 묘사에 충실했던 중세 고딕 및 초기 르네상스로 돌아가려는 미술운동을 일컫죠. 이들은 빅토리아 시대 회화의 침체기에 아카데미 미술의 엄격함과 제도권 회화의 신파적 감상을 비판했어요. 라파엘 전파의 창립자인 단테 가브리엘 로세티와 에버렛 밀레이, 윌리엄 홀먼 헌트와 함께 후기 라파엘 전파를 이끈 존 브렛의 작품을 선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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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근대 화가의 아버지로 불리는 조지프 말러드 윌리엄 터너의 ‘안더나흐의 해머스타인’. ⓒ Johannesburg Art Gallery, Johannesburg

영국 근대 화가의 아버지로 불리는 조지프 말러드 윌리엄 터너 작품도 눈에 띄죠. “그는 속도에 집중했어요. 산업혁명으로 증기기관차라는 이동 수단이 등장했고 그 속도감을 그려내고 싶었던 그는 직접 기차에 타고, 창문을 연 다음 머리를 내밉니다. 그래서 온몸으로 속도를 느낀 다음 그걸 그림으로 옮긴 거죠. 이렇게 바깥에 나가서 그림을 그리는 것이 인상주의에 영향을 미쳤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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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주의 거장 구스타브 쿠르베가 풍경화를 다루는 방식을 보여준다. ⓒ Johannesburg Art Gallery, Johannesburg

이제 인상주의를 직접 만나러 가봅니다. 전시장에서는 인상주의의 탄생부터 후기 인상주의로 이어지는 과정을 살펴볼 수 있죠. 인상주의의 창시자로 추앙받는 외젠 부댕의 작품은 오귀스트 르누아르는 물론, 부댕을 스승이자 근본적인 멘토로 여겼던 클로드 모네와 같은 예술가들에게 중요한 본보기가 되었어요. 1870년대 초 프랑스에서는 카미유 피사로, 클로드 모네, 오귀스트 르누아르처럼 아틀리에에서 벗어나 야외에서 그림을 그리며 시시각각 바뀌는 빚에 따라 바뀌는 세계를 자신의 작품에 담아내려 한 화가들이 대거 출연합니다. 인상주의자들은 짧은 순간에 화가가 처음으로 지각한 사물을 캔버스 안에 붙잡아 넣으려 했고, 영원불변하는 대상이 아닌 빛과 날씨에 따라 시시각각 바뀌고 변화하는 흔적을 그리고자 했죠. 클로드 모네의 ‘봄’ 앞에 많은 관람객들이 멈춰 있습니다. 인상주의 운동의 시작을 알린 이 작품은 클로드 모네가 스승 외젠 부댕으로부터 배운 자유로운 붓 터치가 특징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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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리나 몸의 움직임과 왜곡을 관찰하고 해부학적 구조를 묘사하는 것을 좋아했던 에드가 드가의 작품. ⓒ Johannesburg Art Gallery, Johannesburg

에드가 드가는 인상파이면서도 야외 풍경보다는 실내 장면을 더 자주 화폭에 담았어요. 동료들이 빠르고 순간적인 터치로 그린 그림과 거리를 두기 위해 ‘선으로 그린 인상파’로 자신을 정의했죠. 그의 작품 ‘두 명의 무희들’도 놓칠 수 없는데요. 발레리나는 드가가 가장 선호하는 주제 중 하나였습니다. 발레리나 몸의 움직임과 왜곡을 관찰하고 해부학적 구조를 묘사하는 것을 좋아했죠. “이번 전시는 서양 미술사 400년을 다루고 있다 보니 내딛는 한 걸음 한 걸음이 약 10년 정도 된다고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다음엔 후기 인상주의를 다루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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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 강가와 파리 근교의 시골 풍경을 그린 알프레드 시슬리의 작품. ⓒ Johannesburg Art Gallery, Johannesburg

인상주의라는 미술의 대변혁과 전환에 이어 이에 영향을 받은 다양한 실험과 시도들이 19세기 후반까지 미술계에 지속적으로 나타납니다. 1986년 인상파의 마지막 공식 전시회를 계기로 새로운 양식이 등장했죠. 팔레트에서 색을 혼합하지 않고, 광학 이론과 시각 인식에 관한 과학적 원리에 따라 순수한 색의 점들을 배열하는 방식. 바로 점묘법의 탄생입니다. “조르주 쇠라가 창시한 점묘법으로 만든 작품들은 가까이서 볼 때와 멀리서 볼 때 전혀 느낌이 달라지죠. 여러 점들의 색이 가까운 거리에서는 구분이 되지만 거리가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우리의 두 눈은 그 두 가지의 색이 혼합된 것으로 인지한다는 것을 실험한 작품을 통해 이를 직접 경험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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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색채 사용으로 유명한 빈세트 반 고흐가 목탄으로 그린 흑백 드로잉 작품도 만나볼 수 있다. ⓒ Johannesburg Art Gallery, Johannesburg

후기 인상주의의 대표 작가로는 폴 세잔, 반 고흐, 폴 고갱을 들 수 있어요. 이들은 눈에 보이는 현실을 넘어, 보이지 않는 구조와 내면의 표현을 중시하는 새로운 회화 세계를 추구해 나갔죠. 색채를 단지 형태를 돋보이게 하는 보조 수단이 아닌 형태와 동일한 힘을 지닌 조형의 요소로 파악했습니다. 유화나 아름다운 색채를 표현한 그림으로 유명한 반 고흐가 목탄으로 그린 흑백 드로잉도 만나볼 수 있죠. 후기 인상주의 미술은 20세기 초 현대미술의 문을 여는 출발점입니다. 제1차 세계대전을 겪으며 서구 사회에서는 철학과 가치관에서 철저히 새로움과 혁신을 추구하는 아방가르드(전위예술) 운동이 일어나고, 다다이즘·야수파·입체주의·독일 표현주의·미래주의·초현실주의·추상미술에 이르기까지 19세기까지의 미술 개념과 그 체계를 근본부터 뒤흔드는 시도들이 잇따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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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스 드 블라맹크의 ‘홍수’는 거침없는 붓 터치와 강렬한 색채로 자연의 격동과 변화를 표현했다. ⓒ Johannesburg Art Gallery, Johannesburg

“입체파는 쉽게 말해서 우리가 보통 주사위를 그린다고 하면 정육면체를 그린 다음 입체감을 넣기 위해서 그림자를 계속 그릴 겁니다. 하지만 입체파의 거장 파블로 피카소는 3개의 면밖에 보이지 않는 저 모습에서 우리는 과연 주사위 본질의 아름다움을 그릴 수 있을까 고민을 했고, 전개도처럼 모든 면을 펼쳐 나열해야만 가장 아름답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그림을 그렸다 보니 좀 이상하지만 측면의 얼굴에 눈이 두 개 달려 있고 귀가 두 개 모여 있고 이런 식으로 나타난 거죠. 어떤 본질의 아름다움에 가까워지고자 했던 거라고 생각해 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전시에서 볼 수 있는 피카소의 작품 중에선 그가 사망 직전에 그린 ‘어릿광대의 두상 Ⅱ’이 대표적입니다. 동심의 세계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을 보여주는 작품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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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물 중심의 구도로 도시적 감성을 전하는 모리스 위트릴로의 작품. ⓒ Johannesburg Art Gallery, Johannesburg

20세기 컨템포러리 아트 섹션에서는 팝아트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1950년 중후반부터는 추상 표현주의의 주관적이고 엄숙한 태도에 반발하며, 매스미디어와 광고 등 대중문화의 시각 이미지를 미술 속에 적극적으로 수용하고자 한 ‘팝아트’가 영국에서 등장하죠. 1954~1955년 겨울, 영국의 젊은 작가들의 공동 작업과 토론을 통해 ‘팝아트’라는 용어가 사용되기 시작했으며, 1956년 전시 ‘이것이 내일이다(This is Tomorrow)’에서 리처드 해밀턴은 ‘오늘의 가정을 그토록 색다르고 멋지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를 출품하며 영국 팝아트의 출발점을 열었어요. 이후 데이비드 호크니, 피터 블레이크 등이 팝아트의 주역으로 활약했죠. 1960년대 미국에서도 로버트 라우센버그, 재스퍼 존스 등이 등장하며 팝아트의 서막을 열었고, 이어 로이 리히텐슈타인과 앤디 워홀이 1960년대 대중문화를 차용한 작품을 선보이며 미국 팝아트의 전성기가 활짝 열리죠. “팝아트의 대가 앤디 워홀은 동일한 이미지를 색감만 조금씩 바꿔 만들거나, 실크 스크린으로 여러 작품을 찍어낼 수 있는 대량 생산 키워드를 만들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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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네에서 앤디 워홀까지: 요하네스버그 아트 갤러리 특별전’은 400년에 걸친 미술사의 주요 흐름을 9개 섹션에 시대별로 구성한 대규모 기획전이다.

마지막 공간은 20세기부터 오늘날까지 남아프리카공화국 예술을 보여주고 있어요. 아프리카 대륙에 서양 예술의 씨앗을 심고자 했던 플로렌스 필립스의 노력의 결과물이라고 봐도 좋은데요. “여기 있는 화가들은 필립스가 컬렉팅했던 앞서 보셨던 작품들을 보며 자라오고 그 작품들을 모티프로 자신들만의 남아공의 문화를 녹여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을 겁니다.” 전시를 관람하며 자신의 취향을 발견하는 과정 그 자체가 플로렌스 필립스처럼 예술가들을 발굴하고 컬렉팅했던 것과 같은 맥락이라고 할 수 있죠. 여러분도 자신만의 작품을 컬렉팅해 보세요.

‘모네에서 앤디 워홀까지: 요하네스버그 아트 갤러리 소장품 특별전’

기간 8월 31일(일)까지
장소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175 세종문화회관 미술관
관람 시간 오전 10시~오후 7시(입장 마감 오후 6시, 전시 기간 중 무휴)
관람료 성인 2만원, 청소년 1만6000원, 유아동 1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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