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포르도 주변 갈색서 회색 변했다"…이란 핵시설 손상 얼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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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벙커버스터 공격을 받은 이란 핵시설의 실제 피해 규모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미국은 이란의 우라늄 농축 시설을 완전히 제거했다고 밝혔지만, 이란은 핵시설 지상부만 손상돼 피해가 제한적이라며 서로 엇갈린 주장을 펼쳐서다.

22일(현지시간) 이란 포르도 핵시설을 촬영한 위성사진에서 GBU-57 벙커버스터 폭탄이 떨어져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구멍들이 보인다. 총 6개의 구멍이 2개 지점에 3개씩 모여 있다. AP=연합뉴스
공격 직후인 22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우리는 포르도·나탄즈·이스파한 등 이란의 3개 핵 시설에 대한 매우 성공적인 공격을 완료했다"며 "포르도는 끝장났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국민 연설에서도 "이란의 주요 핵농축 시설은 완전히 제거됐다"고 말했다.

22일 촬영된 이란 포르도 핵시설 위성사진(위)과 지난 13일 촬영된 같은 지역 위성 사진(아래). 13일 사진에서는 주변 산악지역 색깔이 갈색이다. 22일에는 이 지역 색깔이 회색으로 변했다. AFP=연합뉴스
미국 언론들은 포르도 핵시설에 미국의 최신형 벙커버스터 폭탄 GBU-57이 무더기 투하됐다면 상당한 피해가 있었을 것으로 본다. AP통신은 공습 후 위성사진 분석 결과 핵시설 출입구가 파손된 모습이 관측됐다고 보도했다. 주변 산악지역 색깔이 갈색에서 회색으로 변한 걸 보면 벙커버스터가 명중한 거로 추정된다고 AP는 짚었다. 블룸버그통신도 지하 농축시설 바로 위에 지름 5.5m 구덩이가 새로 파인 모습이 관측됐다고 전했다.
NYT "미군, 가장 취약한 포르도 환기구 공격"
특히 미군은 포르도 시설에서 가장 취약한 곳으로 꼽히는 환기구를 집중적으로 공략한 것으로 보인다고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22일 촬영된 포르도 사진을 보면 미군이 투하한 GBU-57 벙커버스터 폭탄이 관통한 것으로 추정되는 구멍 6개가 있다. 분화구 모양의 이 구멍들은 2곳에 3개씩 모여 있다.
그런데 2009년 사진에서 보면 폭탄이 떨어진 2곳에는 원래 환기구로 추정되는 구조물이 있었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핵 전문가 조셉 로저스는 NYT에 "미군이 환기구로 추정되는 구조물 주변에 공격을 집중했다"면서 "미국이 이들 갱도를 구조적 취약점으로 간주하게 했을 만한 정보를 가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싱크탱크 핵위협방지구상(NTI)의 스콧 로에커 부회장도 "환기구는 이 시설에서 가장 취약한 지점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포르도 핵시설 지하 피해 상황에 대해선 신중한 관측이 나온다.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은 22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브리핑에서 "IAEA를 포함해, 그 누구도 포르도의 지하 피해 상황을 평가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로시 총장은 "포르도 핵시설의 경우 '큰 구멍'이 확인돼 미국이 관통 폭탄을 사용했음을 보여줬다"면서 "이는 미국의 발표 내용과도 일치한다"고 설명했다.

미군이 21일(현지시간) 이란의 핵 시설 3곳 중 지하 요새화한 것으로 알려진 포르도 시설을 타격하는 데 전격 동원한 것으로 지목되는 '벙커버스터'. 2007년 12월 18일 미주리주 휘트먼 공군기지에서 무기전문가들이 B-2 폭격기에 장착된 벙커버스터 실물크기 모형을 바라보는 모습. AFP=연합뉴스
이어 그로시 총장은 "이스파한 핵시설에선 피해 건물 중 우라늄 변환과 관련한 일부 시설이 포함돼 있었다"면서 "농축물질 저장용 터널 입구들도 공격받은 거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스파한에 있는 최소 18개 건물이 전체 혹은 부분적으로 파괴됐으며 건물 외벽이 눈에 띄게 검게 변한 모습이 위성사진에서 확인됐다.
나탄즈 농축시설의 경우, 핵연료 농축시설이 공격받았고, 미국이 이 시설에도 관통 폭탄 사용을 확인했다고 그로시 총장은 말했다. 다만 현재로선 나탄즈 지하 시설의 피해 규모는 불분명하다고 CNN이 전했다.

이스파한의 경우 공습받기 전(왼쪽)과 비교해 공습 받은 후에는 검게 그을린 자국들이 보인다. 맥사 테크놀로지
IAEA "이란 방사능 수치 증가 확인 안 돼"
반면 이란은 핵시설의 농축 물질을 미리 다른 곳에 옮겨 놓아 피해가 크지 않다는 입장이다. 지난 20일 모센 레자에이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장군은 "모든 농축 물질이 옮겨져 안전한 장소에 있다"고 언급했다. 모하마드 레자 카르단 이란원자력청(AEOI) 부청장은 "핵시설 안팎에서 방사능 오염이나 방사선이 관측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인 라파엘 그로시. AFP=연합뉴스
그로시 총장도 22일 "미국의 이란 핵시설 3곳 공격에 따른 외부 방사능 수치 증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일간 예루살렘포스트는 "미국과 이스라엘 위성과 항공기로도 산속에서 벌어진 붕괴 등 구체적인 피해 내용을 보기 어려울 수 있다"며 "당분간은 답을 알기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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