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뉴진스 공백 1년…키키·ADP, 새로운 신드롬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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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진스는 2022년 7월 음반 '뉴 진스'로 데뷔했다. 선 뮤직비디오 공개 후 음원 공개라는 이례적 방식으로 수록된 모든 곡이 모두 차트인하며 인기를 모았다. 사진 어도어

그룹 뉴진스의 공백이 길어지고 있다. 이들의 공식적인 마지막 활동은 2024년 6월 21일 발매한 일본 데뷔 음반 ‘슈퍼내추럴’이다. 한국 기준으로는 그해 5월 24일에 나온 싱글 ‘하우 스위트’다. 이후 11월 민지, 하니, 다니엘, 해린, 혜인은 기자회견을 열고, 소속사 어도어와 법적 분쟁을 이어가고 있다. 당초 계획했던 그룹 NJZ로의 재데뷔도 불발됐다.

지난 17일 서울고법은 다섯 멤버가 법원의 독자적인 활동 금지 결정에 불복해 낸 이의신청 항고를 기각하며, “어도어가 뉴진스 멤버들에 대해 전속계약에 따른 매니지먼트사 지위에 있음을 임시로 인정한다”는 1심 결정을 그대로 유지했다. 본안 소송으로 넘어갈 경우 그룹의 공백은 더 길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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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에 출석한 뉴진스. 왼쪽부터 하니, 민지, 혜인, 해린, 다니엘. 사진 연합뉴스

뉴진스가 K팝에 가져온 상징성은 여전히 유효하다. 김도헌 대중음악 평론가는 “뉴진스는 단순히 팀이 잘 된 것을 넘어, 기획자의 시선이 유기적으로 반영된 완성형 그룹”이라며 “그 유기성과 통일성은 여전히 누구도 넘어서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광고계서 조용한 퇴장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광고계에서는 ‘공백’을 리스크로 인식하고 있다. 에스파는 최근 애플 아이폰 16 프로로 퍼포먼스 비디오 ‘더티 워크’를 촬영했다. 뉴진스가 아이폰으로 ‘ETA’ 뮤직비디오를 제작해 화제를 모은 방식 그대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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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파 더티 워크 퍼포먼스 비디오. 사진 애플, SM엔터테인먼트

엔믹스 오해원은 밝고 건강한 이미지를 내세워 코카콜라 광고를 단독 촬영했고, 스트레이 키즈는 뉴진스가 2년 연속 앰배서더로 활약했던 빼빼로 글로벌 모델 자리를 꿰찼다. 미야오는 5월 열린 나이키 ‘애프터 다크 투어 서울 10K’ 행사에 참여해 공연과 러닝 이벤트를 함께했다. 지난해까지 뉴진스를 앞세웠던 나이키 역시 새로운 얼굴을 물색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스톤헨지는 올 초 뉴진스와 진행한 ‘럭키유’ 캠페인 아이템을 여전히 판매 중이지만, 브랜드 홈페이지에서는 뉴진스 얼굴을 모두 내렸다. 신한은행은 2024년 12월을 끝으로 뉴진스와의 재계약 없이 모델 계약을 종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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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웰푸드는 빼빼로 브랜드의 공식 글로벌 앰배서더로 스트레이 키즈를 발탁했다. 사진 롯데웰푸드

명품 업계도 변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샤넬 앰배서더 명단에서는 민지가 제외됐고, 다른 브랜드들도 새 모델을 이미 점찍어두는 등 재계약은 유보하는 분위기다. 광고 에이전시 관계자는 “브랜드는 화제성도 중요하지만 모델의 안정성과 활동 지속성을 본다”고 말했다.

다만 어도어와의 계약 범위 내에서의 앰배서더 활동은 유지되고 있다. 다니엘은 18일 일본 교토에서 열린 스위스 시계 브랜드 오메가의 신제품 출시 행사에 참석했다. 또 일본 패션 매거진 슈프르 6월호 화보에서 셀린느와 협업했다. 다른 멤버들 역시 남은 앰배서더 계약 기간 내 활동은 어도어를 통해 지속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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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라이프 매거진 ‘SPUR(슈푸르)’는 셀린느 글로벌 앰배서더인 다니엘과 6월호 화보를 촬영했다. 사진 슈푸르

임희윤 평론가는 “K팝은 굉장히 빠르게 돌아가는 산업”이라며 “신인 그룹이 수백 팀씩 쏟아지는 환경에서 1년 공백은 아무리 잘 나갔던 팀에게도 치명적”이라고 분석했다.

사라진 ‘푸른산호초’ 열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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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파(파란색)와 뉴진스(빨간색)의 구글 트렌드 일본 내 최근 90일 검색량 비교. 뉴진스가 홍콩 콘서트에서 활동 중단을 발표했을 때 검색량이 치솟았다. 사진 구글 트렌드 캡처

일본에서도 뉴진스 공백 여파가 감지됐다. 하니가 일본 도쿄돔에서 마쓰다 세이코의 ‘푸른 산호초’를 부르며 1980년대 향수를 자극했던 것도 벌써 1년 전이다. 구글 트렌드의 일본 내 ‘뉴진스’ 검색량은 올 3월 뉴진스가 활동 중단을 발표했던 홍콩 무대 이후 급감했고, 이후 하향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에스파는 일본 팬미팅과 신곡 활동으로 꾸준히 검색량을 유지하고 있다.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가 제기한 표절 의혹에 휘말렸던 아일릿은 논란을 넘어 자신들만의 색깔을 확보했다. 2월 발표한 일본 영화 OST ‘아몬드 초콜렛’은 역주행하며 현지 차트 상위권을 유지했고, 6월 발표한 한국 미니 3집 ‘밤’은 오리콘 데일리 차트 2위를 기록했다. 타이틀곡 ‘빌려온 고양이’는 아일릿 특유의 엉뚱하고 발랄한 감성을 담아 국내외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 김도헌 대중음악평론가는 “아일릿과 뉴진스는 애초에 출발점이 달랐고, 지금은 아일릿도 자신들만의 그룹으로 성장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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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릿(파란색)과 뉴진스(빨간색)의 구글 트렌드 일본 내 최근 30일 검색량 비교. "뉴진스가 어도어의 허락 없이 독자적인 활동을 할 경우, 멤버 1인당 10억 원씩 배상해야 한다"는 내용의 재판 결과가 나오자 뉴진스 검색량이 한 때 늘었다. 사진 구글 트렌드 캡처

신인 공세도 강력

기획력과 자본을 갖춘 신인들의 데뷔도 이어지고 있다. 스타쉽엔터테인먼트에서 론칭한 키키는 데뷔곡 ‘아이 두 미’로 유튜브 인기 급상승 1위를 기록했고, 데뷔 13일 만에 음악방송 1위도 차지했다. 뉴진스 데뷔 초의 분위기가 느껴진다는 반응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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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키키(왼쪽부터 수이, 하음, 지유, 이솔, 키야)가 지난 4일 프랑스 브랜드 롱샴 팝업 기념 포토행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뉴시스

최근 서울시 홍보대사로 새롭게 위촉된 하츠투하츠는 SM엔터테인먼트 소속이다. 지난 18일 셔플댄스를 안무에 담은 신곡 ‘스타일’을 발매했다. ‘싸이 소속사’ 피네이션의 첫 걸그룹 베이비돈크라이는 아이들 전소연이 직접 프로듀싱을 맡아 기대를 모으고 있고, 어도어는 별도의 새 보이그룹 론칭도 준비 중이다.

이명희 신세계그룹 총괄회장의 외손녀인 애니가 속한 혼성그룹 올데이프로젝트(ADP)는 지난 16일 더블 타이틀곡 ‘페이머스’의 뮤직비디오를 선공개했다. 4일만에 1000만 뷰를 넘겼고, 미국 유튜브 트렌딩 순위에도 랭크해 글로벌 시장에 존재감을 드러냈다. 23일에는 또 다른 타이틀곡 ‘위키드’를 발매하고 정식 데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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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DAY PROJECT'는 여성 멤버 3인, 남성 멤버 2인으로 구성된 그룹으로, 기존 K팝 팀들이 흔히 시도하지 않은 멤버 구성을 택함으로써 새로움과 다채로움을 추구하고 있다. 사진 더블랙레이블

가요계 최정상에 있던 뉴진스가 활동을 멈추면서 그 공백을 노린 신인들이 데뷔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임 평론가는 “뉴진스의 신선한 이미지를 좋아했던 팬들은 법정에서 K팝 혁명가 이미지가 씌워진 지금의 뉴진스에 괴리감을 느낄 것”이라며 음악 팬들이 신선한 얼굴에 주목하는 이유를 풀이했다.

동시에 뉴진스의 고유한 음악성과 기획력은 여전히 독보적이라는 평가도 있다. 김 평론가는 “지금 K팝 신인들 가운데에는 노래는 좋은데 콘셉트가 따로 놀거나, 콘셉트는 좋은데 멤버들이 소화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작곡진과 트레이너, 멤버들의 조화 속에서 나온 뉴진스만큼의 완성도는 아직 보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임 평론가 또한 “공백 1년임에도 뉴진스를 그리워하는 팬들이 있다는 것은 이들만의 확실한 호감 요인이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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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뉴진스는 지난해 11월 기자회견을 열고 ″어도어의 귀책사유로, 어도어와 29일부로 계약해지가 됐다″고 주장했다. 왼쪽부터 해린, 다니엘, 민지, 하니, 혜인. (공동취재) 사진 뉴스1

어도어는 뉴진스와의 봉합을 여전히 기대하고 있다. 어도어는 18일 보도자료를 통해 “멤버분들이 다시 뉴진스라는 제자리로 돌아와 활동하길 바란다. 다음 달이면 데뷔 3주년을 맞는 뉴진스가 보다 큰 도약과 성장을 이룰 수 있도록 회사는 최선을 다해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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