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38명 줄이고 26억 아껴…울산 공기업에 대기업 임원 파견했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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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현대중공업 김규덕 전무. 사진 울산시의회

지방 공기업에 대기업 임원이 국내 최초로 파견된 지 1년 6개월. 인력 38명 감축과 연간 26억원 인건비 절감이라는 성과가 나오면서, 울산시의 민관 인적 교류 정책이 공공조직 혁신의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울산시는 23일 "2023년 12월부터 HD현대중공업 김규덕(57) 전무가 울산시설공단 이사장으로 파견돼 공단을 운영한 결과, 인력 감축 등 조직 효율성뿐 아니라 지난해 기준 시설 이용률(11.8%) 증가, 공단 자체 수익(2억7000만원) 증가 등 실질적인 효과가 나타났다"고 밝혔다.

김 전무는 파견 직후 지자체 공기업의 운영 방식에 대기업의 경영 기법과 인사 제도를 접목했다. 핵심은 '직급보다 능력'을 중시하는 조직문화였다. 직급이 높다는 이유로 보직을 부여하던 방식에서 탈피, 직급과 직책을 분리하고 능력 중심의 배치를 했다. 예를 들어 원래 3급 직원이 맡던 실·처장 자리에 실무 능력이 뛰어난 4급 직원을 올리는가 하면, 직책이 없는 3급 직원에게는 실무 업무를 부여했다. 자리보다 일을 잘하는 사람이 중심이 되는 조직으로 전환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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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시설관리공단. 사진 울산시

공단 운영 효율성도 개선했다. 체육·예술 등 기존 프로그램의 예약률 데이터를 분석해 인기 강좌는 수강반을 확대하고 수요가 낮은 강좌는 통합하거나 폐지해 강의실 활용도를 높였다.

인력 감축은 전면적인 구조조정이 아닌 시설 현대화에 따른 자연 감축 방식으로 추진됐다. 울산시 관계자는 "감축 대상이 된 38명은 무인정산기 등으로 대체 가능한 분야에서 조정된 것이며 정년퇴직 등 자연 감소도 상당 부분 반영됐다"며 "강제적인 조치가 아니어서 반발은 없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대기업 임원이 공기업 대표직을 맡는 것은 2023년 3월 개정된 지방공기업법 제58조 3항에 따라 가능해졌다. 개정 이후 지자체장은 인사청문회만 거치면 공모 없이 외부 인사를 공기업 대표로 임명할 수 있게 됐고, 김 전무가 그 첫 사례다.

그는 HD현대중공업 전무 직함을 유지한 채 울산시설공단 이사장직을 겸임하고 있다. 급여는 기존 소속 기업에서 받고 있다. 공기업 대표직은 일정 기간 인사교류 형식으로 파견돼 운영되며, 임기는 3년이다.

김 전무는 파견 당시 중앙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임기 동안 울산시설공단을 보다 효율적이고 시민에게 꼭 필요한 조직으로 바꾸고 싶다"며 "기업의 경영 정신을 공공 조직에 접목해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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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시설관리공단 홈페이지. 캡쳐 울산시설관리공단

울산시설공단은 한 해 670억원의 예산으로 지역 내 공원·체육 문화 장사시설 등을 위탁받아 운영하는 지방 공공기관이다. 현재 400여 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경북 의성 출신인 김 전무는 대구사대부고와 경북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1995년 현대중공업에 입사했다. 이후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로보틱스 등에서 경영지원본부 전무를 역임했다.

울산시는 김 전무의 파견과 함께 시청 공무원을 민간 기업에 파견하는 역방향 교류정책을 병행했다. 송연주 울산시 기업현장지원과장을 HD현대중공업에 파견해 현장 애로사항을 직접 청취하고 이를 정책에 반영하는 기업 밀착형 행정을 추진했다. 그 결과 7000억 원 규모의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를 울산에 유치했고, HD현대중공업의 차기 구축함 사업 재참여 문제도 해결되는 등 성과도 도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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