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급히 중단한 나토行…李, 트럼프 만남 불확실성에 ‘경제’ 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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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23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제1차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이재명 대통령이 불참키로 한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에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대신 참석한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23일 오후 서면 브리핑을 통해 “위 실장이 24~25일(현지시간)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개최되는 나토 정상회의에 이 대통령을 대신해 참석한다”고 밝혔다.
당초 대통령실은 이 대통령의 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전제로 일정을 준비해 왔다. 선발대격인 일부 대통령실 직원들은 전날 네덜란드로 출국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미국의 이란 핵시설 공격으로 국제 정세가 급변하자 대통령실은 이 대통령의 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재검토하기 시작했다.
최대 변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 회담 성사 여부였다. 당초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과 한국·일본·호주·뉴질랜드 등 ‘인도·태평양 4개국’(IP4·Indo-Pacific 4)의 특별회담 또는 그 전후로 한·미 정상회담을 여는 방식으로 양 정상 간 첫 만남을 조율해 왔다.
하지만 미국의 이란 폭격으로 상황이 급변했다. 미국 입장에서 인도·태평양 전략을 논의하는 IP4 특별회담의 중요성이 줄어들었고, 회담 개최 여부가 불투명해졌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나토 정상회의 체류 일정이 줄어들면서 미국 측에서 “면담 약속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미국의 이란 핵 시설 공격 이후엔 다른 국가들도 미국 측과 일정 조율이 쉽지 않은 상황이 이어졌다”며 “국내의 유가·환율·주식시장 변동성이 커지는 등 경제 리스크까지 동시에 따져봐야 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과 참모들은 나토 정상회의 참석의 실익과 리스크를 둘러싸고 전날 오후 내내 숙고했다고 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을 만날 가능성도 희박하고, 새 정부 장·차관이 임명도 안 된 상황에서 대통령이 자리를 비우는 게 맞느냐는 의견이 다수였다”며 “안 가는 게 맞다는 판단을 내린 뒤 곧바로 언론에 공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한·미 정상회담 성사 가능성이 불확실하더라도 나토 정상회의에는 참석하려 했지만, 전 세계적인 안보 이슈로 상황이 180도 바뀌었다”며 “대통령이 모처럼 안정을 찾은 경제에 불안한 심리가 생기지 않도록 직접 관리하는 쪽을 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IP4 국가들도 비슷한 결정을 내렸다. 23일 오후 일본 정부는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일본 총리의 나토 정상회의 참석 일정을 ‘제반 사정’을 이유로 취소한다고 발표했다. 일본 정부는 이와야 다케시(岩屋毅) 외무상이 참석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NHK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불참할 가능성이 있고 역시 초청을 받은 이재명 한국 대통령도 불참하기로 한 상황 등을 감안해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호주도 앤서니 앨버니지 총리 대신 리처드 말스 부총리 겸 국방장관이 나토에 참석할 예정이다. 다만 크리스토퍼 럭슨 뉴질랜드 총리는 나토 정상회의에 당초 예고한 대로 참석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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