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국제 유가 소폭 상승에 그쳐…‘호르무즈 봉쇄’ 현실화에 의구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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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의회가 호르무즈해협을 봉쇄하기로 의결했지만, 국제 원자재·금융 시장은 일단 관망세가 짙다. 23일 블룸버그와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브렌트유와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은 이날 오후 6시 기준 전장 대비 각각 0.09% 오른 77.08 달러, 0.03% 오른 73.86달러에 거래됐다.
개장 초반에 브렌트유가 5개월 만에 80달러를 넘는 등 4~5% 급등하기도 했지만, 이후 상승 폭을 줄였다. 앞서 지난 13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이 시작된 이후 WTI가 최대 14%까지 오른 것과 다른 양상이다. 필립 노바의 수석 시장분석가 프리양카 사흐데바는 “전쟁 요인의 상당 부분이 이미 가격에 반영돼 있다”며 “국제 유가가 계속 상승하려면 공급망에 대한 피해가 분명해야 한다”고 짚었다.

호르무즈해협 지나는 유조선. 로이터=연합뉴스
시장에선 이란이 '호르무즈해협' 봉쇄 카드를 실제 꺼낼지에 대해선 의구심을 갖고 있다. 우선 미국 주도로 서방 진영이 이란산 석유 거래를 제재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이 이란의 석유 수출 물량의 약 90%를 소화하고 있어서다. 블룸버그는 “호르무즈해협 봉쇄는 이란 경제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뿐 아니라, 이란산 석유의 최대 수입국이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이란을 보호해 온 중요한 파트너인 중국과의 갈등을 야기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과거 사례도 시장의 신중한 반응에 무게를 싣는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1980년대 이란-이라크 전쟁 당시 호르무즈해협에서 200척 이상이 폭격을 당했던 ‘유조선 전쟁’ 때도 유가는 초기 급등세를 보인 후 안정됐다. 지난해 4월, 이란이 이스라엘과 연계된 컨테이너선을 나포하는 등 충돌이 임박했을 무렵엔 브렌트유가 2.5% 올라 92달러에 거래되기도 했지만, 4거래일만에 80달러대로 내려왔다.
공급 측면에서도 여유는 있는 편이다. 주요 산유국 협의체인 OPEC+는 하루 약 570만 배럴의 초과 생산 능력을 갖고 있고, 최근 공급을 늘리고 있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는 호르무즈해협을 우회할 수 있는 육상 송유관을 보유하고 있다.
다만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SNSC)에서 전격적으로 호르무즈해협 봉쇄를 의결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불안감은 여전하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22일 약 200만 배럴의 원유를 실을 수 있는 초대형 유조선 2척이 호르무즈 해협을 피해 남쪽 항로로 우회했다. 유조선 용선료는 최근 들어 90% 가까이 급등했다.
투자은행 삭소의 수석 투자전략가인 차루차나나는 "이란의 보복이나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위협의 징후가 나타나면 투자심리가 바뀌어 시장이 지정학적 위험을 재평가하게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장보다 7.37포인트(0.24%) 내린 3014.47로 마감했다. 외국인·기관의 순매도 공세에도, 개인의 '사자'(1조3773억원 순매수) 주문으로 방어하며 이른바 '3000피'를 사수했다. 반면 달러 대비 원화가치는 18.7원 내린(환율은 상승) 1384.3원에 주간 거래를 마쳤다 이는 지난달 21일이후 가장 낮은 값이다. 한국 경제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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