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관세에 환경 규제 리스크…지형 급변 속 식어가는 K철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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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철강업계

국내 철강 업계가 ‘퍼펙트 스톰(대형 복합 위기)’에 직면했다. 내수 불황에 수출길마저 좁아지면서다. 정부가 적극적·선제적으로 미래 철강 산업 육성안을 구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3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대미 철강 수출액은 3억2700만 달러(약 4500억원)로, 전년 동기(3억9000만 달러) 대비 16.3% 줄었다. 수출 물량은 전년과 비슷했지만, 수출 단가가 지난해 5월 톤(t)당 1429달러(약 200만원)에서 지난달 1295달러(약 180만원)로 9.4% 낮아진 영향이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 4일(현지시간) 철강 관세율을 25%→50%로 인상한 것까지 고려하면 하반기 수출은 더 위축될 전망이다.

김영옥 기자
유럽연합(EU)도 미국의 철강 관세 인상에 대해 “추가 조치에 나설 준비가 돼 있다”며 보호무역 강화를 시사했다. EU는 지난 4월 역내 철강 산업을 보호하겠다며 무관세 수입 물량 제한(쿼터)을 강화했는데, 올해 한국산 열연 제품 쿼터는 18만6358t에서 16만1144t으로 14% 줄었다. 여기에 일본제철이 지난 19일 US스틸을 인수해 글로벌 3위 철강사로 발돋움하면서 경쟁이 심화할 전망이다.
이런 상황에도 정부는 이제서야 실태 파악에 나섰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18일 열연·냉연 등 주요 상품별 적정 생산 규모를 점검하기 위한 연구 용역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점검 결과를 바탕으로 연내에 ‘철강 산업 고도화 방안’을 내겠다고 하지만, 정부의 뒤늦은 대응이 아쉽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철강 업계 관계자는 “철강은 ‘산업의 쌀’로 불릴 만큼 중요한 국가기간산업”이라며 “통상 위기 극복을 넘어서 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대책이 시급하다고 산업계가 주장한 지 오래됐는데, 너무 오래 방치됐다”라고 말했다.

김영옥 기자
전문가들은 전기 요금 감면, 연구개발(R&D) 투자 지원 등 기업의 숨통이 트일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철강업계는 철 스크랩(고철)을 녹여 제품을 생산하는 전기로 등에 많은 전기를 쓰는데, 지난해 산업용 전기요금은 1킬로와트시(㎾h)당 185.5원(‘을’요금)으로 2022년(105.5원) 대비 75.8% 급증했다. 손영욱 철강산업연구원 대표는 “US스틸을 인수한 일본제철의 미국 시설투자 규모가 110억 달러(약 15조1000억원)”라며 “기업의 투자 유인을 늘리기 위해서는 전기 요금이나 세제 혜택 등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글로벌 환경 규제도 우려 사항이다. EU는 2026년부터 제품 생산 시 배출하는 탄소량에 비례해 비용을 물리는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본격 시행한다. 미국은 연방 의회에서 청정경쟁법 등 탄소세 도입을 논의하고 있다. 민동준 연세대 신소재공학과 명예특임교수는 “수소환원 제철 등 친환경 생산 방식은 비용이 많이 든다”며 “전기차 구매 보조금처럼 친환경 철강 제품에도 보조금을 지급해야 시장이 클 수 있다”고 말했다.
‘철강산업 지원 특별법’ 등을 제정해 산업 정책의 연속성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재윤 산업연구원 탄소중립산업전환연구실장은 “철강 산업은 자동차·조선·건설 등 주요 산업과 연결돼 있어 경제 안보 차원에서 중요하다”라며 “국내 철강 기업이 20~30년 뒤를 내다보고 대규모 설비 투자를 해야하는 상황인 만큼, 적극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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