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운몽도 병풍’ 일부. 보존 처리 전(왼쪽)과 후의 모습. 장황 직물에 가려졌던 본래의 그림을 병풍폭을 넓혀 드러나도록 했다. [사진 국가유산청]

조선시대 문인 김만중(1637~1692)이 쓴 소설 ‘구운몽’(九雲夢)의 스토리를 담은 10폭 병풍이 미국에서 한국으로 건너와 전시된다. 전시 후에는 미국으로 다시 돌아갈 예정이다.

23일 국립고궁박물관과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은 서울 종로구 박물관 1층 기획전시실에서 ‘다시 살려낸 그림 속 희망’ 특별전을 25일부터 7월 20일까지 선보인다고 밝혔다. 미국 포틀랜드미술관의 ‘구운몽도 병풍’, 덴버 미술관이 소장한 ‘백동자도 병풍’을 다룬 전시다.

‘구운몽’은 불도를 닦는 성진이 팔선녀를 만나고, 양소유로 환생해 8명의 여인과 인연을 맺고 부귀영화를 누리는 이야기다. 인간의 욕망과 번뇌, 깨달음에 대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구운몽도 병풍은 1910년경 이화학당 선교사였던 마리 엘리자베스 처치가 한국에서 학생 부모로부터 선물 받은 뒤, 귀국할 때 가져갔다고 한다. 이후 처치가 친구에게 선물한 병풍을 그 가족이 미술관에 기증했다고 한다.

이번 전시는 해외에 있는 우리 문화유산을 보존·복원하는 사업의 일환으로 성사됐다. 2023년 10월부터 약 1년간 보존 처리한 성과를 국내 관람객에 처음으로 소개한다. 국립고궁박물관 측은 “병풍을 보수하는 과정에서 1913년 종묘 영녕전에서 춘향대제를 지낸 뒤 남은 음식을 기록한 문서, 용 그림 초본, 1933년 발간 신문 등이 발견됐다”고 설명했다.

함께 보존 처리를 마친 백동자도 병풍은 화려한 전각을 배경으로 지혜를 상징하는 원숭이와 즐겁게 놀거나 관리가 행차하는 모습을 흉내 내는 아이들의 모습을 담고 있다. 덴버미술관은 1970년 뉴욕에 있는 아시아 고미술 갤러리를 통해 작품을 샀으나 언제, 어떤 경위로 한국을 떠나 미국으로 오게 됐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