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트럼프 '벙커버스터 승부수' 통했다…"이스라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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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이스라엘과 이란이 휴전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핵 시설에 대한 전격적인 공습을 감행하는 승부수를 띄운지 이틀만의 일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휴전 선언 이후 이란이 이스라엘에 미사일을 발사해 4명이 숨지는 등 군사 충돌은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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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1일(현지시간) 이란 핵시설에 대한 공습 작전 직후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과 함께 백악관에서 대국민 연설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앞서 호르무즈 해협 봉쇄 카드까지 꺼내들었던 이란은 이날 중동의 미군 기지에 대한 ‘약속 대련’에 가까운 공습으로 최소한의 체면을 세웠고,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란의 핵 시설을 완전히 파괴했는지에 대한 논란과 별개로 최소한 핵 개발 시기를 늦추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완전하고 전면적 휴전”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SNS)에 “이스라엘과 이란 사이에 완전하고 전면적인 휴전을 하기로 하는 완전한 합의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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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공군 B-2 스텔스 폭격기가 이란 핵 시설에 공습 공격을 마친 뒤 미국 미주리주 화이트맨 공군 기지에 도착해 정비를 받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휴전 합의는 3단계에 따라 진행된다. 먼저 미국 동부 시간 24일 0시(한국시간 24일 오후 1시)까지 6시간 동안 양측이 계획돼 있던 마지막 군사작전을 마처야 한다. 이후 이란이 먼저 12시간 동안 공격을 중단하고, 이어 이스라엘이 12시간 동안 공격을 멈춘 것이 확인되면 25일 0시를 기해 휴전이 이뤄지는 방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각 휴전 기간 상대측은 평화적이고 (상대를) 존중하는 상태를 유지할 것”이라며 “모든 일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이란의 휴전 시작 시점부터 24시간 후 전 세계는 ‘12일 전쟁’의 공식 종료를 기념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NBC방송과 전화 인터뷰에선 “휴전은 무기한(unlimited)이라고 생각한다”며 “두 나라가 다시 서로를 향해 총을 쏘는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믿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 무력 충돌이 수년간 지속되면서 전체 중동을 파괴하는 전쟁이 될 수 있었으나 그렇게 되지 않았다”며 휴전 합의를 이끌어낸 자신의 성과를 과시했다.

이란, 일단 선휴전 돌입…관건은 이스라엘

양측은 6시간으로 제한된 ‘마지막 공격 시한’이 끝날 때까지 서로를 향한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군사작전 종료 직전까지 이란은 미사일 공격을 가했고, 이스라엘 공군은 미사일 발사 지점에 대한 요격 작전으로 대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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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시간 24일 이란과 이스라엘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제시한 군사작전 마감 직전까지 서로를 향해 미사일 공격과 공군기 대응 작전을 펼쳤다. 사진은 이스라엘이 점령한 서안지구에서 이란이 발사한 미사일이 요격되는 장면. 로이터=연합뉴스

다만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장관은 작전 종료를 앞두고 SNS에 “이스라엘의 침략에 대한 응징을 위한 우리의 강력한 군대의 군사작전은 마지막 순간까지 계속됐다”며 “적의 공격에 마지막 순간까지 대응한 용감한 군대에 감사하다”고 적었다.

군사작전을 중단하고 12시간의 선(先) 휴전 조건을 수용한다는 의미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도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란이 공격을 멈추면 휴전에 동의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양측간의 돌발 교전이 발생할 경우 합의가 무산될 수도 있어 결과를 예단하긴 어렵지만 만약 이란과 이어 이스라엘이 각각 12시간 동안 공격을 중단한다는 약속을 지킬 경우 최종 휴전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약속 대련’으로 이란에 최소한의 명분 제공

트럼프 대통령이 휴전 합의를 발표하기 전 이란은 카타르와 이라크에 위치한 미군 기지 2곳에 대해 미사일 공격을 했다. 미국이 이란의 핵 시설이 있는 포르도·나탄즈·이스파한 등 3곳에 대한 전격적인 폭격을 한지 이틀만이다.

다만 이날 미사일 공격은 약속 대련에 가까웠다. 이란은 미사일 공격에 앞서 외교 채널을 통해 미국과 카타르에 공격 예정 사실을 미리 알렸고, 미군은 포격이 예고된 알우데이드 공군기지(카타르)에 있던 전투기 등을 미리 다른 곳으로 옮겼다. 공습 직전에 촬영된 위성사진에도 이 기지는 이미 텅 빈 상태였던 것으로 확인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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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좌)과 19일(우)에 촬영된 카타르 알우데이드 미군 기지의 모습. 오른쪽 사진에 미군의 항공기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AFP=연합뉴스

이란은 미국 측의 대비가 끝난 뒤 14발의 탄도미사일을 발사했고, 이미 미사일이 올 것을 알고 있었던 미군은 기지 외곽으로 향한 1발을 제외한 13발을 정확히 요격했다.

이란이 발사한 14발의 미사일 숫자는 미군이 B-2 스텔스 폭격기로 투하한 GBU-57 벙커버스터의 수와 같다. 이슬람의 형벌 원칙인 키사스(Qisas·눈에는 눈, 이에는 이) 원칙에 따라 똑같이 보복을 가했다는 최소한의 명분을 세우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트럼프 “공격 계획 통보해준 이란에 감사”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공격이 끝난 뒤 “이란이 공격 계획을 사전에 통보해줘 인명피해가 나오지 않도록 해준 데에 감사하다”는 글을 올렸다. 휴전 합의를 이끌어내는 과정에서 이란의 체면을 살려주기 위한 보복 공격을 용인한다는 사전 협의가 이뤄졌을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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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시간 23일 카타르 상공에서 요격된 이란 미사일의 잔해. 이란은 이날 미사일 공습 전 공습 작전을 미리 미국과 카타르에 알렸다. AFP=연합뉴스

한 외교 소식통은 “미군이 주둔하고 있는 중동 국가 가운데 카타르와 이라크는 대표적인 친미 성향의 국가”라며 “이란이 이날 중동의 여러 기지 중 이 두 곳을 공격 지점으로 택한 것 자체가 휴전 협정 전에 상호간의 명분을 확보하기 위한 협의가 있었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공습에 대해 “이란이 미국의 공격을 받은 데 따른 악감정을 해소했을 것”이라며 “더 이상의 증오가 없길 바란다. 아마도 이란은 지역에서 평화와 조화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러한 과정을 거친 휴전안을 중재하는 데는 스스로 이란의 보복 공격의 표적이 되는 것을 감수한 카타르가 막후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강권’으로 봉합…불안 요소 상존

그러나 휴전이 최종 성립되더라도 불씨가 완전히 꺼진 것은 아니다. 이번 합의가 벙커버스터로 핵 시설을 직접 타격한 트럼프 대통령의 강권에 이어, 전쟁의 장기화가 부담스러운 미국·이스라엘·이란 3국 모두의 손익 계산이 맞아떨어지면서 성사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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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의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지난 3월 21일 테헤란에서 진행된 연설에서 군중에게 손을 들어 환호에 응하고 있다. AFP=연햡뉴스

특히 이스라엘이 전쟁의 명분으로 삼았던 이란의 핵 프로그램이 완전히 폐기됐는지에 대해선 아무도 확신할 수 없다. 실제 일각에선 이란이 공습에 앞서 비정상적으로 움직인 트럭의 움직임을 근거로 이란이 농축 우라늄을 미리 빼돌렸다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만약 이란이 핵무기 개발을 재개할 움직임을 보일 경우 중동의 불씨는 언제든지 되살아날 가능성이 있다. 그럼에도 미국과 이스라엘의 입장에선 이란의 핵심 핵 시설을 파괴하는데 성공하면서 최소한 이란의 핵무기 개발 속도를 늦추는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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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지난 20일(현지시간) 이란의 미사일 공격을 받은 와이즈만 과학연구소 현장을 방문해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실제 JD 밴스 미 부통령은 이날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농축 우라늄을 빼돌렸을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확답을 하지 않았다. 다만 “우리의 목표는 농축 연료를 핵무기로 전환할 수 있는 능력을 없애는 것이었다”며 “이란이 실제 60% 농축 우라늄을 가지고 있더라도 (핵무기에 필요한) 90% 이상으로 농축해 핵무기로 전환할 능력은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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