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트럼프 픽’ 월러와 보먼의 반기…힘 실리는 미국의 7월 금리 인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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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 매파로 알려진 미셸 보먼 Fed 부의장이 23일(현지시간) "다음달 기준금리를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올해 들어 멈춰섰던 미국의 금리 인하 시계가 다음 달 움직일 가능성이 커졌다. 최근 연방준비제도(Fed)의 핵심 지도부인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에 이어 미셸 보먼 부의장까지 ‘7월 금리 인하’를 지지하며, 제롬 파월 의장의 ‘인하 신중론’에 반기를 들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보먼 부의장은 23일(현지시간) 체코 중앙은행 주최 콘퍼런스에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압력이 억제될 경우 이르면 다음(7월)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낮춰야 한다”며 “이는 금리를 (경기 과열이나 위축시키지 않는) 중립 수준에 맞추고, 건강한 노동시장을 유지하기 위한 조치”라고 말했다. 보먼 부의장은 지난해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하하는 ‘빅컷’에 유일하게 반대표를 행사하며 소폭 인하를 주장했다. 매파(통화 긴축) 성향이었던 그가 비둘기(통화 완화)로 급선회한 것이다.
온건한 매파로 여겨졌던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도 이달 20일 CNBC와의 인터뷰에서 7월에 금리 인하를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월러 이사는 당시 인터뷰에서 “다음 통화정책회의에서 금리 인하를 고려하기 시작해야 한다”며 “고용시장이 급락할 때까지 기다린 뒤 금리를 인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영옥 기자
보먼 부의장과 월러 이사는 ‘트럼프의 관세 정책이 미국 내 소비자 물가를 끌어올리지 않는다’는 것을 금리 인하 조건으로 내세웠다. 특히 보먼 부의장은 Fed가 선호하는 물가지표인 개인소비지출(PCE) 물가 상승률이 목표치인 2%에 근접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년 대비 PCE 상승률은 연초 2.5%에서 지난 4월 2.1%로 오르는 속도가 둔화했다. 월가에선 오는 27일 발표되는 5월 PCE는 1년 전보다 2.3% 상승할 것으로 예상한다. 월러 이사는 “지금까지 지표는 양호했다”며 “관세 영향이 있더라도 일회성에 그치고, 지속적인 인플레이션을 야기하진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임기가 1년이 채 남지 않은 파월 Fed 의장이 ‘레임덕(권력 누수)’에 몰렸다는 의견도 있다. 월러 이사와 보먼 부의장은 트럼프 1기 행정부 때 Fed에 입성했다. 이후 보먼 이사는 트럼프 대통령 지명으로 이달 초 금융감독 담당 Fed 부의장으로 취임했다. 월러 이사는 차기 Fed 의장 후보 중 한 명으로 거론된다.
‘Fed의 비공식 대변인’으로 불리는 WSJ의 닉 티미라오스는 “대통령 압박이 가해지는 가운데 Fed 내 정책 결정자들 사이의 견해차도 드러나고 있다”며 “앞으로 몇 달간 정치ㆍ경제적 위험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려는 파월 의장의 노력이 한층 더 복잡해질 수 있다”고 밝혔다.
7월 금리 인하 ‘불씨’에 먼저 반응한 건 금융시장이었다. 그동안 월가에선 파월 의장의 인하 신중론에 추가 금리 인하는 빨라야 9월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Fed가 다음 달 30일 기준금리를 동결할 확률은 24일 새벽 2시 30분(미국 동부시간) 77.3%로 하루 사이 8.2%포인트 하락했다. 인하 확률은 14.5%에서 22.5%로 높아졌다. 미국 국채 금리도 정책금리에 민감한 단기물 중심으로 내렸다(국채값은 상승). WSJ에 따르면 2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는 23일 연 3.78%로 전날보다 0.046%포인트 하락했다.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가로막았던 국제유가 변수도 사그라드는 모양새다. 미국의 개입으로 이날 이스라엘과 이란이 24시간 잠정 휴전에 합의하면서 국제유가는 하루 새 3%가량 하락하며 배럴당 60달러대 중반으로 내려앉았다.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국제유가가 안정을 되찾은 가운데 다음 FOMC까지 남은 한 달여간 물가지표들이 예상치에 부합하면 금리 인하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더 커질 수 있다”며 “금리 인하 시기가 9월에서 7월로 앞당겨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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