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상황 급한데 울릉도 간다더라" 전공의 끓게 한 박단 사퇴, 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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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단 전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4월 20일 서울 중구 숭례문 일대에서 열린 '의료정상화를 위한 전국의사궐기대회'에서 연대사를 하고 있다. 뉴스1

1년 4개월 넘게 대정부 강경 투쟁을 이끌어온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 배경에는 전공의 단체 내부의 반발이 자리하고 있다.

24일 세브란스병원, 서울아산병원, 서울대병원, 고려대의료원 등 병원 전공의 대표 4인은 내부 공지를 통해 “새로운 비대위를 꾸리기 위해 26일과 28일 양일간 대의원총회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대표 4인은 이날 사퇴한 박단 전 비대위원장의 행보를 비판하며 총회 개최가 필요한 이유를 설명했다. 이들은 “하반기(9월) 전공의 모집 시작인 7월 말까지 한 달여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라며 “의과대학 예과 1학년 학생들의 트리플링(24~26학번이 동시에 1학년 수업을 듣는 상황)이 점차 현실로 다가오고 있고, 의대생들의 내부 갈등이 첨예해진 지금 지속적인 교착상태는 우리의 투쟁력을 현저히 약화시킬 위험이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사태가 파국으로 가지 않도록 하기 위해 저희는 박단 전 위원장에게 정부와의 대화와 협상을 지속적으로 촉구해왔다”며 “하지만 현실적으로 의미 있는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으며, 대선 이후에는 정당한 이유 없이 대전협 비대위 회의에도 지속적으로 불참했다”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특히 육지에서 멀리 떨어진 근무 예정을 밝히는 등 현재의 급박한 상황과 맞지 않는 행보를 보이고 있어 우려가 컸다”라고 밝혔다. 의료계 한 관계자는 "최근 내부에 박 전 위원장이 울릉도에서 의료 봉사를 하며 환자를 볼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전공의나 의대생들은 한 시가 급한데 그런 얘기가 들리니, 비판 여론이 더 거세진 것 같다"라고 전했다.
이들 대표 4인은 박 전 위원장의 소통 방식이 사태 해결을 어렵게 만든다는 취지로 비판을 이어갔다. 이들은 의료인력수급추계위원회 법 통과 과정에서 박 전 위원장 SNS 계정을 통헤 정치인과 설전을 벌인 일을 사례로 들며 "박 전 위원장의 소통 방식은 대화 주체로 하여금 전공의들과의 의사 소통을 어렵게 해왔다”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의협 산하단체의 장으로서 중립성을 잃은 글들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심화했다”라고 덧붙였다.

전공의 사이에서 사태 해결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거세지자 박 전 위원장은 전날 공지를 통해 “현재 정부의 보건 의료 책임자가 부재한 상황에서 당장 복귀 여부를 결정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선이 끝났지만, 의료 사태는 여전히 막막하다”며 “대통령실과 더불어민주당은 의료 사태 해결을 우선순위에 두지 않는 것으로 보이며, 누가 이 문제를 담당하고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지 불분명하다”며 정부와 여당에 책임을 미루는 듯한 발언을 했다.

이에 대해 4대 병원 전공의 대표들은 “어제 공개된 박단 전 위원장의 입장문에서도 새 정부와 여야 관계자들과의 대화 시도를 언급했으나, 지속적인 상대방에 대한 공개적 비판과 책임 전가 방식으로는 건설적인 대화 환경 조성이 어렵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지금의 상태가 지속될수록 피해를 입은 전공의들을 지키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학생들의 와해로 인한 협상력 상실은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라며 “새로운 정부와의 건설적인 대화와 투쟁 지속을 통해 붕괴된 대한민국 의료를 다시 일으켜 세울 수 있는 새로운 비대위 구성이 시급하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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