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12일 전쟁’ 트럼프가 강제종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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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이스라엘과 이란이 휴전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핵시설에 대한 전격적인 공습을 감행하는 승부수를 띄운 지 이틀 만의 일이다. 이튿날 이란 국영TV는 “이스라엘과의 전쟁에서 휴전이 시작됐다”고 전했고,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도 “이스라엘은 이란과의 휴전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다만 양측은 서로 “휴전을 위반하면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이스라엘과 이란 사이에 완전하고 전면적인 휴전을 하기로 하는 완전한 합의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휴전 합의는 3단계에 따라 진행된다. 먼저 미국 동부시간 24일 0시까지 여섯 시간 동안 양측이 계획돼 있던 마지막 군사작전을 마쳐야 한다. 이후 이란이 먼저 12시간 동안 공격을 중단하고, 이어 이스라엘이 12시간 동안 공격을 멈춘 것이 확인되면 25일 0시(한국시간 오후 1시)를 기해 휴전이 이뤄진다.
트럼프 대통령은 “휴전 기간 상대 측은 평화적이고 (상대를) 존중하는 상태를 유지할 것”이라며 “모든 일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이란의 휴전 시작 시점부터 24시간 후 전 세계는 (지난 13일 이스라엘의 기습 공격으로 시작된) ‘12일 전쟁’의 공식 종료를 기념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NBC방송과의 전화 인터뷰에선 “휴전은 무기한(unlimited)이라고 생각한다”며 “두 나라가 다시 서로를 향해 총을 쏘는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믿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 무력 충돌이 수년간 지속되면서 전체 중동을 파괴하는 전쟁이 될 수 있었으나 그렇게 되지 않았다”며 휴전 합의를 이끌어낸 자신의 성과를 과시했다.
다만 양측은 여섯 시간으로 제한된 ‘마지막 공격 시한’이 끝날 때까지 서로를 향한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군사작전 종료 직전까지 이란은 미사일 공격을 가했고, 이스라엘 공군은 미사일 발사 지점에 대한 요격 작전으로 대응했다.
휴전선언 후에도 미사일 공방, 폭발한 트럼프 “당장 그만하라”
트럼프 대통령의 휴전 선언 직후에도 이란이 이스라엘에 미사일을 발사해 4명이 숨지는 등 군사 충돌은 계속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24일 나토 정상회의 참석차 출국하기 전, 이스라엘과 이란 양측이 모두 휴전을 위반했다면서 적대 행위를 중단하라고 했다. SNS에는 “이스라엘, 폭탄을 투하하지 마라. 중대한 위반이다. 조종사들을 복귀시켜라, 지금!”이라고 적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이란의 정권 교체를 바라지 않는다”고 거듭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휴전 합의를 발표하기 전 이란은 카타르와 이라크에 위치한 미군기지 2곳에 대해 미사일 공격을 했다. 미국이 이란의 핵시설이 있는 포르도·나탄즈·이스파한 등 3곳에 대한 전격적인 폭격을 한 지 이틀 만이다.
다만 이날 미사일 공격은 ‘약속 대련’에 가까웠다. 이란은 미국 측의 대비가 끝난 뒤 탄도미사일 14발을 발사했고, 이미 미사일이 올 것을 알고 있었던 미군은 기지 외곽으로 향한 한 발을 제외한 13발을 정확히 요격했다.
이란이 쏜 미사일 14발은 미군이 B-2 스텔스 폭격기로 투하한 GBU-57 벙커버스터의 개수와 같았다. 이슬람의 형벌 원칙인 ‘키사스(Qisas·눈에는 눈, 이에는 이)’에 따라 똑같이 보복했다는 최소한의 명분을 세우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공격이 끝난 뒤 “이란이 공격 계획을 사전에 통보해 줘 인명 피해가 나오지 않도록 해준 데 대해 감사하다”는 글을 올렸다. 휴전 합의를 이끌어내는 과정에서 이란의 체면을 살려주기 위한 보복 공격을 용인한다는 사전 협의가 이뤄졌을 가능성이 크다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공습에 대해 “이란이 미국의 공격을 받은 데 따른 악감정을 해소했을 것”이라며 “더 이상의 증오가 없길 바란다. 아마도 이란은 지역에서 평화와 조화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불씨가 완전히 꺼진 것은 아니다. 이번 합의가 벙커버스터로 핵시설을 직접 타격한 트럼프 대통령의 강권에 이어, 전쟁의 장기화가 부담스러운 미국·이스라엘·이란 3국 모두의 손익 계산이 맞아떨어지면서 성사됐기 때문이다.
특히 이스라엘이 전쟁의 명분으로 삼았던 이란의 핵 프로그램이 완전히 폐기됐는지에 대해선 아무도 확신할 수 없다. 실제 일각에선 이란이 공습에 앞서 비정상적으로 움직인 트럭의 움직임을 근거로 이란이 농축 우라늄을 미리 빼돌렸다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그럼에도 미국과 이스라엘의 입장에선 이란의 핵심 핵시설을 파괴하는 데 성공하면서 최소한 이란의 핵무기 개발 속도를 늦추는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란은 일단 시간을 벌어둘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이란은 이번 전쟁에서 미사일 수백 발을 소진해 재고가 바닥을 보이기 시작했고 방공망이 노후화돼 공중전 수행 능력이 현저히 떨어진 상태다. 서방의 장기간 제재로 경제난이 극심해지는 등 내부 사정도 악화일로다. 이 때문에 미군이 이란 핵시설을 정밀 타격한 ‘미드나잇 해머(한밤의 해머)’ 작전 수행 전 백악관에서 ‘이란의 힘이 지금처럼 약해진 때가 없었다’는 평가도 나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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