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트럼프 “中, 이란산 석유 살 수 있다”…왜 중국에 유화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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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에어포스원을 타기전 기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트루스소셜에 “중국은 이란에서 석유를 계속 수입할 수 있다”는 글을 올렸다. 이어 “바라건대, 중국이 미국에서도 많은 석유를 구입하고, 그렇게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미국은 지난 3월부터 이란의 석유 수출을 차단하려고 이란산 석유를 수입하는 중국의 소규모 정유 업체들과 중국 항만 터미널 운영자 등을 제재해왔다. 중국의 이란산 석유 구입이 이란에 대한 자금 지원에 해당한다는 이유에서다. 중국은 이란산 석유 수출 물량의 약 90%를 구매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란산 석유를 계속 수입할 수 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대중 정책에 대한 미국의 변화로 해석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트럼프가 취임 5개월만에 입장을 바꿨다”며 “미·중 무역전쟁을 풀기 위해 두 나라가 협상을 하는 와중에 나온 입장 변화”라고 했다.

외신들은 이란·이스라엘 간 '12일 전쟁'에서 보인 중국의 태도를 그 배경으로 지목하고 있다. 중국이 이란과 두터운 경제협력 관계를 맺으면서도 사실상 전쟁을 관망하는 듯한 자세를 취했기 때문이다. 지난 19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통화에서 “충돌 당사국들, 특히 이스라엘이 조속히 휴전해야 한다”고 발언한 것 이외에는 주목할 만한 발표조차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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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카자흐스탄 아스타나에서 열린 제2회 중국-중앙아시아 5개국 정상회담(C5+1)에 참석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EPA=연합뉴스

이와 관련, 미 외교 전문지 포린폴리시(FP)는 “중국은 중동 문제에 엮이고 싶어하지 않는다”며 “(중동에) 군사기지와 동맹 기반이 있는 미국과 달리 중국은 중동에 개입할 능력도, 의지도 없다”고 짚었다.

다만 중국 당국이 이란을 돕지 않는 것 뿐이지, 이번 사태를 마냥 모른 척하는 것은 아니다. 워싱턴포스트는 “중국은 미국의 이란 공습을 (대만 유사 상황에 대입해보고 있다)”며 “중국이 대만을 점령할 경우 미국이 군사대응에 나설 수 있다는 신호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중국은 군사적인 움직임도 보였다. 중국은 군함을 보내 각종 폭격 관련 정보를 탐지했다. 페르시아만에서 전자정찰함(6000t급) 두 척(톈취안싱함과 카이양싱함)이 미군의 공습 상황에서 레이더, 전자기 주파수, 통신 프로토콜 등 다양한 전자전 정보를 수집했다고 한다.

이란에 세 차례 속았던 중국

중국이 이란을 적극 지지하지 않는 배후에 과거 이란의 수차례 배신이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25일 대만 연합보는 중국과 이란의 복잡한 애증 관계를 소개하면서 세 가지 사례를 언급했다.

우선 2018년 12월 멍완저우(孟晚舟) 화웨이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캐나다에서 체포할 수 있는 근거를 이란이 비밀리에 미국에 제공한 경위가 있다. 이에 앞서 이란은 2014년 미국과 협상 과정에서 중국과 은밀한 무역 자료를 미국 측에 제공했다. 미국은 이를 통해 멍완저우를 캐나다에서 체포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한 것으로 전해진다. 또 중싱(中興), 중국석유천연가스그룹(CNPC) 등 중국 대형 국유기업에 수백억 달러의 손실을 입힌 것으로도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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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2월 12일 멍완저우 화웨이 부회장 겸 최고재무책임자(오른쪽)가 경호원과 함께 캐나다 밴쿠버의 한 보호관찰소에 도착하고 있다. 당시 멍완저우는 대이란 제재 위반 혐의로 체포돼 1000만 캐나다 달러의 보석금을 내고 보석 허가를 받았다. AP=연합뉴스

이란은 2015년에는 미국과 핵합의(JCPOA)를 체결하는 조건으로 중국과 맺은 인프라 계약을 파기했다. 이란은 2021년에도 향후 25년간 중국에 석유를 안정적으로 제공하는 대신 중국이 이란에 400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합의했지만, 이듬해 협정을 이행하지 않았다.

2023년 중국이 주도한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의 외교관계 복원 중재외교의 실패도 중국 입장에선 뼈저린 경험이었다. 당시 중국 지도부는 거액의 자금까지 지원하며 양국 간 협정을 체결했다. 그런데 이후 이란의 군사 지원을 받는 예멘의 후티반군이 사우디 유전을 미사일로 공격했다. 결국 중국의 중재 노력은 허사로 돌아갔다.

이란에 대한 불신은 이번 공습 사태에서 중국의 침묵을 이글어내는 원인이 됐다는 게 연합보의 분석이다. 실제로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24일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교장관과 전화 통화에서 “중국은 이란이 주권과 안보를 수호하려는 노력을 지지하며, 이를 바탕으로 진정한 휴전을 실현하도록 노력할 것”이라는 등 원론적 입장을 밝히는 데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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