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폴란드에선 1100만원 깎고, 세르비아에선 28%할인...현대차·기아, 관세 전쟁 속 제3국 판매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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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이 전 세계에서 공격적인 프로모션을 진행하며 '판매량 끌어올리기'에 주력하고 있다. 사진 현대차

미국의 수입차 관세 부과로 완성차 업계의 고민이 깊어진 가운데 현대차·기아가 전 세계에서 6월 프로모션을 진행하며 ‘판매량 끌어올리기’에 주력하고 있다. 향후 미국 내 가격 인상으로 인한 수요 감소에 대비하고, 글로벌 점유율을 지키기 위한 선제적 조치로 풀이된다.

25일 현대차 해외사업망 6개 권역(아시아·태평양,유럽,중동,아프리카,북아메리카,중남미)의 판매 조건을 살펴보면, 국가별로 최대 2300만원까지 할인하는 공격적 프로모션을 진행 중이다. 인기 차종인 투싼·싼타페 같은 스포츠유틸리티(SUV)나 전기차(아이오닉5·6)가 주 대상이다. 폴란드에선 2024년형 투싼에 3만 즈워티(약 1100만원) 할인을, 세르비아에서는 아이오닉 5·6을 최대 1만5000유로(약 2300만원)를 깎아준다. 태국·칠레에서도 각각 1200만원, 1780만원까지 할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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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민 기자

공격적 프로모션은 지난 4월 3일(현지시간) 미국이 수입차에 부과한 25% 관세에 따른 판매 감소 우려를 제3국 판매량 확충으로 완화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차·기아는 관세 부과 직후부터 6일 2일까지 가격 동결을 결정했는데 이 조치를 7월 7일까지 연장한 상태다. 관세 부과 전에 생산되거나 통관된 재고차량으로 버티기에 들어간 것. 하지만 관세부과가 계속된다면 7월 7일 이후 가격인상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실제로 토요타는 7월부터 미국 내 가격 인상을 결정했다.

가격을 인상하면 판매 감소가 예상된다. 지난해 현대차·기아가 판매한 차 4대 중 1대(23.6%)는 미국에 팔렸다. 미국 판매량의 60%는 한국에서 수출했다. '큰손' 미국 내 판매 감소는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25% 관세 부과 이후 현대차·기아 해외법인장에게는 “(다른 권역에서) 10% 더 판매하라”는 특명이 내려지기도 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현대차는 지난달부터 ‘H-Super Save’ 프로모션을 새롭게 실시했다. 투싼·그랜저·싼타페 등 주요 인기 차종에 100만원부터 최대 600만원까지 할인 혜택을 부여하고, 판매 차종의 재고 대수까지 일별로 공개하며 판매를 강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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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는 관세 영향이 본격화한 지난달부터 국내에서 특별 기획전을 진행하며 공격적 프로모션을 펼치고 있다. 사진 현대차 홈페이지

하지만 공격적 마케팅에도 판매량 반등은 뚜렷하지 않다. 현대차 글로벌 공장 판매 실적에 따르면, 현대차 체코공장의 도매판매량은 지난 3월~5월 사이 2만7109대→ 2만5495대→2만1909대로 석 달 연속 감소했다. 체코공장은 현대차가 유럽 전역에 판매하는 차량 생산기지다. 기아도 마찬가지다. 기아가 한국에서 미국을 제외한 각 대륙으로 수출한 물량은 지난 3월 6만1822대에서 5월 5만3081대로 감소했다. 지난달 유럽 전체 차량 판매 규모는 전년 동기 대비 1.9% 성장했지만 같은 기간 현대차는 2.5%, 기아는 5.6% 역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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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2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상무부 회의실에서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과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와 면담을 나누고 있다. 뉴스1

현대차는 우선 한·미 관세 협상을 기다리며 버틴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미국 앨라배마 공장 생산량은 전량 미국 내수로 돌렸다. 3월 이 공장에선 3570대를 인근 국가로 수출했는데, 5월에는 수출량이 14대로 급감했다. 김경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하반기부터 관세로 인한 원가 상승 압력이 본격화해 차량 가격에 반영될 것이고, 이를 전부 소비자에 전가하긴 어려워 결국 수익성도 악화할 것”이라 분석했다. 권용주 국민대 자동차운송디자인학과 교수는 “현대차·기아가 버티기에 들어갔지만, 현지 생산 확대와 한·미 관세 협상 타결이 늦춰진다면 점유율 감소가 불가피하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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