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부동산 ‘대출 죄기’에…‘무담보’ 신용대출이 주담대 금리 보다 낮아졌다
-
3회 연결
본문
서울 집값 급등을 막기 위해 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주담대) 문턱을 높이면서, 신용대출의 금리가 주담대 금리보다 낮아지는 기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25일 기준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신용대출 금리는 연 3.56~5.11%로 같은 기간 주담대 금리(연 3.33~5.88%)보다 상단이 0.77%포인트가량 낮다.

서울 시내 주요 은행 ATM 창구 모습. 연합뉴스
일반적으로 담보가 있는 주담대는 담보가 없는 신용대출보다 금리가 낮다. 대출금리에 포함되는 가산금리는 고객의 신용등급이나 담보 종류 등 신용 프리미엄을 고려해서 정해진다. 신용도가 낮거나 담보가 확실치 않아 돈을 떼일 위험도가 높으면 가산금리를 높여 받고, 그렇지 않으면 가산금리를 낮춘다는 의미다. 담보가 있는 주담대는 담보가 없는 신용 대출보다 위험도가 훨씬 떨어지기 때문에 가산금리도 낮아져 전체 대출금리가 저렴하게 측정된다.
주담대 금리가 신용대출 금리를 넘어서는 역설이 나타난 것은 정부의 가계대출 억제 정책 때문으로 풀이된다. 금융당국이 대출 총량제를 중심으로 은행에 가계대출 증가세를 제한하라고 지침을 내리면서, 주담대의 가산금리가 다른 대출보다 특히 더 많이 올랐다. 이 영향에 전체 주담대 대출금리도 신용대출 금리와 비슷하거나 더 높게 책정됐다.
실제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5대 은행이 지난 4월 취급한 일반신용대출 금리는 평균 연 4.95%로 같은 시기 주담대의 평균 금리(연 3.97%)보다 약 1%포인트 높았다. 하지만 최근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죄기를 은행권에 다시 주문하면서, 주담대 금리는 오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기준금리 인하 영향에 신용대출 금리는 반대로 떨어지면서, 두 대출의 금리가 비슷해지거나 역전되는 현상이 발생했다.
특히 금융당국이 주담대 대출의 고정금리 비중을 늘리라고 은행들에 요구하면서, 변동금리 주담대 금리가 신용대출 금리를 크게 넘어서는 모습이 나타났다. 은행들이 변동금리 주담대의 가산금리를 더 높이 책정한 결과다. 6개월 변동금리 기준으로 25일 우리은행의 주담대 금리(연 3.94~5.42%)는 신용대출 금리(연 4.11~5.11%)보다 상단이 0.31%포인트 높았다. 같은 조건에서 NH농협은행도 주담대 금리(연 3.33~5.88%)가 신용대출 금리(연 3.65~4.95%)보다 상단이 0.95%포인트가량 더 비쌌다.
신용대출에 대출 수요가 몰리는 ‘풍선 효과’도 일부 감지된다. 금융위에 따르면 전월 대비 은행권의 신용대출은 4월과 5월 각각 1조원씩 급증했다. 이달에는 19일 기준으로 5대 은행의 신용대출 잔액이 이미 1조882억원 늘었다. 주가 상승 등으로 ‘빚투(빚을 내 투자하는 것)’를 하는 사람이 느는 가운데 주담대-신용대출 금리 역전 현상도 신용대출 수요를 자극하는 원인이 됐다.
전문가들은 주택 가격을 잡기 위해 금리를 높이는 정책만 쓰면 집값은 잡지 못하고 시장을 왜곡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우려한다. 공급과 세제 등 다른 부동산 대책을 종합적으로 써야 더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는 의미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서울 집값이 오르는 것은 공급 부족과 똘똘한 한 채에 대한 과도한 세제 혜택 때문”이라며 “이런 문제는 해결하지 않고, 대출 금리만 올리면 집값은 잡지 못하고 이자 부담만 늘려 소비를 위축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했다.
댓글목록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