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싸움 거부해도 살코줄 당겼다…동물단체 "소 41% 충돌 거부, 억지 소싸움 멈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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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경북 청도에서 열린 한 소싸움 대회에서, 조교사들이 살코줄을 당겨 싸움소들을 경기장에 억지로 입장시키고 있다. 사진 동물해방물결
'전통 민속놀이'를 계승한다는 명목으로 매년 소싸움 대회가 열리고 있지만, 실제 경기장에서는 소들이 충돌을 강하게 거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동물권 단체인 동물해방물결·동물을 위한 마지막 희망(LCA)이 발간한 '2025 국내 소싸움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2월부터 6월까지 청도·의령·창녕·창원·대구 달성군에서 치러진 전통 소싸움 131경기 중 54경기는 소의 거부로 진행되지 못했다.
김도희 동물해방물결 해방정치연구소장은 "소들은 수만 년의 농경사회를 거쳐 야생성이 제거됐다"며 "싸움소로 길러진 소들이 40%나 끝끝내 경기를 거부하고 나머지도 억지로 붙이지 않으면 싸우지 않는다는 점에서 학대 행위로 본다"고 설명했다.

올해 경북 청도에서 열린 한 소싸움 대회에서 억지로 경기를 치른 싸움소가 혀를 내밀고 개구호흡을 하고 있다. 사진 동물해방물결
경기 중 소들이 피를 흘린 경우는 62.3%에 달했다. 맞서기를 거부하는 소의 살코줄(코에 끼운 '살코'에 연결한 줄)을 당겨 머리끼리 부딪치도록 유도하는 과정에서 코에 심한 상처가 나는 사례도 발견됐다.
동물해방물결은 "코는 소에게 가장 예민한 신체 부위라, 약한 압력에도 큰 통증을 유발할 수 있다"며 "충돌을 거부하는 소의 살코줄을 거칠게 당겨 강제로 끌고 가는 장면이 반복적으로 목격됐고, 이 과정에서 출혈이 발생해도 소독이나 응급 처치는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민속놀이 이유로 소싸움 동물보호법 예외
소싸움에 동원되는 소들은 동물보호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전통 민속놀이'라는 명분으로 동물보호법에서 예외로 두고 있기 때문이다. 동물보호법 제10조 제2항은 도박·광고·오락·유흥 등의 목적으로 동물에게 상해를 입히는 행위를 금지한다. 이에 따라 전국에서 행해지던 투견, 투계 등은 2018년 3월부로 전면 금지됐다.

소싸움에 앞서 24시간가량 움직이기 어려울 정도로 결박 당한 채 대기하는 소. 사진 동물해방물결
동물보호 운동가들은 소싸움 역시 투견, 투계와 본질적으로 같다고 주장한다. 싸움소를 인위적으로 생산해 폐타이어 끌기 같은 고된 훈련을 시키는 등 경기만을 위해 동물권을 극단적으로 제한한다는 이유에서다. 동물해방물결은 “경기장에서 소들이 몸을 움직일 수 없는 수준으로 결박된 탓에 잠들지 못하고 반복적으로 모래를 핥는 등 정형 행동을 하는 모습도 포착됐다”고 했다.
"청소년기 소싸움 관람, 정서에 악영향"
소싸움에 대한 지역 여론도 좋지 않다. 동물해방물결이 소싸움 대회가 주로 열리는 영남 지역의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한 결과, 소싸움 대회의 사행 행위와 아동·청소년의 관람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각각 70.2%, 62.1%로 나타났다.

어린 아이를 동반한 가족 관람객이 청도 소싸움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 동물해방물결
전가일 연세대학교 교육연구소 박사는 "유아·청소년기에 사람들이 동물 사이에 충돌을 강제로 유발하는 폭력적인 상황을 가까이에서 목격하면 지적 혼란을 유발하거나 타자의 고통에 무감각해지는 정서 습관을 형성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동물의 권리와 사회적 인식을 고려해 소싸움을 점진적으로 폐지하거나 방식을 전환해야 한다는 응답(53.4%)도 절반을 넘었다. 동물해방물결은 "전통 소싸움이 과거 농경사회에서 마을 공동체 놀이의 성격이 짙었다면, 현대 소싸움은 사행성 오락이 됐는데도 '전통'이라는 명분 아래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고 있다"며 "혈세를 낭비하며 동물에게 큰 고통을 야기하는 소싸움은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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