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法, 명문대 동아리생 마약 투약 "의심 충분"하다면서도 공소기각…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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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4부(이정희 부장판사)는 25일 마약류관리법 위반(향정)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허모(27)씨에 대한 공소를 기각했다. 사진은 서울남부지법 전경. 뉴스1

수도권 주요 대학교를 중심으로 만들어진 연합동아리에서 활동하며 마약을 투약한 20대 남성에게 형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판결이 나왔다. 법원은 검찰이 경찰로부터 사건을 송치 받기 전 수사에 착수한 것이 현행법상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4부(부장 이정희)는 마약류관리법 위반(향정)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허모(27)씨에 대한 공소를 전날 기각했다. 공소 기각은 소송 조건에 문제가 있어 법원이 사건 본안을 판단하지 않고 재판을 끝내는 판결이다.

법원은 검찰이 검찰청법을 위반했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재판부는 “허씨에 대한 수사를 개시한 검사가 기소까지 했다”며 “검찰청법 제4조1항에 따라 수사 개시 주체와 공소 제기 주체가 분리돼야 한다는 원칙에 반한다”고 했다. 이어 “검찰청법 제4조 2항 단서에 따라 예외적으로 가능하다고 볼 사건에 해당하지도 않는다”고 판단했다.

검찰청법 제4조는 2022년 개정된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법’에 따라 신설됐다. 1항은 검사가 수사 개시한 범죄에 대해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고 규정한다. 검찰청법 제4조 2항 단서에 따르면, 사법경찰관이 송치한 범죄에 대해서는 수사를 개시한 검사가 공소를 제기할 수 있다. 재판부는 경찰이 사건을 송치하기 전에 검찰이 수사를 개시했다며, 검찰의 공소제기 절차가 법률을 위반해 무효라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항소심에서 판결이 위법하다고 하면 1심에서부터 재판을 진행하게 된다”고 했다. 형사소송법 제 366조에 따르면 공소 기각 또는 관할 위반으로 결론 난 재판이 법률에 위반돼 원심 판결을 파기할 경우, 사건을 원심 법원에 환송해야 한다. 검찰은 판결문을 검토한 뒤 항소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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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씨가 속했던 동아리 홍보물. 사진 서울남부지검

다만 재판부는 “피고인은 억울하다고 주장하나 본인이 인정한 사실만으로도 마약 범죄와의 연관성을 의심받기 충분하다”며 “스스로 성실하고 정의롭다고 보기 어렵고 이번 일을 계기로 부끄럽지 않은 삶을 고민하길 바란다”고 지적했다. 허씨는 2022년 12월 텔레그램으로 전달받은 위치 정보를 통해 향정신성의약품 LSD(리서직산디에틸아마이드)를 전달하고 대가로 암호 화폐를 수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허씨가 속했던 ‘깐부 동아리’는 SKY 등 수도권 소재 대학생 300명 규모로 운영됐다. 동아리 회장 염모(32)씨 등은 액상 대마, 케타민 등 마약을 일부 회원에게 접하도록 하고, 텔레그램에서 ‘던지기 방식’으로 마약을 거래해 회원들에게 웃돈을 얹어 판매한 것으로 조사됐다. 앞서 동아리 회장 염씨는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지난 1월 서울남부지법에서 징역 3년, 약물 중독 재활 교육 프로그램 40시간 이수 등을 선고받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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