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쪼개고, 합치고…난제 많은데 말만 많은 금융 조직개편, 금융사 부담만 커질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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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정부가 금융당국 조직 개편을 예고했다. 금융정책과 감독 기능 분리가 논의되는 가운데 새로운 감독 기구가 생기면 부담이 더 늘 수 있다는 금융사 우려도 함께 커지고 있다.

정책·감독 기능 분리…금감위 부활하나

26일 국정기획위원회의 정책 해설서인 ‘대한민국 진짜 성장을 위한 전략’에 따르면 금융당국 조직 개편은 ▶정책과 감독 조직 분리 ▶불공정거래 조사 업무 통합 ▶금융 소비자 보호 기구 독립 크게 3가지로 나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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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범 국정기획위원회 부위원장, 이한주 위원장, 진성준 부위원장, 방기선 부위원장(왼쪽 두 번째부터) 등 참석자들이 지난 1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창성동 별관에서 열린 국정기획위원회 현판식에서 현판 제막을 마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스1

가장 큰 줄기인 정책과 감독 기능을 분리하면, 과거 금융감독위원회 체제가 부활할 가능성이 크다. 금융산업 정책 기능은 기획재정부로 이관되고, 금융감독원은 금감위 소속으로 재편돼 금융시장 감독만 담당하는 방식이다. 그간 금융위가 금융 정책과 감독을 함께하다 보니, 감독 기능이 느슨해졌다는 비판이 있었다. 국정기획위 경제 1분과 소속인 김은경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과거 국회 토론회에서 “(금융 감독 부처인) 금융위가 산업과 손잡아 벌어진 사건이 사모펀드 문제, 동양증권 문제, 저축은행 사태, 가계부채 문제”라고 지적했다.

기능 분리 없이, 조직 나누면 비효율 발생

문제는 금융 산업 정책과 감독 기능을 쉽게 분리할 수 있는지다. 금융위 조직을 보면 산업 정책과 감독 기능이 중첩되는 경우가 대다수다. 이 때문에 과거 금감위 체제에서도 정책과 감독 기능을 분리하기보다는 법령 제정 권한은 재정경제부가, 금융 감독 규정은 금감위가 담당하는 방식으로 업무를 나눴다.

기능 분리 없이 권한만 나누다 보니 업무 중첩으로 감독 업무가 효율적으로 이뤄지지 않는 경우도 많았다. 실제 감사원은 2004년 발표한 감사보고서에서 2002년 신용카드 대란의 원인으로 재경부·금감위·규제개혁위원회·금감원 4개 기관의 감독 소홀을 지적했다. 업무 중첩으로 여러 감독 기관이 감독에 개입하다 보니, 역설적으로 감독 공백이 발생한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당국 조직 개편을 한다면 감독과 정책 기능을 분리해 책임 소재로 명확히 해야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면서 “하지만 어떤 업무가 정책이고, 감독인지 불확실해 이를 나눌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한국판 SEC’, 부족한 공무원 조사인력 걸림돌

주가 조작 같은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한 조사·제재 권한은 오히려 통합하겠다는 것이 이재명 정부의 방향이다. 금융위·금감원·한국거래소에 분산된 불공정거래 조사와 심의·제재 기능을 하나로 모아 미국 증권선물위원회(SEC) 같은 통합 감독 기구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이럴 경우 심리에서 제재까지 1년이 걸리는 불공정행위 처분 절차가 단축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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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검사에 나선 금감원 관계자들. 연합뉴스

문제는 금감원과 거래소의 조사 인력 대부분이 민간인 신분이라는 점이다. 현재 거래소 시장감시본부 직원은 120명, 금감원 불공정거래 조사 인력은 특별사법경찰까지 합해 140여 명이다. 반면 공무원인 금융위 소속 자본시장조사단 조사공무원은 12명에 불과하다.

‘한국판 SEC’가 만들어지면 제재 권한도 커지는데 이를 민간인 직원에게 맡기기에는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감원 조사 인력을 공무원으로 전환하는 방법도 있지만, 급여 등 처우 문제를 둘러싼 금감원 내부 반발이 걸림돌이다.

금감원 쪼개기, 이중 감독 될 수도

독립된 금융 소비자 보호 기구 설치도 이재명 정부 검토 사안이다. 국정위는 정책 해설서에서 “금융소비자 보호를 강화하기 위해 금감원 내부 조직인 금융소비자보호처를 분리해 금융소비자보호원(소보원)을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현재 금융사의 건전성을 주로 감독하고 있는데, 소보원이 새로 생기면, 소비자 민원 관련 감독이 추가로 더 강화될 수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현재 금감원은 금융사 건전성 감독과 소비자 분쟁을 함께 다루다 보니 내부에서 어느 정도 방향성이 정리돼 있다”면서 “하지만 기구가 분리되면, 금융사에 건전성과 소비자 보호와 관련해 이중 지침이 내려올 수 있다”고 예상했다.

“시어머니만 늘어나는 꼴”

섣부른 조직 개편이 오히려 금융사 부담만 더 늘린다는 지적도 많다. 조직이 새로 생길수록 관련 기능이 강화되는 순기능은 있지만, 동시에 규제도 더 늘어날 수 있어서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의 금융 조직 개편 방향은 감독과 소비자 보호를 강화하겠다는 건데, 바꿔 말하면 ‘시어머니’만 더 늘어나는 꼴이라 금융 산업 발전을 오히려 옥죄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면서 “금융 산업도 유기적으로 발전시킬 보완책이 필요해 보인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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