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학문·AI 융합한 연구대학 변신…컬처테크가 미래 경쟁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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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규 중앙대 총장은 첨단산업 기반의 융합 학문인 ‘컬처테크놀로지’가 우리 학교의 미래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김종호 기자
1조1000억 원. 중앙대학교가 지난 2020년 이후 5년간 각종 정부 기관에서 수주한 연구비 총액이다. 전국 종합 사립대 중 5위에 해당하는 규모다(2022~2023학년도). 이런 예산을 토대로 탄생한 화학과 성재영 교수의 ‘나노 입자 형성 과정’ 연구나 물리학과 서재민 교수의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인공태양’ 연구 등은 학계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나노 입자 연구는 신경퇴행성 질환 치료에 중요한 단서가 됐고, 인공태양 연구는 핵융합 에너지 상용화의 실마리를 제공했다.
박상규 중앙대 총장은 지난 25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런 성과를 소개하면서 “한때 약학대, 경영경제대, 연극영화과 등으로 유명했던 중앙대가 연구중심대학으로 확고히 자리 잡았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연구중심대학으로의 전환은 박 총장이 2020년 취임 직후 천명한 학교의 비전이다. 다음은 박 총장과의 일문일답.
- 연구중심대학으로 방향을 잡은 이유는.
- “한국을 넘어 세계와 경쟁하는 대학으로 자리매김하려면 연구 역량 강화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연구 역량이 강화되면 연구비 증대, 시설 개선, 우수 인재 확보 등이 저절로 따라오고, 이것이 다시 연구 역량을 강화하는 선순환이 가능하다. 단기적으로 목표 삼은 게 교육부가 석·박사급 인력 양성을 위해 실시하는 ‘BK(Brain Korea)21’ 사업의 수주다. 심사위원들이 각 분야의 정통한 교수들이라서 연구 역량에 대한 평판도를 가늠하는 잣대가 된다. 총장 취임 직후 교수들과 한 달 넘게 밤을 새워가며 사업보고서를 준비했다. 그 덕에 15개 연구사업이 선정됐다. 작년 중간평가를 거쳐 현재 총 18개 연구사업이 운영되고 있고, 6개의 선도연구센터 유치에 성공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며 학내 교수들 사이에서 연구비 수주가 새로운 가치로 자리 잡은 것도 큰 변화다.”
- 연구 인프라의 확충도 필요할 텐데.
- “올해 11월 약 5만6900㎡(약 1만 7200평) 규모의 첨단공학관이 신축에 들어간다. 2000억 원을 투입해 AI, 반도체 등 미래 산업 핵심분야 인재 육성과 산학협력, 대형 연구개발(R&D) 사업을 위한 공간으로 조성할 계획이다. 2026학년 신설되는 지능형반도체학과 운영을 위해 국제 공인 반도체 팹(Fab·제조시설)도 만들 예정이다. 2022년엔 바이오산업 성장에 맞춰 800병상 규모의 광명병원을 개원해 AI 기반 의료 혁신도 추진하고 있다.”
- 향후 중점 둘 분야는.
- “중앙대만이 잘할 수 있는 분야를 해야 한다. 중앙대 하면 연극영화학과가 떠오를 만큼 예술·콘텐트 분야에서 우위를 갖고 있다. 1999년 국내 최초로 출범한 첨단영상대학원의 영화·컴퓨터그래픽 분야는 서울대와 KAIST를 능가하는 연구 성과를 내고 있다. 산업보안 분야에도 집중 투자해 인재를 양성하려 한다. 소프트웨어 연구에는 향후 6년간 110억 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첨단산업 기반의 융합 학문인 ‘컬처테크놀로지’가 우리 학교의 미래 경쟁력 중심축이 될 것이다.”
중앙대는 2015년 학부 단위로 입학한 후 2학년 때 학과·전공을 정하는 ‘전공개방’ 제도를 도입했다. 때문에 교육부가 지난해 ‘무전공제’의 확대를 추진할 때 유사 제도를 먼저 도입한 중앙대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하지만 중앙대는 무전공 1유형 모집인원을 한 명도 배정하지 않았다. 1유형은 2학년이 되면 의대·사범대 등을 제외한 모든 전공을 문·이과 구분 없이 선택할 수 있다. 반면 2유형은 입학한 학부 안에서만 전공을 선택한다.
- 무전공제를 2유형만 도입한 이유는.
- “중앙대는 이미 전과가 20%, 복수전공은 학생들이 원하는 만큼 받아 주는 등 학과 선택의 자유를 충분히 보장한다. 단과대학별 전공개방 모집인원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으며, 인문사회계열 학생들이 첨단 분야 학과에 접근할 수 있도록 AI, 소프트웨어 분야의 자율 다전공 제도도 구축하고 있다. 굳이 또 한 번의 혼란을 초래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무전공 2유형은 사실상 우리 학교의 전공개방 제도와 동일하다. 우린 매년 교무회의를 통해 다음 해 학과 정원을 정하고 있다. 문·이과 구분을 허무는 무전공제 도입 취지엔 공감하나, 아무런 장치 없이 두면 인기학과, 특히 이공계열로의 쏠림이 더 심화될 것이다.”
- 새 정부에 바라는 바는.
- “교육정책 하나하나가 ‘백년지대계’란 마음으로 장기적인 안목에서 접근했으면 한다. 정책이 만들어지고 사라지는 속도가 너무 빠르다. 의대 증원처럼 숙련된 계획 없이 추진된 정책 때문에 학부모, 학생, 학교의 피해가 크다. 국가가 보다 장기적인 인력 양성 계획을 세우고 이에 맞춰 대학이 움직일 수 있어야 한다. 반대 목소리가 크다면 충분히 설득하고 소통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새 정부의 공약인 ‘서울대 10개 만들기’의 취지엔 찬성한다. 다만, 국내 대학의 80%에 해당하는 사립대에 대한 지원책도 필요하다. 국립대 육성 정책에 맞춰 경쟁력 있는 사립대를 키우기 위한 정책도 마련했으면 한다. 대학이 기존에 추진해왔던 특성화 전략을 유지하면서 교육혁신이 이뤄지는 방향을 권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박상규 총장=1983년 중앙대 응용통계학과를 졸업했다. 2008년 중앙대 입학처장을 시작으로 2015년 행정부총장, 100주년기념사업단장 등을 거쳐 2020년부터 총장을 맡고 있다. 2021년부터 3년간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 수석부회장을 지냈고 지난해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회장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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