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사라졌던 ‘임꺽정’…미국서 돌아왔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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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꺽정’은 ‘오발탄’에 비해 잘 알려지지 않은 유현목 감독의 액션영화다. [사진 한국영상자료원]

“3년 전 유현목 감독님의 특별전을 기획하던 중 갑자기 ‘임꺽정’이 나타났습니다. 이 영화는 ‘오발탄’ 직후 촬영된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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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준 한국영상자료원장은 26일 오후 서울 마포구 시네마테크 KOFA 1관에서 열린 ‘유현목 탄생 100년 전(展): 시대, 장르, 실천’(이하 특별전) 개막식에서 이렇게 말했다. 함께 자리한 정재형 특별전 추진위원장은 “2022년 김홍준 영상자료원장이 취임하자마자 유 감독의 특별전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특별전 기획 중 국내에는 없는 유현목(1925~2009·사진) 감독의 영화 ‘임꺽정’(1961) 필름을 미국에서 찾아냈고, 3년에 걸쳐 디지털로 복원한 영화를 이번 특별전에서 상영하게 됐다.

‘임꺽정’은 한국 리얼리즘 영화의 선구자로 불리는 유 감독의 대표작 중 하나다. 1925년 태어난 그는 영화 ‘교차로’(1956)를 통해 감독으로 데뷔했다. 이후 이범선 원작의 ‘오발탄’(1961)으로 당대 평단의 주목을 받았고, ‘김약국의 딸들’(1963), ‘카인의 후예’(1968) 등 문학작품을 원작으로 한 영화를 다수 만들었다.

‘임꺽정’ 역시 홍명희 작가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백정의 아들로 태어나 부패한 양반 사회에 맞서 민중 봉기를 이끄는 인물 임꺽정을 조명했다. 임꺽정 역의 신영균 외에도 배우 문정숙·최무룡·박노식·엄앵란 등 당대 스타들이 출연했다.

유 감독 작품 중 보기 드문 사극이자 액션 장르물인 ‘임꺽정’은 개봉 직후 약 1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작 반열에 올랐다. 하지만 이후 국내에 있던 필름이 유실되며 다시 보기 어려워졌다. 영상자료원은 “과거엔 원본 필름을 보관하는 개념이 강하지 않았고, 원본을 해외에 수출한 경우도 있어 이 과정에서 유실됐을 확률이 높다”고 전했다.

‘임꺽정’ 필름은 영상자료원이 북미 소재 자료 수집을 위해 2022년 미국 버지니아주 컬페퍼에 위치한 의회도서관 방문 조사를 하던 중 발견됐다. 당시 영상자료원은 의회도서관 산하 ‘패커드 영상음향보존센터’에 소장된 1800여 건의 한국 관련 영상자료 목록을 정리했고, 이 과정에서 ‘임꺽정’ 외에도 심우섭(1927~2015) 감독의 ‘예산시악시’(1971) 등 국내 미보유 극영화와 비(非)극영화 22편을 찾아냈다. 영상자료원은 “이번에 발굴된 ‘임꺽정’ 필름은 1970년대 초 미국 상영을 위해 제작된 35㎜ 상영용 프린트로, 국내외 현존하는 유일본”이라며 “영화진흥공사 LA 사무소가 필름을 수집해 의회도서관에 기증한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영상자료원은 의회도서관과 협업해 ‘임꺽정’을 4K 화질로 복원해냈다. 디지털로 복원된 ‘임꺽정’을 포함, ‘오발탄’, ‘장마’(1979) 등 유 감독의 대표작 16편은 26일부터 다음달 5일까지 시네마테크 KOFA에서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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