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한복 입고 李 배웅한 캐나다 대사 "한국은 캐나다 최고 파트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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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는 한국과 원전·에너지·방산·영화 등 협력 여지가 무궁무진합니다.
지난 25일 서울 중구 캐나다 대사관에서 만난 타마라 모휘니 주한 캐나다 대사의 말이다. '캐나다의 날'(7월 1일)을 앞두고 가진 인터뷰에서 모휘니 대사는 "캐나다는 다양성을 존중하는 이민의 나라, 파트너들과 협력에 능한 나라"라며 한국과 캐나다의 협력 가능성을 여러 차례 힘줘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민주주의, 인권 등 소중한 가치를 공유하고 있어 캐나다에 있어 최고의 파트너"라고 했다.

타마라 모휘니 캐나다 대사가 25일 오전 서울 중구 캐나다 대사관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했다. 그는 캐나다 최초의 주한 여성대사이기도 하다. 전민규 기자
32년차 베테랑 외교관인 그는 지난 3년간 한국에서 일하며 '아하!(AHA!) 모먼트(진정한 가치를 깨닫는 경이의 순간)'를 자주 느꼈다고 전했다.
그는 한복 애호가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캐나다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위해 출국할 때 모휘니 대사가 배웅하며 입은 한복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번 인터뷰 때는 베이지색 개량 한복 차림에 캐나다의 상징인 단풍잎 모양 배지를 달았다. 그는 "전통과 현대가 조화된 개량 한복이 마음에 쏙 든다"며 "일할 때도 편하고 공식 자리에도 어울려서 '한복'(한국어로 부름)을 자주 입는다"고 귀띔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타마라 모휘니 주한 캐나다 대사가 지난 6월 16일 오후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서 캐나다에서 열리는 주요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차 출국하는 이재명 대통령이 탑승한 1호기를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뉴스1
- 캐나다와 한국 간 협력이 활발한 분야는.
- 우선 원전이다. 양국 협력의 역사가 길다. 1983년 월성 원자력발전소에 캐나다 설비 4개가 들어간 게 시작이다. 지난해엔 한국수력원자력과 캐나다 캔두 에너지, 이탈리아 안살도 뉴클리어가 맺은 컨소시엄이 루마니아 원전 1호기 설비 개선 사업을 따냈다. 수주 규모는 2조8000억원이다. 캐나다는 원전 기술이 뛰어나고 한국은 훌륭한 제조 역량을 갖고 있다. 이런 강점을 결합한다면 양국의 에너지 수요도 충족하고 '탄소 제로'로의 전환도 빨라질 것이다.
- 최근 캐나다가 국방예산을 대폭 늘렸다. 한국에도 기회가 될까.
- 마크 카니 총리가 올해 회계연도(2025년 4월∼2026년 3월) 국방예산을 국내총생산(GDP)의 1.4%에서 2%로 끌어올리겠다고 발표했다. 캐나다는 3000t급 잠수함 8∼12척을 도입하는 캐나다 초계 잠수함 프로젝트(60조원 규모)를 추진 중이다.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이 지난 3월 공동 제안서를 제출한 것으로 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도 캐나다 육군에 K-9 자주포를 판매하길 희망하고 있다. 국방 분야는 상호호혜적이다. 기초비행훈련용 헬기인 캐나다산 벨 505 헬기가 한국군에 도입됐다.

타마라 모휘니 캐나다 대사가 25일 오전 서울 중구 캐나다 대사관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했다. 전민규 기자
- 한국은 최근 캐나다산 원유를 수입했는데 초기 성과는.
- 만족스럽다. 캐나다산 원유의 대(對)한국 운송 기간이 10일로 다른 국가에 비해 빠른 게 강점이라 수요가 많았다. 지금 속도라면 캐나다산 원유의 연 수출량은 10억 달러(약 1조3632억원)가 될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캐나다의 대한국 수출 총액이 15% 늘게 된다. 수출하는 캐나다에도 좋지만, 수입하는 한국 기업에도 일자리 창출 등 기회가 생긴다. 또 캐나다의 시더 액화천연가스(LNG) 프로젝트에 삼성중공업이 참여해 15억 달러(약 2조452억원) 규모의 부유식 플랫폼을 건설하고 있다.
- 콘텐트 산업 협력도 활발하다.
- 한국 드라마 '도깨비'와 한국 배우들이 대거 출연한 미국 드라마 '파친코'는 일부 장면을 캐나다에서 찍었다. 올해 캐나다가 부산국제영화제 주요 참여국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캐나다 영화계는 헐리우드 등의 해외 제작사와 오랜 기간 협력하면서 우수한 영화 인력과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한국 제작사들을 환영한다.
- 전 세계적인 화두인 인공지능(AI)에서 캐나다가 강국이 된 비결은.
- 캐나다는 2017년 세계 최초로 국가 차원의 AI 정책을 내놓고 기금을 조성했다. 노벨상 수상자인 제프리 힌턴 토론토대 교수 등 세계적인 석학을 배출했다. 토론토·몬트리올·에드먼턴 등을 다국적 벤처캐피털과 R&D 센터의 지원을 받는 'AI 허브'로 만들었다. 비결은 정부·기업·학계가 협력했다는 점이다. 캐나다 고등연구소(CIFAR)를 통해 정부가 기초 기술과 연구개발에 장기적인 안목에서 투자하고 있다. (모휘니 대사는 'CIFAR'가 멀리 내다본다는 뜻의 'See far'와 발음이 같다며 웃었다.) 학계와 기업이 다양한 배경의 우수한 유학생과 이민자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지원한 것도 성과로 이어졌다.

타마라 모휘니 캐나다 대사가 25일 오전 서울 중구 캐나다 대사관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했다. 전민규 기자
- 미국과의 '관세 전쟁'이 한창이다.
캐나다도 관세 압박을 받지만 현명하게 대처하겠다. 우리의 대응 논리는 이렇다. 미국 32개 주(州)에 수출되는 캐나다 제품의 70%는 미 제조업에서 중간재로 쓰인다. 즉, 여기에 관세를 물리면 미국도 손해다. 캐나다-미국 간 상품·서비스 규모는 연 1조 달러(약 1363조원)이며 캐나다가 미국 내 일자리 800만 개를 창출한다. 미국발 관세 전쟁을 계기로 캐나다는 무역 다변화에도 힘을 기울일 방침이다. 한국 소비자에게 캐나다산 와인·돼지고기·바닷가재·조개관자·연어·블루베리·체리 등을 널리 알릴 기회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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