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N만뷰 광고엔 '이것' 있다…Z세대 사로잡는 요즘 공식 [비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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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트렌드
트렌드는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욕망과 가치를 반영합니다. 예측할 수 없는 미래의 모호함을 밝히는 한줄기 단서가 되기도 하고요. 비크닉이 흘러가는 유행 속에서 의미 있는 트렌드를 건져 올립니다. 비즈니스적 관점은 물론, 나아가 삶의 운용에 있어 유의미한 ‘인사이트’를 전합니다.

지난 5월 공개돼 화제를 모은 환타 멜론의 광고. 사진 코카콜라코리아 유튜브 캡처
요즘 광고, 보다 보면 “이게 광고야?” 싶은 순간 한 번쯤 있지 않나요. 제품은 잘 안 보이고, 유행어만 반복되는데도 묘하게 기억에 남죠. 그 중심엔 바로 ‘밈(meme·온라인 유행 콘텐트)’이 있습니다. 짧고 강한 웃음, 순식간에 퍼지는 확산력으로 브랜드를 ‘재밌는 존재’로 각인시키는 힘이 크죠.
최근 화제가 된 음료 브랜드 광고가 그 전형입니다. 광고인지 스마트폰 티저인지 헷갈릴 정도로 감쪽같은 연출로 시작돼요. 처음 6초 동안 ‘마침내 국내 상륙’이라는 자막과 함께 스마트폰이 지구를 향해 날아오고, 음악도 SF 영화처럼 웅장하죠. 그런데 정체는 다름 아닌 신제품 ‘환타 멜론’. 이 ‘어이없는 반전’과 ‘노맥락(맥락 없는) 유머’가 밈으로 승화하며 Z세대 취향을 정조준했고, 유튜브에 올라온 숏폼 영상은 지난 5월 1일 공개 이후 한 달 반 만에 누적 조회수 약 840만회를 기록했어요. 이처럼 밈이 어떻게 광고 문법을 바꾸고, 왜 Z세대는 이런 광고에 열광하는지 짚어봤습니다.
밈 광고의 4가지 공식…‘웃긴 척’도 전략이 된다

방송인 전현무가 '밈'화에 성공한 오로나민C 광고. 사진 동아오츠카 유튜브 캡처
밈은 본래 1989년, 영국 진화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가 제안한 ‘모방하는 문화 단위’를 뜻합니다. 오늘날엔 Z세대의 언어이자 놀이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죠. 단순 유행어 나열을 넘어 감정을 자극하고, ‘공유’를 유도하는 방식으로 진화했어요. 소셜미디어(SNS)에서 “나만 웃긴 거 아니지?” 같은 댓글이 달리고, 광고는 짤로 재가공돼 또 다른 밈을 낳는 구조죠. 2015년 ‘머리부터 발끝까지 오로나민C~’라는 멜로디와 춤으로 소비자에게 각인된 오로나민C 광고처럼, ‘따라 하고 싶은 충동’까지 유발해야 진짜 바이럴이 터집니다.
하지만 단순히 웃기기만 해선 부족해요. 업계에서는 밈 광고의 성공 조건으로 ▶의외성과 유머 ▶반복 가능한 구조 ▶대중문화 코드 ▶브랜드 메시지 최소화 등을 꼽습니다. 버거킹은 2021년 배우 김영철의 “사딸라(4달러)!”나 그에 앞서 2019년 김응수의 “묻고 더블로 가” 같은 밈의 주인공을 직접 섭외해 광고에 등장시켰어요. 단순 패러디를 넘어 ‘밈 고증’에 가까운 연출로 수백만 조회수를 기록했고, ‘레트로 감성’과 ‘인터넷 유머’ 사이에서 절묘한 균형을 잡았죠.

부부 시트콤 콘셉트로 기획해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백설 1분링 광고 장면. 사진 돌고래유괴단 유튜브 캡처
이달 초 CJ제일제당이 선보인 ‘백설 1분링’도 상황극을 전면에 내세운 밈 광고로 Z세대의 공유 본능을 자극하며, 2주 만에 4000만 뷰를 돌파했어요. “그 광고 되게 웃겼는데, 브랜드 뭐였지?”라는 반응을 끌어내는 전략이죠.
브랜드가 밈을 기획한다…감성은 옵션이 아닌 필수
이젠 브랜드가 아예 밈을 ‘설계’하기도 합니다. 롯데리아 광고 속 “니들이(너희가) 게 맛을 알아?”는 2000년대 초반부터 밈처럼 소비됐고, 2023년 농협은행은 외국인 고객의 오타에서 유래한 밈 “넘흐옙(예뻐)”을 수용해 ‘예쁜 마음을 저축하는 은행’이라는 슬로건으로 확장했죠. 밈이 브랜드 감성과 자연스럽게 연결될 때 진짜 효과가 나타난다는 겁니다.

Z세대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안경만두' 캐릭터와 시너지를 내고 있는 비비고 만두. 사지 비비고 X 캡처
지난 3~4월엔 비비고가 X(구 트위터)에서 유행한 ‘안경만두(픽셀 그래픽의 만두가 안경을 쓴 모습)’ 밈을 브랜드 캐릭터로 수용해 디지털 굿즈(짤, 배경화면 등)와 증명사진 키링, 안경 거치대까지 제작했어요. Z세대의 자발적인 밈 소비가 이어지며 SNS에 “오늘 안경만두 정식(비비고 만두) 먹었어” 같은 문장이 자연스럽게 퍼졌고요.
이들은 단순히 ‘재미있는 계정’이 아닌, 실시간으로 반응하며 ‘노는 친구’ 같은 존재로 다가가고 있어요. 비비고 관계자는 “다른 SNS 플랫폼은 하나의 콘텐트를 발행하기까지 며칠에서 몇 주가 걸리지만, X는 텍스트와 짤(밈 이미지) 중심이라 빠르게 소통할 수 있다”며 “기획된 콘텐트보다 현재 젋은 층이 주목하는 소재를 실시간으로 활용하는 전략이 더 유효하다”고 말했죠.
실제로 앱 분석 업체 와이즈앱 조사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5월까지 잘파세대(1995년~2010년생) 사용자 비율이 높은 앱은 대학교 커뮤니티 앱 에브리타임, 음성 채팅 플랫폼 디스코드에 이어 X(63.8%)가 3위를 차지했어요. 인스타그램 등 보다 트렌드 전파 속도가 빠르다는 점에서, 브랜드들이 X 중심으로 밈 실험을 이어가는 이유입니다.
왜 Z세대는 밈 광고에 열광할까

가장 최근 유행하는 Z세대 밈을 적극 활용해 눈길을 끈 불닭볶음면 밈 광고. 사진 불닭볶음면 X 캡처
Z세대가 밈 광고에 반응하는 이유는 명확합니다. 짧고, 재밌고, ‘발견되는’ 콘텐트이기 때문이죠. 이들은 평균 15초~1분 안팎의 숏폼 중심 콘텐트에 익숙하고, 정보를 ‘찾는’ 세대라기보다 ‘발견하는’ 세대예요. 15~19세 SNS 사용자의 주요 이용 목적은 ‘재미있는 콘텐트 보기’였고, 하루 5시간 이상 콘텐트를 소비하는 ‘헤비 유저’ 비율도 높았다는 설문 조사 결과도 나왔죠(메조미디어, 2025 타깃 리포트).
이처럼 광고도 ‘자연스럽게 발견’되어야 반응이 옵니다. 반전 설정, 말장난, 엉뚱한 상황처럼 Z세대 감성 코드를 정교하게 배치하는 이유죠. 또 Z세대는 광고를 ‘회피’하기보다 ‘능동 소비’합니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조사에 따르면 이들은 처음부터 사려던 제품보다, 재밌는 콘텐트를 통해 접한 제품에 더 관심을 갖는 경향이 높아요. 그래서 광고는 더는 제품을 설명하지 않아요. 오히려 ‘밈이 되는 방식’을 먼저 기획하죠. 업계에선 “제품보다 상황을 먼저 만들라”는 말이 정석처럼 통한다고 해요.
해석은 진지해야…밈의 성패는 ‘브랜드 감각’서
밈은 브랜드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지만, 동시에 양날의 검이기도 합니다. 유행을 무작정 좇거나, 맥락을 잘못 읽으면 소비자 반감을 부를 수 있어요. 원출처에 대한 고려 없이 차용할 경우, 비판 여론은 더 거세지죠. 실제로 지난해 11월 한 아이스크림 브랜드는 수능 시즌 ‘럭키비키 모찌’를 출시했다가, 아이브 인기 멤버 장원영의 창작어 ‘럭키비키’를 도용했다는 논란 끝에 사과하고 제품을 단종했고, 한 항공사는 2023년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이번 학기도 (헛) 수고하셨습니다”란 문구를 사용했다가 학업 스트레스를 조롱한다는 반발에 부딪혔죠. 결국 회사 측은 “솔직한 MZ세대 사이에서 유행하는 밈을 활용해 ‘유머 콘셉트’로 제작했던 것”이라는 해명을 내놨죠.

아이브 장원영이 만든 밈 '럭키비키'를 활용해 출시했던 아이스크림 상품과 장원영이 방송 중 "럭키비키"를 외친 장면. 사진 베스킨라빈스 홈페이지, Mnet 방송 화면 캡처
그래서 요즘은 브랜드 감성을 녹인 ‘내러티브형 밈’이 주목받습니다. 단순히 웃기기보다, 브랜드 철학과 세계관을 밈에 녹여야 오래 기억되는 시대죠.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밈 광고는 눈에 띄기 쉽지만, 가볍고 시류에 영합하는 숟가락 얹기로 보일 수 있다”며 “한국은 유행 주기가 짧기 때문에 롱런(장기흥행)이 어렵고, 밈 자체 보다는 그 밈 콘텐트의 주인공이나 당사자와 협업해 스토리텔링을 이어가는 방식이 효과적”이라고 조언했어요. 결국 밈은 ‘재미만 있는’ 콘텐트가 아니라, ‘재미도 있는’ 브랜드 언어가 되어야 소비자와 시너지 효과를 내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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