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한때 LPGA 투어 진출 후회했지만”…임진희-이소미, 동반 우승 쾌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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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희(왼쪽)와 이소미가 30일 열린 LPGA 투어 다우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뒤 서로를 웃으며 바라보고 있다. 성호준 골프전문기자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도 했다. 메인 후원사까지 잃고, 다른 선수들과의 기량 차이는 좁혀지지 않고…. 그래도 ‘언젠가는 나도 해낼 수 있다’는 생각으로 도전했다.”
지난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동반 데뷔 후 좀처럼 우승의 연이 닿지 않았던 임진희(27)와 이소미(26)가 30일(한국시간) 미국 미시건주 미들랜드 골프장에서 열린 ‘2인 1조’ 대회 다우 챔피언십에서 우승했다. 최종라운드에서 8타를 줄여 합계 20언더파로 렉시 톰슨(30)-메간 캉(28·이상 미국) 조와 동타를 이뤘고, 18번 홀(파3)에서 치러진 포섬 방식의 연장전에서 버디를 잡아 파를 기록한 톰슨-캉 조를 제쳤다.
둘은 우승상금 80만5382달러(각각 40만2691달러, 약 5억5000만원)를 받았고, 2년짜리 시드를 확보했다. 이 대회는 단체전 성격이지만, LPGA 투어는 이를 공식 우승으로 인정한다. 또, 올해 한국 선수의 우승은 김아림(30), 김효주(30), 유해란(24)과 더불어 4승으로 늘어났다.
1998년생 임진희와 1999년생 이소미는 모두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를 거쳤다는 공통점이 있다. 2018년 데뷔 후 빛을 보지 못하던 임진희는 2023년 홀로 4승을 휩쓸며 실력을 인정받았다. 남들보다 늦은 초등학교 5학년 때 처음 클럽을 잡아서인지 엘리트 코스인 국가대표는 지내지 못했지만, 끊임없는 노력으로 가능성을 키웠다. ‘독종’이란 별명처럼 가장 빨리 연습장으로 나와 자신의 스윙을 점검했고, 누구보다 늦게까지 연습 그린에서 머물며 부족한 부분을 채웠다.
임진희와 달리 2017년 국가대표를 거친 이소미는 빠르게 두각을 나타냈다. 2020년 처음으로 KLPGA 투어 정상을 밟았고, 2021년과 2022년에는 연속해서 2승씩 기록했다. 임진희 못지않은 연습량을 자랑하고, 승부처 집중력도 뛰어나 우승 기회를 놓치지 않는 승부사로 유명했다. 이처럼 다른 듯 닮은 임진희와 이소미는 2023년 12월 LPGA 투어 Q-시리즈에서 각각 공동 17위와 공동 2위를 기록해 풀시드를 확보하고 해외 진출을 확정했다.
그러나 LPGA 투어는 이들에게 쉽사리 자리를 내주지 않았다. 지난해 우승을 맛보지 못했고, 올 시즌에도 10개 대회를 넘게 치르는 동안 무관의 아쉬움을 씻어내지 못했다. 이 사이 둘 모두 메인 후원사와의 계약이 종료돼 임진희는 지난 4월 신한금융그룹 모자를 새로 썼지만, 이소미는 여전히 새 스폰서를 찾지 못해 로고가 없는 민무늬 모자를 쓰고 있다.

임진희(왼쪽)와 이소미가 30일 끝난 LPGA 투어 다우 챔피언십 우승 트로피를 함께 들어 올리고 있다. 지난해 나란히 데뷔한 둘의 마수걸이 동반 우승이다. 사진 LPGA
녹록치 않은 LPGA 투어 생활을 이어오던 둘에게 이번 대회는 절호의 기회가 됐다. 2인 1조로 경기하는 다우 챔피언십은 팀워크만 잘 맞으면 큰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무엇보다 둘은 KLPGA 투어를 시작으로 Q-시리즈와 각종 해외 무대를 함께 소화한 터라 다른 팀보다 호흡이 잘 맞았다.
3라운드까지 13언더파 단독선두 세라 슈멜젤(31·미국)-알반 발렌수엘라(28·스위스) 조에게 1타 뒤졌던 임진희와 이소미는 포볼 방식으로 치러진 최종라운드에서 전반 버디 5개로 순항했다. 이어 후반 버디 2개를 추가해 20언더파의 톰슨-캉 조를 1타 차이로 따라붙었고, 파4 17번 홀에서 이소미가 버디를 잡아 공동선두가 됐다.
18번 홀에서 펼쳐진 연장전에선 톰슨이 기선을 제압했다. 안정적인 티샷으로 핀 2m 옆을 지켰다. 그러나 이소미도 4m 안쪽으로 핀을 공략했고, 임진희가 버디 퍼트를 떨어트렸다. 반면 캉은 짧은 퍼트를 놓치면서 희비가 엇갈렸다.
임진희는 “선배님들께서 워낙 실력이 뛰어나셔서 지난해 루키로 들어왔을 때 적잖은 압박감을 받았다. 그래도 우리가 이렇게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면서 자신감을 얻게 됐다. 앞으로 더 많은 우승을 하고 싶다”고 웃었다. 이소미는 “사실 ‘여기까지 괜히 왔나’라는 후회도 들었다. 후원사도 잃고, 경쟁에서도 계속 밀렸다.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도 들었지만 ‘언젠가는 나도 해낼 수 있다’는 믿음으로 도전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이소미는 “선배들을 보면서 우리가 꿈을 키웠다. 최근 한국 선수들의 기량이 떨어졌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우리는 정말 최선을 다해 뛰고 있다. 한국 여자골프는 절대 죽지 않았다. 포기하지 않는 한 다시 올라갈 수 있다고 믿는다. 한국 선수들이 얼마나 강한지 증명할 수 있는 시간이 왔으면 좋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성호준 골프전문기자 xxxxxxxxxxxxxxxxxxxxxxxxx, 고봉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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