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주식·비트코인 투자"…5년간 372차례 보조금 5억원 빼돌린 前문화의집 관장

본문

17513473525129.jpg

전북특별자치도 전주시 만성동 전주지방법원 전경. 김준희 기자

업무상 횡령 등 징역 3년 선고 

2019년 전북 문화계를 발칵 뒤집은 대규모 국가보조금 횡령 사건이 6년 만에 법원에서 일단락됐다. 5년간 수억원을 빼돌린 혐의로 기소된 전주 지역 한 문화의집 전 관장 A씨(54)가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되면서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주지법 형사3단독 기희광 판사는 최근 업무상 횡령·보조금 관리법 위반·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A씨와 비슷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주문화재단 전 사무국장 B씨(53) 등 3명은 각각 벌금 100만원을 선고받았다.

A씨는 2014년 8월부터 2019년 4월까지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기관인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지역문화진흥원·예술경영지원센터·한국문화의집협회·한국문화원연합회 등에서 주관하는 국가보조금 사업을 수행하면서 모두 372차례에 걸쳐 거래처에 인건비와 물품 대금, 교육 재료비 등을 허위 또는 과다 지급한 후 돌려받는 수법으로 약 5억1300만원을 챙긴 혐의로 기소됐다. 이 사건은 A씨가 2014년 2월 문체부 산하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에 청소년비행예방센터 계획서를 제출해 사업자로 선정된 다음 국가보조금 2100만원을 받은 게 발단이 됐다. 이후 같은 해 8월 19일 강의를 하지 않은 모 업체 대표에게 강사비 명목으로 57만원을 지급한 뒤 같은 달 25일 문화의집 직원 명의 계좌로 41만원을 돌려받았다. A씨가 이런 식으로 보조금을 임의로 쓰거나 다른 용도로 사용한 건수와 금액은 각각 211차례 2억8400만원, 161차례 2억2900만원에 달했다.

17513473527245.jpg

국내 최초 법 교육 테마공원인 대전 솔로몬로파크 헌법광장에 서 있는 ‘정의의 여신상’. 김성태 객원기자

문체부 보조금 5억원 빼돌린 혐의 

A씨는 재판 내내 “사업비는 사업 용도에 맞게 전부 지출됐다”며 “인건비를 허위로 지급한 적이 없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애초 예산계획서에 기재된 사람 대신 다른 사람이 일했지만, 사업 종료 1개월 전엔 인력 변경 신청이 불가능해 계획서에 적힌 사람에게 인건비를 지급한 후 이를 돌려받아 대체 인력에게 지급했다는 취지다. A씨는 “반환된 돈은 수령자들이 자발적으로 기부한 후원금이고, 사업 수행을 통해 받은 인건비는 직원 간 합의에 따라 조성한 공동 자금이어서 사업비와 달리 ‘용도나 목적이 엄격히 제한된 자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반환된 돈은 피고인 지시에 따라 이뤄진 허위 인건비 지급, 허위 세금계산서 발행 등을 통해 조성된 자금이므로 피고인이 수령자들에게 자금을 지급한 행위 자체가 불법 영득 의사를 표출한 것”이라며 A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A씨 지시로 자금을 조성했다” “후원금을 지급한 사실이 없다” 등 문화의집 직원과 업체 측 진술을 근거로 삼았다.

17513473529151.jpg

정의의 여신상과 헌법, 판사봉. 사진 셔터스톡

재판부 “관련자들 회유…엄벌 필요”

재판부는 A씨가 ‘후원자’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계속된 거래관계로 A씨의 영향이 미치는 영세 업체나 강사, 오래 알고 지낸 지인인 점, 이들에 대한 대금 지급과 반환이 즉시 또는 약 일주일의 짧은 기간 안에 이뤄진 점, 후원금으로 지급된 돈 액수가 업체들 규모나 거래 금액에 비춰 과도한 점 등을 지적했다. 관련자 상당수는 “돌려받은 돈은 후원금이거나 미지급 급여를 받은 것이라고 진술해 달라”는 A씨 요청으로 수사기관이나 법정에서 A씨에게 유리하게 진술하거나 진술을 번복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차명 계좌를 통해 조성된 자금을 지인에게 이자를 받고 빌려 주거나 본인 계좌로 이체한 뒤 주식·비트코인·펀드 투자, 집 수리, 땅 소유권 이전 등 보조금 사업과 무관한 개인 용도로 썼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범행 기간과 방법, 횡령 및 유용한 액수 등에 비춰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며 “피고인이 관련자들의 일치된 진술과 객관적 증거에 반하는 주장을 함에 따라 수사와 재판이 장기간 진행됐고, 그 과정에서 관련자들에 대한 회유를 시도한 정황도 확인돼 엄벌할 필요가 있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A씨는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A씨 항소심 첫 공판은 오는 8일 전주지법 제3-2형사부(부장 황지애) 심리로 열린다.

0
로그인 후 추천을 하실 수 있습니다.
SNS
댓글목록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전체 53,600 건 - 1 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