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총리의 운명을 가를 참의원(상원) 선거가 오는 20일 치러질 전망이다. 이시바 총리가 연립여당(자민당+공명당)으로 과반 의석 확보(125석)를 목표로 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선거에서 ‘취업 빙하기 세대’ 대책이 선거 쟁점이 될 수 있다고 마이니치신문이 1일 전했다.

지난 23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AFP=연합뉴스

취업빙하기 세대는 일본의 고도 경제 성장기를 뜻하는 ‘버블기’에 이어 1993년부터 2004년 사이 학교를 졸업해 취업활동을 했던 이들을 칭하는 말이다. 현재 40대에서 50대인 이들은 일본 전체 인구의 6분의 1(약 1700만~2000만명)을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크다.

이들이 이번 참의원 선거의 쟁점으로 떠오른 배경엔 취업이 녹록하지 않았던 당시 시기의 영향이 있다. 버블이 한순간에 꺼지면서 경제 침체가 시작되자, 기업들은 정규직 사원 채용을 줄이고 파견이나 아르바이트와 같은 비정규직 일자리를 늘렸다. 비정규직으로 일하면서 결혼해 아이를 키우고, 부모 세대의 돌봄까지 책임지고 있는 이들의 가장 큰 문제점은 노후 문제. 마이니치는 “후생연금 가입 기간이 짧고 노후의 낮은 연금이 위험한 경우도 있다”고 지적했다.

더 큰 문제는 이들이 최근 몇 년 사이 일본 정부가 추진해온 ‘임금 인상’ 혜택에서도 소외되고 있다는 점이다. 다이이치(第一)생명경제연구소가 일본 후생노동성의 조사를 분석한 결과, 지난 2019년부터 2024년 사이 급여(시간 외 수당 제외)가 가장 크게 늘어난 연령대는 20~24세(10.3%)인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40~44세(0.1%)와 45~49세(2.1%)는 소폭 증가하는 데 그쳤고, 50~54세는 3%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마이니치신문은 지난달 이시바 총리가 관계 각료 회의에서 이 빙하기 세대를 대상으로 한 ‘공무원 중도 채용’이나 직업훈련 등을 지원하기로 한 것이 이번 선거와 관련이 있다고 분석했다. 야당 역시 임금인상을 한 기업을 대상으로 세제 우대를 해주는 방안을 선거 공약으로 내거는 등 다양한 지원책을 내걸면서 표심 잡기에 나섰다는 것이다.

지난달 23일 총리관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는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 로이터=연합뉴스

한편 오는 3일부터 본격적인 선거 운동이 시작되는 가운데 이시바 총리 상황은 녹록지 않을 전망이다. 이번 참의원 선거에서 목표대로 과반 의석을 달성하는 경우 이시바 총리는 앞으로 3년간 다음 참의원 선거 때까지 ‘황금의 3년’을 보낼 수 있지만 민심은 이시바 총리 편이 아닌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최근 요미우리 신문 지지율(6월 27~29일) 조사에서 이시바 총리의 지지율은 32%로 횡보세를 보인 데다, 마이니치신문 조사(6월28~29일)에선 24%로 20%대를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통상 지지율이 30%를 넘지 못하면 ‘퇴진 위기’로 분석되는데, 최근 도쿄도의회 선거까지 참패하면서 입지는 좁아진 상황이다.

외부 정세도 이시바 총리에게 어렵게 돌아가고 있다. 측근인 아카자와 료세이(赤沢亮正) 경제재생상을 앞세워 미국과 7차 관세 협상을 벌였지만 타결은 오리무중이다. 여기에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SNS(소셜네트워크 서비스)에 “일본이 쌀 부족을 겪고 있는데도 미국 쌀을 수입하지 않는다”며 일본에 ‘서한’을 보내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도 부담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