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EU, 미국에 "선제적 면세 해달라"…영국식과 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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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EU)이 미국에 포괄적 무역 합의가 체결되자마자, 선제적으로 면세를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1일(현지시간) 폴리티코가 보도했다.

EU 측은 오는 9일 0시(미 동부시간)까지인 관세 협상 시한 전, 큰 틀의 합의를 체결하되 세부 협상 기간엔 관세를 부과하지 않겠다는 미국의 약속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다수의 EU 회원국은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에 "이런 조치가 없으면 어떤 형태로도 합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전했다. 즉, EU가 기본관세(10%)를 수용하려면 미국이 먼저 세부 협상동안에는 '면세' 조건을 받아들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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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20년 1월 21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제50차 세계경제포럼(WEF) 연차총회에서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장과 양자 회담에 참석하고 있다. REUTERS

이런 요구조건은 10% 기본관세를 유지하면서도 포괄적 합의체결 시점부터 자동차·철강 관세를 인하 또는 면제하는 조치가 포함된 영국-미국 간 합의와 유사하다. 현재 EU 회원국은 미국이 부과하려는 자동차 관세(25%), 철강·알루미늄 관세(50%)를 협상을 통해 인하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EU 회원국 대사들이 지난달 30일 비공개회의에서 곧 방미하는 마로시 셰프초비치 EU 무역·경제안보 집행위원에게 "보다 강경한 입장을 취해달라"고 주문했다고 보도했다.

셰프초비치 EU 집행위원은 오는 3일 미국에서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만난다. 이날 자리는 협상 시한 종료 전 마지막으로 양측이 대면하는 자리다. 양측은 미국이 제시한 2쪽 분량의 '원칙적 합의'를 중점적으로 논의할 계획이다. 기한인 9일 전까지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EU에 대한 미국의 관세율은 50%로 올라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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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로시 셰프초비치 EU 무역·경제안보 집행위원이 30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EU-우크라이나 심층 및 포괄적 자유무역지대에 관한 기자회견에서 연설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EU 국가 간 입장차 커…프랑스 "불균형 조건 수용 못 해"

문제는 현재 EU 회원국 간 입장차가 커서 집행위의 협상력이 낮다는 점이다. 독일과 이탈리아는 일단 빠르게 미국과 합의하자는 입장인 반면 프랑스는 10% 기본관세 유지 등 불균형한 조건은 수용할 수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이와 관련, 트럼프 대통령은 영국과의 합의, 대(對)중국 무역분쟁 일시 휴전 등으로 자신감을 얻은 상황이라 EU와의 협상에 강경한 태도로 나올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미국 법무법인 사이들리 오스틴의 국제무역 변호사 테드 머피는 "EU는 이번 협상을 일반적인 무역협상처럼 접근하는 것처럼 보이는 데 치명적인 실수"라고 지적했다.

실제 스페인의 경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의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의 5%까지 인상하는 구상에 난색을 보였다가 트럼프의 반감을 샀다. 지난 19일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에게 서한을 보내 "스페인을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는 유연한 방식을 택해달라"고 요청했다. 산체스 총리는 "국방비 지출을 5%까지 늘리면 우리 복지제도와 양립할 수 없다"면서 스페인에 적정한 국방비 지출 규모는 GDP의 2.1%라고 주장했다. 이에 트럼프는 "스페인에 새로운 관세를 부과하겠다"며 위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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