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KBO 찢는다, 타이거즈 새 발톱 오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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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를 치고 기뻐하는 KIA 오선우(오른쪽). 전남 함평의 2군 구장에서 절치부심했던 오선우는 부상자들의 공백을 메우며 KIA의 최근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 [뉴스1]

“제가 1996년생이니까 늦어도 많이 늦었죠. 그래도 그 인내의 기간이 없었다면 지금의 제가 있었을까요?”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는 요새 ‘함평 타이거즈’라는 새로운 이름을 얻었다. 전남 함평의 2군 구장에서 성장한 후보 선수들이 주전선수 부상 공백을 메운 덕분에 KIA가 지난달 KBO리그 승률 1위(0.682·15승2무7패)에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함평 타이거즈의 상징적인 선수로 1루수 오선우(29)를 꼽는다.

2019년에 데뷔한 오선우는 지난해까지 주로 2군에 머물렀다. 펀치 하나는 빼어나지만, 정확성이 부족해 1군에서는 좀처럼 기회를 얻지 못했다. 그런데 올 시즌 나성범(종아리), 김도영(햄스트링), 김선빈(종아리) 등이 줄부상으로 낙마해 기회를 얻었다. 그는 모처럼의 기회에 알토란 같은 활약을 펼쳤고 주전으로 자리매김했다. 팀도 그의 활약으로 상위권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최근 만난 오선우는 “요새 우리 더그아웃에 독특한 문화가 생겼다. 누구 하나라도 잘하면 자기 일마냥 기뻐하고 응원한다. 아무래도 함평에서 함께 고생했던 선수들이 많아서인지 조금 더 기를 북돋으려는 분위기”라며 “나를 비롯해 김석환, 박민, 김규성 등 백업 선수들이 잘해 뿌듯하다. 우리 활약이 2군에서 땀 흘리는 후배들에게 응원의 메시지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 더 힘을 낸다”고 말했다.

배명고-인하대를 거쳐 프로에 데뷔한 오선우는 KIA가 기다려온 ‘거포’다. 체격(키 1m86㎝·몸무게 95㎏)과 힘이 좋아 최형우·나성범을 이을 중심타자 감으로 주목받았다. 그런데 1군에만 올라오면 잘 풀리지 않았다. 점차 자신감을 잃었고 자리를 잡지 못했다. 후배들은 하나둘 1군에 불려 올라갔지만, 그만큼 그의 기회는 줄어들었다. 그는 “오래 걸리기는 했다. 그러나 그 기다림이 헛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나는 천재가 아니다. 실패하면서 소중한 경험을 쌓았고 그렇게 계속 성장했다고 느낀다”고 자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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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런을 친 오선우가 호랑이 인형을 몸에 걸고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뉴스1]

사실 오선우는 2002 한·일월드컵을 보며 축구선수를 꿈꿨다. 축구가 한창 뜨던 시절이라 그런지 초등학교 축구부 시절 경쟁은 치열했고 주전 싸움에서 밀렸다. 장래를 고민하던 상황에서 “체격이 좋으니 야구를 해보라”는 권유를 받았고, 뒤돌아보지 않고 야구부로 갈아탔다. 학창 시절부터 줄곧 외야수였던 오선우는 공격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최근 1루수로 전향했다.

5월 한때 7위까지 내려앉았던 디펜딩 챔피언 KIA는 6월 승률 1위로 선전하면서 4강까지 올라섰다. 이런 수직상승은 오선우의 활약과 궤를 같이한다. 그는 지난달 23경기에 나와 타율 0.281, 3홈런·14타점·13득점으로 맹활약했다. 이 기간 멀티히트만 10차례 기록할 만큼 방망이가 뜨거웠다. 지난해 1군 출전이 3경기뿐이었던 그는 “사실 기록은 잘 챙겨보지 않는다. 성적을 의식하면 괜히 힘만 들어가기 때문이다. 운이 나쁘면 안타가 아웃이 되고, 반대로 운이 좋으면 땅볼도 안타가 된다는 생각으로 뛰고 있다”고 말했다.

그간 한화 이글스, LG 트윈스, 롯데 자이언츠 등 인기구단이 상위권 싸움을 벌이면서 팬들이 야구장으로 몰렸다. 여기에 KIA까지 가세하면서 프로야구 열기는 최근의 무더위보다 더 뜨겁다. 수도권 야구장도 KIA 경기가 열리면 매진행렬이다. 최근 야구장에는 오선우 이름이 새겨진 유니폼을 입은 팬도 크게 늘었다. 그는 “(좋은 성적에 따른 열기는) 선수가 가장 빨리 체감한다. 더그아웃에 들리는 함성이 4월과 5월이, 5월과 6월이 달랐다. 백업 선수의 성장세를 보는 재미가 있지 않을까 한다”며 “부상자까지 돌아오면 우리는 더 강해질 수 있다. 지난해 영광을 재현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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