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이시바 총리 '명줄' 쥐었다…'자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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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바 시게루(石破茂) 내각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을 띤 일본 참의원 선거 운동이 3일 시작됐다. 참의원 정원은 248명인데, 3년마다 의원 절반을 뽑는다. 이번 선거에서는 결원 1명을 포함해 125명을 선출한다. 투·개표는 오는 20일 진행된다.
집권 자민당은 연립여당인 공명당과 함께 50석 이상을 얻어 참의원 과반을 유지하는 게 목표다. 문제는 이시바 정권의 지지율 하락세다. 지난달 22일 도쿄도의회 선거에선 127석 중 21석(기존 30석) 확보에 그쳐 참패했다. 참의원 선거에서도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할 경우, 이시바 총리의 퇴진은 불가피해 보인다.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이 3일 요코하마에서 자민당 입후보자와 함께 나와 지원 유세를 하고 있다.오누키 도모코 특파원
아버지의 ‘우정개혁’ 닮은 ‘농정개혁’
“이번 선거, 자민당에 대한 여론이 엄격합니다. 그런 분위기를 확 날려버리고 싶습니다.”
3일 점심 무렵,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郎) 농림수산상이 가나가와(神奈川)현 요코하마(横浜)시에서 자민당 입후보자의 지원 유세차 마이크를 잡고 이렇게 외쳤다. 평일 낮 푹푹 찌는 무더위에 발걸음을 멈춘 사람은 100여명에 불과했지만, 그는 자신의 치적인 쌀값 폭등 대책을 언급하며 “이례적으로 수의계약으로 비축미 방출을 처음으로 실시했다. 정치는 결과가 중요하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지난달 30일 일본 농림수산성 발표에 따르면 전국 마트에서 판매된 5kg 들이 쌀 평균 가격(6월 16~22일)이 3801엔(약 3만5940원)이었다고 밝혔다. 5주 연속 하락 추세이며, 이시바 총리가 목표로 내걸었던 3000엔대를 달성했다. 고이즈미 농림수산상 취임 직전에는 4285엔(약 4만530원)으로, 2022년 3월 통계 시작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었다.

지난달 28일 가나가와현의 한 마트에서 당일 비축미 판매 완료를 알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가격은 소비세 포함해 1944엔이다. 오누키 도모코 특피원
이런 쌀값 하락은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이 추진한 ‘농정개혁’의 효과라고 할 수 있다. “나는 평생 쌀을 사본적이 없다”는 실언으로 물러난 전임 농림수산상 후임으로 지난 5월 21일 긴급 등판한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은 농협 공급망을 통해 판매하던 쌀을 마트 등 소매점과의 수의계약으로 바꿨다. 그러자 창고에 쌓여 있던 비축미가 5월 31일 전격 매장에 진열되기 시작하면서 가격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자민당에는 ‘농수족 (農水族)’으로 불리는 원로급 정치인들이 있는데, 농협과 수협 등 지역과 유착된 농수족들이 농정개혁의 걸림돌이었다. 이처럼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이 기득권 개혁에 나서는 거침없는 모습은 과거 아버지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郎) 전 총리가 당내 반발을 무릅쓰고 우정민영화를 추진했던 것과 오버랩된다는 말이 나왔다.
아버지를 닮아 언변도 뛰어나다. TV에 자주 출연하고, 소셜미디어(SNS)도 활용하며 차근차근 지지층을 늘려가고 있다. NHK가 지난달 9일 발표한 이시바 정권 지지율은 전월 대비 6 %포인트 증가한 39%, 자민당 지지율은 5.2%포인트 오른 31.6%였다.
이런 가운데 치러진 도쿄도의회 선거에서 자민당은 역대 가장 적은 21석 확보에 그치며 대참패했다. 지금으로선 자민당의 유일한 희망은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이다. 지난달 30일 발표된 요미우리신문 여론조사 결과,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의 농정개혁에 기대한다고 답한 사람은 63%에 달해, 기대하지 않는다는 응답(32%)을 크게 웃돌았다.
“외국인 받아들이기 반대” 정당에 보수층 호응

3일 일본 가나가와현 한 공원 앞에서 참의원 선거 게시판에 입후보자들의 사진이 붙어 있다. 오누키 도모코 특파원
한편 최근 일본 정치권에서 ‘일본인 퍼스트’를 내세우는 우익 성향의 참정당(参政党)이 급속도로 지지 기반을 넓히고 있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비슷한 공약을 내건 이들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의 지지 기반이었던 극우 세력의 지지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주목받고 있다.
참정당은 도쿄도의원 선거에서 처음으로 의석을 확보했고, 이후 일본 언론사 여론조사에서 3~5% 지지를 얻었다. 야당에서는 입헌민주당, 국민민주당에 이어 3위에 올랐다.
참정당은 불과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여론조사에서 1% 안팎의 지지를 얻는 군소 정당이었다. 일본과 유럽 정치에 정통한 요시다 도오루(吉田徹) 도시샤대 교수는 “자민당은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전 총리에서 이시바 총리로 이어지면서 점차 중도정당으로 변모하고 있다”며 “이 때문에 과거 아베 전 총리를 지지했던 자민당의 콘크리트 지지층인 우익 세력이 참정당으로 옮겨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요시다 도오루 도시샤대 교수. 본인 제공
이미 국회에서 5석을 확보하면서 공직선거법상 정당 요건을 충족했고, 지난 2일 열린 당대표 토론에도 참석했다. 가미야 소헤이(神谷宗幣) 참정당 대표는 토론에서 이시바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과 다른 행보를 하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하면서 “자민당과 참정당의 큰 차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은 미국 국익을 추구하고 있고 우리나라 (국익)에도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유럽에서도 확산되고 있는, 세계 트렌드의 변화를 이끌고 있다”고 강조했다.
참정당의 이번 참의원 선거 목표 의석수는 6석으로, 이를 달성하면 참의원에서 단독 법안 제출이 가능해진다. 요시다 교수는 “고물가 등 국민 불만이 높은 상황에서 외국인을 표적으로 한 공격적인 공약은 여론의 지지를 받기 쉽다”며 “일본에서도 외국인 혐오나 배타주의가 작용하는 첫 선거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과반 안되면 이시바 총리 퇴진 불가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3일 고베에서 지원 유세를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승패를 가를 최대 열쇠는 전국에 32개 있는 ‘1인구’(1명만 선출) 선거구다. 1인구는 인구가 적은 지방에 많아 전통적으로 조직력이 뛰어난 자민당이 강세를 보여 왔다.
요시다 교수는 “어쩌면 이번에도 자민·공명 연합이 과반은 유지할 수도 있다”면서도 “지난해 중의원 선거도 자민당의 참패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이번에도 선거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미국과의 관세 협상도 변수가 될 수 있다.
자민당이 과반 의석을 차지하지 못할 경우, 이시바 총리의 퇴진은 불가피하다. 실제로, 2007년 참의원 선거에서 야당에 과반의석을 빼앗긴 당시 아베 총리는 사퇴했고, 2년 후인 2009년 민주당으로 정권교체가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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