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소름 끼치는 디테일, 대기줄 150m"…50만명 돌파한 이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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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 6m 50cm 크기로, 이불을 덮은 채 침대에 누운 여성을 그려낸 론 뮤익의 작 '침대에서'(2005). 관람객들은 휴대폰을 들어 사진을 찍다가도, 섬세한 묘사에 압도된 듯 조각을 찬찬히 들여다봤다. 우상조 기자

인스타그램에서 본 론 뮤익의 자화상, 이불을 덮고 누워있는 여자의 사진이 인상깊어서 왔어요. 두 작품이 가장 기대됩니다.

지난 9일 50만 관객을 돌파하며 매일 흥행기록을 경신하고 있는 전시 ‘론 뮤익’.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리는 전시 마지막 날인 13일 국립현대미술관 정문 앞에서 만난 정봄이(32) 씨는 관람을 앞두고 이렇게 말했다. 정씨가 말한 작품은 작가가 자신의 잠든 모습을 표현한 ‘마스크 Ⅱ’(2002) 와 대형 설치 작품 ‘침대에서’(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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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 뮤익' 전시 마지막날인 13일 국립현대미술관. 관람객들은 오전 10시인 개관시간 약 1시간 전부터 야외에서 줄을 섰다. 양산과 휴대용 선풍기는 물론 휴대용 의자까지 눈에 띄었다. 우상조 기자

서울 마포구에서 온 정씨는 이날 개관 50분 전인 오전 9시 10분부터 줄을 섰다. 개관 직전인 9시 58분이 되자 줄은 약 150m 떨어져있는 국립현대미술관 교육동까지 이어졌다.

시간당 입장객 수 제한은 없는 전시이지만, 관객들은 붐비는 오후 시간을 피하기 위해 개관시간에 맞춰 모여들었다. 정씨는 “전시 작품들은 SNS로 확인했지만, 작품을 직접 보는 건 다르다”며 “이렇게 오면 작품 설명을 하나씩 읽어보며 (작가를 이해하는데) 충분한 시간을 가질 수 있어 좋다. 일부러 찾아오는 이유”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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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 뮤익' 전시의 마지막 코스는 '스틸 라이프: 작업하는 론 뮤익' 영상. 약 1시간 동안 현장을 돌아본 박모씨(35)는 "SNS에선 신기하고 흥미로운 이미지였는데, 작업 과정까지 보고나니 마음이 무거웠다"며 "작업 영상까지 볼 수 있어 좋았다"고 전했다. 우상조 기자

미술관은 지난 10일 “개막 90일 만의 성과로 하루 평균 5590명의 국내외 관람객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 속도로 추정할 때 ‘론 뮤익’ 전시는 개관 94일 간 약 52만명의 관람객을 모은 셈이 된다. 이날 줄을 선 이들 중엔 친구·애인·가족과 함께 온 국내 관람객이 다수였지만, 외국인 관람객도 눈에 띄었다.

전시는 기간과 입장료가 제각각이라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이나 공연예술 통합전산망과 같은 일괄 집계가 어렵지만, 국립현대미술관의 52만 관객은 단일 전시로 이례적 수치다. 미술관 관계자는 “개관 이래 단일 전시가 기록한 하루 평균 관람객 수로 최다”라며 “168일간 전시가 이어진 2022~23년의 ‘현대차시리즈: 최우람’이 66만명(일평균 3900명)이며 142일간 전시한 2022년의 히토슈타이얼이 40만(일평균 2800명)이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립미술관의 경우 반 고흐전(2007~2008년)이 81만명, 르누아르(2009년)가 71만명, 샤갈(2010~11년)이 55만명, 고갱(2013년)이 52만 관객을 넘겼다.

전시에 대한 관심을 반증하듯 전시 기간 중 미술관 홈페이지 방문자 수는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12%를 넘었다. 홈페이지 신규회원 가입자 수도 4.5배 늘었다. 전시 기간 중 ‘론 뮤익’ 키워드 검색도 6만 5000건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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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 뮤익 작품은 재현된 인물들의 오묘한 표정으로 완성된다. 사람들은 작품을 더 가까이 보려는듯 휴대폰 카메라를 가져다 대거나, 고개를 뻗어 관찰하기도 했다. 우상조 기자

현장엔 정씨와 같이 SNS를 통해 전시를 접한 이들이 다수였다. 서울 서대문구에서 왔다는 윤은유(16)양은 “국립현대미술관 방문은 처음인데, 친구들이 전시를 추천해주고, 인스타그램에도 자주 보여 오게됐다”며 “크기가 아주 크다고 해서 궁금해졌다. 작품 앞에서 사진촬영도 하고 싶다”고 전했다. 서울 광진구에서 초등학교 4학년인 자녀와 함께 전시를 보러 온 유지연(41)씨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알게 됐다. 입체 전시는 아이들도 이해하기 쉽다고 생각해 함께 왔다”며 “작품을 통해 웅장한 규모와 소름 끼치는 디테일을 느껴봤으면 한다”고 말했다.

2030 관람객이 70%를 차지하는 이번 전시는 SNS에서도 “올해 본 전시 중 최고” “N회차 다녀간 전시” “각도에 따라 다르니 실물로 꼭 영접해야” 등의 관람 후기가 이어졌다. 국립현대미술관 공식 SNS채널(인스타그램ㆍ페이스북ㆍ유튜브ㆍX)에 업로드된 ‘론 뮤익’ 관련 게시물의 총 노출 수는 325만 건을 넘겼다. 정교하게 표현된 작품에 담긴 인간 존재와 삶의 의미는 김영하 작가가 참여한 오디오가이드에도 드러나 있다. 전시장 입구의 QR코드와 전시안내 앱을 통한 현장 이용 횟수가 24만회로 집계됐다.

호주 출신 조각가 론 뮤익(67)의 작품세계 전반을 조명하는 이번 전시는 프랑스 까르티에 현대미술재단과 공동 주최하는 아시아 최대규모 회고전이다. 조각 10점과 스튜디오 사진 연작 12점, 다큐멘터리 필름 두 편이 출품됐다. 전시는 내년 일본 모리미술관으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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