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슈퍼맨보다 눈길 끄는 슈퍼독 크립토... 펫 캐릭터 전성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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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슈퍼맨'의 슈퍼독 '크립토'. 사진 워너브러더스

지난 9일 개봉한 영화 '슈퍼맨'에서 슈퍼맨(데이비드 코런스웻)의 적은 지능적인 수퍼빌런 렉스 루터(니콜라스 홀트) 만이 아니다. 오해와 선동에서 비롯된 지구인들의 차가운 시선 또한 견뎌내야 한다.

크립토·돌로레스·투슬리스 #눈길끄는 반려동물 캐릭터 #영화 호감도 및 매출 기여

그런 그에게 든든한 조력자가 있다. 빨간 망토를 두르고 하늘을 날아다니는 슈퍼독 '크립토'다. 천방지축 날뛰는 귀여운 반려견이지만, 결정적 순간에 슈퍼맨을 위기에서 구해낸다. 비중이 크다 보니 영화 캐릭터 포스터에도 한 자리를 차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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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슈퍼맨'의 슈퍼독 '크립토'. 사진 워너브러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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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맨과 나란히 앉은 슈퍼독 '크립토'. 사진 워너브러더스

외신 보도에 따르면, 렉스 루터의 부하 울트라맨이 크립토에게 주먹을 날리는 장면은 최종 편집에서 삭제됐다. 개봉 전 관객 반응을 미리 알아보는 테스트 시사회에서 관객들이 소리를 지르는 등 민감한 반응을 보였기 때문이다. 관객들이 크립토에 얼마나 감정 이입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펫(반려동물) 캐릭터는 영화 서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기도 한다. '쥬라기 월드: 새로운 시작'(2일 개봉)의 아기 공룡 '돌로레스'가 대표적이다. 거대 공룡이 사람들을 잡아먹는 걸 보고 충격 받은 어린 소녀 앞에 작은 초식 공룡 아퀼롭스가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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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쥬라기 월드: 새로운 시작'의 아기 공룡 '돌로레스'. 사진 워너브러더스

소녀는 공룡에게 돌로레스란 이름을 붙여주고, 반려동물처럼 백팩에 넣고 다닌다. 영화는 둘이 유대감을 쌓으며 친구가 되는 설정을 통해 인간과 자연의 관계 회복이란 핵심 메시지를 전한다.

'드래곤 길들이기'(지난달 6일 개봉)에서도 펫 캐릭터인 '투슬리스'가 인간과 타 생명체 간 공존의 상징적인 존재가 된다. 주인공 히컵(메이슨 테임즈)은 '숙적 드래곤을 죽여야 한다'는 바이킹의 신념을 깨고 드래곤 투슬리스와 친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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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드래곤 길들이기'의 드래곤 '투슬리스'. 사진 유니버설 픽쳐스

'길들이기'란 제목처럼, 투슬리스는 히컵에게 반려동물 같은 존재였지만, 나중엔 서로의 부족함을 채워주는 운명 공동체가 된다. 딘 데블로이스 감독은 "반려동물로 키우는 강아지나 고양이를 기반으로 투슬리스 캐릭터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릴로 & 스티치'(5월 21일 개봉)의 외로운 소녀 릴로(마이아 케알로하)도 사고뭉치 외계 반려동물 스티치와 둘도 없는 친구이자 소중한 가족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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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릴로 & 스티치'에서 주인공 릴로(오른쪽)의 소중한 친구가 돼주는 외계 생명체 스티치. 사진 월트디즈니 컴퍼니

30일 개봉하는 한국 영화 '좀비딸'에는 독특한 고양이가 등장한다. 원작 웹툰 이윤창 작가가 자신의 반려묘를 모티브로 만든 '애용이'는 웹툰 독자들 사이에서 이미 검증된 인기 캐릭터다. 사람처럼 행동하며, 주인공 정환(조정석)과 수아(최유리)를 위기에서 구해주기도 한다.

영화 예고편에선 사람보다 더 사람 같은 표정으로 소파에 앉아 리모컨을 사수한다. 투자배급사 NEW의 김민지 홍보팀장은 "애용이가 영화의 주제인 가족애를 그려내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관객의 눈길을 잡아끄는 캐릭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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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좀비딸'의 고양이 캐릭터 '애용이'. 사진 NEW

영화 속 펫 캐릭터의 비중이 커지는 건, 반려동물 양육 인구 증가와 관계가 있다. 국내만 해도 1500만 명을 넘어섰다. 펫 캐릭터는 관객의 감정 이입을 유도해 영화의 호감도 및 몰입도를 높여 준다.

영화 홍보마케팅사 위티의 방소영 대표는 "펫 캐릭터가 귀여움과 무해한 매력으로 관객에게 힐링을 선사한다"며 "반려동물을 키우는 관객들의 호응이 더욱 큰 것 같다"고 말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감독이 많은 점도 이 같은 현상에 한 몫 한다. '슈퍼맨'의 크립토는 제임스 건 감독의 반려견 '오즈'를 모델로 만든 캐릭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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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슈퍼맨'을 연출한 제임스 건 감독의 반려견 '오즈'. 오즈의 습성을 바탕으로 '크립토' 캐릭터를 만들었다. 사진 제임스 건 감독 SNS

그는 "입양견 오즈는 처음엔 집과 가구, 노트북을 망가뜨리는 등 문제 행동이 많았다"면서 "오즈에게 슈퍼 파워가 있다면 얼마나 큰 일이 벌어질까라는 상상에서 크립토가 탄생했다"고 말했다. 크립토가 슈퍼맨에게 뛰어오르며 장난 치는 장면은 오즈가 고양이와 노는 장면에서 착안했다고 한다.

지난해 개봉한 첩보 액션 '아가일'에는 매튜 본 감독의 아내인 수퍼모델 클라우디아 쉬퍼의 반려묘 '칩'이 캐스팅되기도 했다. 본 감독이 칩의 귀여운 습성을 적재적소에 살려 영화에 코믹한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뤽 베송 감독도 영화 '도그맨'(2024)에 자신의 반려견 '스눕'을 출연시켰다. 칸 국제영화제가 최고의 견공 배우에게 '팜도그 상'을 수여하는 등 펫 캐릭터는 중요한 연기자로서 인정받고 있다.

펫 캐릭터의 활약은 인형, 피규어 등 캐릭터 상품 개발로도 연결된다. 영화사로선 쏠쏠한 부가 수익원인 셈이다. 영화 테마파크 유니버설 스튜디오에선 백팩에 담긴 돌로레스 로봇이 관객을 맞이하고, 크립토와 스티치 굿즈도 불티 나게 팔린다.

CGV는 최근 7개 극장에서 '드래곤 길들이기' 투슬리스 인형 증정 이벤트를 두 차례에 걸쳐 개최했는데, 대부분의 상영관이 매진될 정도로 반응이 뜨거웠다.

황재현 CGV 전략지원담당은 "'드래곤 길들이기'와 '쥬라기 월드'의 MD 상품은 발매되자마자 일주일 내에 완판됐다"며 "영화의 펫 캐릭터를 인형이나 키링 형태로 소장하고 싶은 관객들의 욕구가 큰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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