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5년 간 정보보호 분야에 1조원 이상을 투자하기로 했다. 보이스피싱 탐지 등 고객 피해를 실질적으로 줄일 수 있는 서비스도 고도화한다.

KT는 15일 기자 간담회를 열고 고객 안전·안심을 위한 정보보호체계 혁신 계획을 발표했다. 현재 연간 1000억원 수준인 정보 보호 투자액을 5년간 1조원 이상으로 늘리는 게 핵심이다. 이현석 KT Customer부문장(부사장)은 “지금 이 정도면 괜찮다는 안일한 생각으로는 더 이상 고객 신뢰를 지킬 수 없다”며 “고객 신뢰를 최우선 가치로 삼고 기존 대응 방식에서 벗어나, 선제적으로 보안의 새 기준을 구축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경기도 과천시 KT 네트워크 관제센터의 내부 모습. 사진 KT

투자 분야는 크게 네 가지로 나뉜다. 인공지능(AI) 모니터링 체계 강화, 글로벌 협업 및 진단 컨설팅 확대, 제로 트러스트(사용자와 디바이스를 끊임없이 검증하고 최소 권한만을 부여하는 보안 원칙) 체계 완성, 보안전담인력 확충 등이다.

우선 KT만의 보안 설계 방식인 ‘K-시큐리티 프레임워크’(프레임워크)를 운영해 고객 개인정보 보호와 관련한 모든 과정을 철저히 통제할 방침이다. 프레임워크는 내부 보안 이해도를 바탕으로 공격자 관점의 침투테스트를 수행하는 ‘K-오펜스’와 다양한 공격 표면에 대한 기술적·관리적 통합 보안 대응 체계인 ‘K-디펜스’로 구성된다. KT 측은 “단순 방어가 아닌 예측하고 차단하는 보안을 실현하고, 모의 해킹과 취약점 개선활동을 정례화하는 등 3자 정보보호 점검을 통해 외부 위협요소를 사전 예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글로벌 보안업체와 협업을 통해 AI 기반 미래 보안 아키텍처를 설계하고, KT만의 전국 365일 24시간 통합 네트워크 관제 인프라를 기반으로 국내 최초의 IT·네트워크 통합 사이버보안센터도 구축해 운영한다. 2년 전부터 추진 중인 ‘제로트러스트’ 체계도 이번 투자를 통해 완성할 방침이며, 세계 최고 수준 보안 전문 인력을 확보해 위험 대응체계도 마련하기로 했다.

경기도 과천시에 있는 KT 네트워크 관제센터에서 KT 직원들이 정보보안 현황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사진 KT

고객들이 쉽게 체감할 수 있는 생활 밀착형 서비스 개발에도 적극 투자한다. 우선 하반기엔 화자인식과 딥보이스 탐지 기능을 탑재한 ‘KT AI 보이스피싱 탐지 2.0’ 서비스를 상용화할 예정이다. 지난 1월 출시한 실시간 AI 보이스피싱 탐지 서비스의 후속 버전이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협업을 통해 확보한 2만 5000건 이상의 보이스피싱 음성 데이터로 AI를 학습시켰고, 똑똑해진 AI는 통화 중 문맥을 분석해 위험 신호를 감지한 뒤 고객에게 ‘주의’ 또는 ‘경고’ 형태로 알림을 제공한다. KT는 “앞선 버전의 AI 보이스피싱 탐지 정확도는 통신사 최고 수준인 91.6%에 달하며 상반기에만 710억원 규모의 범죄 피해를 사전 차단한 것으로 평가 받는다. 2.0 버전에선 정확도를 95%까지 끌어 올려 올해 말까지 2000억원 이상의 범죄 피해를 예방하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문자 기반 스팸 대응 역시 AI를 활용해 고도화 한다. KT는 앞서 스팸차단에 실시간 AI 키워드 등록 시스템을 도입, 하루 스팸 차단 건수가 기존 대비 150% 이상 증가했다. AI가 등록한 키워드는 전체 5.5%에 불과하지만, 이로 인한 차단 건수는 전체의 45.9%에 달할 정도로 효율성도 높았다고 한다. 하반기에는 한발 더 나아가 투자 유도나 대화 유도 등 비교적 새로운 유형의 스팸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필터링 구조를 개선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