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세금 2조 손실 용인경전철, 대법 “지자체장이 배상”

본문

잘못된 수요예측과 수입 보장 약정으로 30년간 세금 약 2조원 손실을 초래한 용인경전철 사업에 대해 당시 용인시장 등이 배상해야 한다고 대법원이 16일 판결했다. 지방자치단체의 사업 실패로 예산상 손해가 발생했을 때 선출직 단체장에게 배상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첫 확정판결이다. 12년 소송 끝에 승소한 용인시 주민들은 “대한민국 지방자치사에 한 획을 그은 중요한 이정표”라고 환영했다.

대법원 2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이날 ‘용인경전철 손해배상 청구를 위한 주민소송단’이 2013년 10월 용인시장을 상대로 “용인경전철 사업 책임자들에게 손해배상을 요구하라”며 낸 주민소송 재상고심에서 이정문 전 용인시장(2002~2006년)과 한국교통연구원의 배상 책임을 확정했다.

파기환송심을 맡은 서울고법은 지난해 2월 현 용인시장이 이 전 시장과 한국교통연구원 담당 연구원 3명에게 214억원을, 이 중 42억원은 교통연구원에 청구하라고 판결했는데 대법원은 이 전 시장과 교통연구원의 배상 책임을 확정했다.

연구원 3명에게 연대 책임을 물으라는 부분은 파기하고 다시 심리하라고 돌려보냈다. “교통연구원의 수요예측 용역을 수행한 연구원들 개인의 행위가 용인시에 대한 독자적인 불법행위인지 원심은 개별적·구체적으로 심리하지 않았다”고 봤다.

단체장 개인이 세금낭비 배상…다른 지자체에도 옐로카드

17526828634483.jpg

대법원이 ‘혈세 먹는 하마’로 불린 용인경전철 추진 당시 시장과 수요예측을 잘못한 한국교통연구원의 배상 책임을 확정했다. 선출직 단체장에게 세금 낭비 책임을 물린 첫 사례다. 시청·용인대역을 지나는 경전철 너머로 용인시청 청사가 보인다. [뉴시스]

2004년 용인시는 캐나다 봄바디어 컨소시엄과 경전철 사업 협약을 체결하면서 30년간 수입이 수요예측치의 90%에 미달하면 차액을 용인시가 메꿔준다는 ‘최소수입보장(MRG)’ 약정을 포함했다. 한국교통연구원 용역 결과 1일 이용객이 13만9000명이란 예측치를 기준으로 해서다. 이후 1조원을 들여 경전철을 완공했다.

하지만 2013년 개통 첫 해 하루 평균 탑승 인원이 9000명으로 예측치에 턱없이 못 미치면서 막대한 적자가 났다. MRG 등을 놓고 봄바디어와의 법적 분쟁으로 개통이 3년가량 지연됐고, 국제중재재판에서 패소해 7786억원(이자 포함 8500억원)을 지급하기도 했다.

여기에 2043년까지 1조원 이상 추가 부담이 예상되자, 용인시 주민들은 당시 용인시장들과 교통연구원 등이 세금 낭비에 따른 1조232억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주민소송을 냈다. 주민소송은 지방자치법 22조에 따라 지자체에 재정 손해가 발생할 때 주민이 단체장을 상대로 “책임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하라”고 요구하는 소송이다.

2017년 1·2심은 주민소송 요건에 맞지 않다거나 배상책임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사실상 주민 패소를 판결했다.

17526828636851.jpg

신재민 기자

하지만 2020년 7월 대법원이 이를 뒤집었다. “과도한 수요예측에 근거해 사업이 시행됐다면 주민들이 손해배상 청구를 요청할 수 있다”며 파기환송한 것이다. 지난해 2월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이 전 시장은 최소수입보장 협약에서 중대한 과실을 저질렀고, 교통연구원과 소속 연구원들은 비(非)합리적 방법으로 수요를 예측하는 과실을 저질렀다”고 했다.

12년간 법정 다툼에서 승소한 용인시 주민소송단은 “국내 최초로 대형 민간투자사업에서 주민 측이 승소 취지의 판결을 최종적으로 끌어낸 최초의 사례이자 용인시민의 위대한 승리”라며 “‘눈먼 돈’이란 오명을 썼던 혈세 낭비에 대한 감시와 견제가 주민의 손으로도 가능함을 보여준 역사적 판결”이라고 환영했다.

이어 “지자체장이 선거용 선심성 공약이나 무분별한 사업 추진으로 인한 혈세 낭비에 대해 더 이상 면책되지 않고, 개인적인 법적 책임을 질 수 있다는 강력하고도 명확한 경고 메시지를 던졌다”고 덧붙였다.

용인시 역시 대법원 판결 직후 “법원의 판결을 존중하며, 앞으로 이 전 시장 등에 대해 손해배상 청구 등 법이 정한 절차를 차질 없이 성실히 진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 전 시장은 앞서 용인경전철 사업 공사권을 동생 회사에 수주하도록 한 뒤 그 대가로 돈을 받은 혐의(부정처사 후 수뢰)로 징역 1년을 확정받은 바 있다. 방음시설 공사업체 대표로부터 국회의원 청탁 명목으로 억대의 뒷돈을 수수한 혐의로 지난 2일 구속돼 재판에 넘겨진 상태다.

0
로그인 후 추천을 하실 수 있습니다.
SNS
댓글목록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전체 54,808 건 - 1 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