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법리스크 끝…삼성 다시 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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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이 이재용(사진) 삼성전자 회장의 불법 승계 의혹 사건에 대해 최종 무죄를 선고했다. 이 회장으로선 2016년 국정농단 사태로 관련 의혹이 불거진 지 9년 만에 모든 사법리스크를 벗게 됐다.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이날 이 회장과 과거 미래전략실 임원 등 14명의 자본시장법·외부감사법 위반, 업무상 배임 등 혐의 사건의 상고심에서 “이들 혐의를 범죄의 증명이 없다고 보아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에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항소심과 마찬가지로 23개 혐의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과 김종중 전 미전실 전략팀장, 장충기 전 미전실 차장 등 13명 역시 모두 무죄 판결을 받았다.
이 회장 측은 이날 대법원 판결 직후 “삼성물산 합병과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관련 의혹들이 모두 해소됐다”며 환영하는 입장을 밝혔다. 이 회장 변호인단은 입장문을 내고 “오늘 대법원의 최종 판단을 통해 삼성물산 합병과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처리가 적법하다는 점이 분명히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5년에 걸친 충실한 심리를 통해 현명하게 판단하여 주신 법원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했다.
이번 사건은 2016년 국정농단 사태 당시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에 대한 승마 지원 대가로 국민연금의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찬성을 청탁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게 발단이 됐다.
검찰은 이 회장이 최소 비용 승계를 위해 삼성물산 1주 대 제일모직 0.35주로 합병 비율을 정해 의도적으로 제일모직 가치를 높게 평가했다고 의심했다. 당시 이 회장은 제일모직 주식 23.2%를 보유한 대주주였지만 삼성전자 지분 4%를 보유한 삼성물산 지분은 없었던 만큼 합병으로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을 확보하려 했다는 것이다.
이후 검찰은 문재인 정부 적폐청산 수사의 하나로 전방위 수사를 벌였다. 53곳을 압수수색하고 300여 명을 860여 차례 소환조사했다. 2020년 9월 이 회장 기소는 당시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장인 이복현 전 금융감독원장이 주도했다. 2018년 말 수사 착수 때부터 윤석열 전 대통령은 서울중앙지검장,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서울중앙지검 3차장으로 수사를 지휘했다.
검찰은 기소 석 달 전인 2020년 6월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수사심의원회의 수사중단·불기소 권고에도 기소를 강행했다.
법조계 “무리한 기소, 삼성 잃어버린 9년”…재계 “글로벌 초격차 기술력 되찾을 계기”
하지만 2023년 2월 1심은 19개 혐의 전부 무죄를 선고했다. “이 회장과 미전실이 합병 추진 여부를 결정한다고 볼 수 없으며, 합병은 양사 합병 필요성 검토 등을 거쳐 의결을 통해 추진된 것”이라며 “결국 이 회장의 경영권 강화, 승계만이 합병의 유일한 목적이라 단정할 수 없다”고 하면서다.

김영옥 기자
검찰은 항소심에서 2144건의 증거를 더 제출하고 부정회계 혐의와 관련한 예비적 공소 사실까지 4개 혐의를 추가했지만 2심 역시 지난 2월 무죄를 판결했다. ‘예비적 공소 사실’이란 주된 공소 사실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추가하는 공소 사실이다.
2심 재판부는 “미전실에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검토할 때 대주주인 이 회장의 지분 확대를 지향한 것은 맞지만, 그 자체로 부정하다거나 부정한 수단을 동원했다고 볼 수 없다”고 봤다. 예비적 공소 사실에 대해서도 “올바른 자료를 기재한 이상 동기는 중요하지 않다”고 배척했다.
2심 재판부는 검찰의 수사 방식을 꾸짖기도 했다. 최서원씨에 대한 이 회장의 ‘승계를 위한 청탁’이 부당 합병 근거라는 검찰 주장에 “‘승마 지원’을 통해 국민연금의 찬성을 유도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검사의 주장은 ‘여러 간접 사실을 모아보면 알음알음 청탁된 것 아니겠냐’고 하는데, 그 정도로 입증할 문제는 아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파급효과가 큰 공소 사실을 추측, 시나리오, 가정(假定)에 의해 형사 책임을 인정할 수 없다”고도 했다.
법조계에선 “검찰이 무리하게 기소한 결과가 1·2·3심에서 모두 드러났다”며 “삼성엔 잃어버린 9년이 된 셈”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재계에선 “이제 삼성이 초격차 기술 경쟁력을 회복하는 데 올인할 계기가 마련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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