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숨막혀 응급실 가도 "이상 없음"…이경규 울린 병, 22만명 습격 [Heal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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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22만명 진료, 10년 전의 2배
유전적·심리적·생물학적 요인 영향
가슴 두근거림·어지럼증 등 발생
약물·인지행동치료로 증상 완화

헬스앤
난데없이 숨이 가빠 오고 심장은 터질 듯 빠르게 뛴다. 이마와 등줄기를 타고 흐르는 식은땀. 문득 ‘이러다 죽는 거 아닐까’ 하는 공포가 엄습한다. 공황장애 환자들이 흔히 겪는 증상이다. 예고 없이 불쑥 찾아오는 공황장애는 단순한 공포감을 넘어 일상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최근 개그맨 이경규씨가 공황장애 증상으로 약을 복용한 채 운전하다 경찰 조사를 받으며 해당 질환에 대한 관심이 다시금 높아지고 있다.
공황장애는 불안 장애의 일종이다. 유명인들이 잇따라 투병 사실을 고백하면서 ‘연예인 병’이라는 인식이 퍼졌지만, 특정 직업군에서만 나타나는 질환은 아니다. 누구에게나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 국내 진료 인원도 증가 추세다. 보건의료 빅데이터 개방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공황장애로 진료받은 환자는 약 22만 명으로 10년 전(9만2000명가량)보다 두 배 이상 늘었다.
응급실 찾아도 ‘이상 없음’
공황장애일 때는 공황발작이 짧은 시간 반복적으로 나타난다. 특별한 위험이 없음에도 죽을 것 같은 공포감과 자율신경계 이상이 동반되는 상황이다. 맥박이 급격히 빨라지고 숨이 막히는 듯한 느낌이 들며 식은땀이나 어지럼증이 동반되기도 한다. 발작은 보통 10분 이내에 최고조에 이르며 30분 안에 가라앉는다.
이러한 증상을 두고 처음부터 공황장애를 떠올리는 이들은 많지 않다. 대부분은 심장이나 폐 질환을 의심해 응급실을 찾는다. 하지만 검사에서는 아무런 이상을 발견하지 못하고 여러 진료과를 전전하다 뒤늦게 정신건강의학과에서 공황장애로 확진받곤 한다.
간혹 공황장애를 정신력 문제로 치부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이는 잘못된 인식이다. 공황장애는 유전적·심리적·생물학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병한다. 다만 불안 민감도가 높은 사람이 공황장애를 앓을 확률이 높고, 대다수의 환자는 발병 전 업무나 대인관계 등으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경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뇌에 불안과 공포를 담당하는 편도·전상대상피질 등의 과도한 활성이나 불안 조절과 관련된 노르아드레날린·세로토닌 등 신경전달물질 이상도 공황장애의 원인으로 추정된다.
공황장애는 만성적인 질병으로 자연적으로 회복되는 일이 드물다. 오히려 조기에 치료를 받지 않으면 공황장애에 광장공포증(급히 빠져나갈 수 없거나 도움을 받기 어려운 공간 등에 두려움을 느끼는 불안 장애)이나 우울증이 동반돼 치료에 더욱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반면에 제때 치료를 받으면 환자의 70~90%는 증상을 효과적으로 관리하며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있다. 이때 약물과 인지행동치료를 병행하는 게 일반적이다. 약물치료 시 처방받는 대표적인 약제는 SSRI(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차단제). 불안·우울 등 정서적인 상태에 관여하는 신경전달물질의 기능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약을 먹으면 대개 한 달 이내에 전반적인 증상이 호전되지만, 재발 방지 등을 위해 보통 6개월 이상 치료를 이어가도록 한다.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허휴정 교수는 “치료 중에는 중 술과 정신과 약을 함께 먹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며 “자칫하면 약물의 진정 작용이 평소보다 과도해져 크게 넘어지는 등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술은 단기적인 진정 효과 뒤에 반동성 불안과 수면 장애를 유발해 오히려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 또 환자들은 증상이 나타날 때만 즉각적으로 효과가 있는 신경안정제를 골라 먹는 일도 삼가야 한다. 힘들 때마다 약을 찾는 습관이 생겨 약물에 대한 심리적·신체적 의존도가 높아질 수 있다.
잠 부족하면 불안감 증폭될 수도
인지행동치료는 말 그대로 공황발작과 관련된 불안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인지·행동 전략을 학습하는 과정이다. ‘공황발작으로 죽지 않는다’ ‘어느 정도의 불안은 정상적인 반응이다’ 등의 생각을 갖도록 하고 호흡, 근육 이완 훈련 등을 통해 불안과 관련된 신체 증상을 스스로 다룰 수 있게 돕는다.
여기에 생활습관까지 개선하면 증상을 더욱 효과적으로 조절할 수 있다. 충분한 수면이 그중 하나다. 한양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건석 교수는 “수면 부족은 신경계를 예민하게 만들고 불안을 증폭시켜 공황발작 발생 가능성을 높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운동도 중요한 요소”라며 “걷기나 자전거 타기 등 가벼운 유산소 운동은 세로토닌 같은 신경전달물질의 균형을 돕고 심리적 긴장을 완화해 공황 증상을 줄이는 데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덧붙였다. 운동은 일주일에 3~5회, 30분 이상씩 꾸준히 하는 게 권장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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