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7월 한달 내릴 비가 하룻밤에…사흘간 600㎜ 광주·전남 3명 실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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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광역시 전 지역에 호우경보가 발효된 지난 17일 광주 동구 지산동 한 호텔 도로에서 대형 싱크홀이 발생해 도로가 통제되고 있다. 사진 독자, 연합뉴스
광주·전남을 비롯한 호남 지역에 사흘간 최대 600㎜가 넘는 폭우가 쏟아지면서 인명·재산 피해가 속출했다. 지난 19일 밤부터 비구름이 걷히면서 본격적인 복구 작업이 시작됐지만, 폭우로 피해를 본 주민들은 젖은 가재도구와 망가진 전자제품 등을 바라보며 발을 굴렀다.
20일 광주광역시·전남도에 따르면 지난 17일부터 전날까지 사흘간 광주·전남에는 500㎜ 안팎의 폭우가 쏟아졌다. 지역별로는 광양 백운산의 누적 강수량이 602.5㎜로 가장 많았고, 담양 봉산 540.5㎜, 광주 527.2㎜, 구례 성삼재 516.5㎜, 나주 508.5㎜ 등을 기록했다.
이중 광주는 지난 17일에만 426.4㎜의 비가 내려 하루 강수량으론 1939년 기상관측 이후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종전 최고 기록인 1989년 7월 25일 335.6㎜와 비교해 90.8㎜ 많은 강수량이다. 광주가 평년 7월 한 달 강수량이 294.2㎜라는 점에서 하룻새 한 달 치보다 많은 비가 쏟아졌다.

광주광역시 전 지역에 호우경보가 발효된 지난 17일 오후 광주 북구 신용동 일대 도로가 침수돼 차량들이 물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기록적인 폭우만큼이나 인명·재산 피해도 컸다. 집중호우 당시 급류에 휩쓸려 광주·전남에서 각각 2명, 1명이 실종됐다. 전남 순천시에서는 지난 19일 오후 2시 30분쯤 순천만국가정원 인근 하천에서 남성 1명이 급류에 휩쓸렸다는 신고가 접수돼 당국이 수색에 나섰다.
앞서 광주에서는 지난 17일 오후 3시쯤 북구 신안교 인근에서 80대 남성이 급류에 휩쓸려 실종됐다. 같은 날 오후 7시 20분쯤에는 금곡동에 거주하는 70대 남성도 실종돼 사흘째 수색작업이 이어지고 있다.

폭우가 쏟아진 지난 17일 오후 광주에서 최승일 씨가 맨홀에 빠진 한 노인을 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광주에서는 한 시민이 급류 속 맨홀에 빠진 노인을 20여분에 걸친 사투 끝에 맨몸으로 구조하기도 했다. 지난 17일 오후 5시쯤 동구 소태동에서 자동차공업사를 운영하는 최승일(54)씨는 빗물에 휩쓸려 떠내려오다 맨홀 구멍에 두 다리가 빠진 채 물살에 갇힌 80대 노인을 구조했다.
연일 폭우가 내리는 상황에서 대형 싱크홀도 발생했다. 지난 17일 광주 동구 지산동 한 호텔 인근 도로에서는 지름 4.5m, 깊이 2.5m 규모의 싱크홀이 발생했다. 같은 날 동구 계림동 서방사거리 인근에서도 폭 1m가 넘는 싱크홀이 발생해 도로 일부가 통제되기도 했다.
광주시에 따르면 이번 폭우로 전날까지 1311건의 호우 피해가 접수됐다. 도로 침수·파손이 707건에 달했고, 상가·주택 등 건물 침수 263건, 차량 침수 124건 등으로 잠정 집계됐다.
전남에서는 가축 폐사와 제방 유실, 농작물 침수 등이 속출했다. 폭우로 인해 오리와 닭, 돼지 등 가축 23만1000마리가 폐사했고, 주택 574동이 반파되거나 침수됐다. 공공시설에서는 지방하천과 소하천 등 제방 유실이 211건에 달했다.

지난 18일 광주 북구 동림동 옛 산동교가 전날 내린 호우로 교각이 파손돼 상판이 휘어 있다. 연합뉴스
국가유산과 문화재 등에서도 피해가 잇따랐다. 광주의 6·25전쟁 사적지인 옛 산동교는 폭우로 불어난 영산강 급류에 휩쓸려 교각 일부가 붕괴될 위기에 처했다. 전남 보성군의 국가등록문화유산인 ‘안규홍·박제현 가옥’은 안채 뒤쪽 석축의 흙이 무너져 내려 출입이 제한됐다.
전남 순천시 조계산에 있는 송광사·선암사 일원은 진입로 약 10m 구간의 흙더미가 흘러내렸다. 전남에서는 또 담양 소쇄원과 장성 고산서원 등에서 담장 등 일부 부대시설이 호우 피해를 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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