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쟁자는 적 아닌 나의 친구" 젠슨 황, 베이징 100분 회견 속 말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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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베이징의 전통가옥 사합원 스타일의 만다린 오리엔탈 호텔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가 기자회견을 갖고 자신의 인공지능 및 중국 시장 전망을 밝히고 있다. 신경진 특파원

“경쟁자는 나의 적이 아니다. 나의 경쟁자 중 많은 사람은 나의 친구다. 그들은 이기고 싶고, 나도 이기고 싶다. 나는 이것을 ‘경쟁 정신(Competitive spirit)’이라고 부른다.”
지난 16일 젠슨 황(중국명 황런쉰·黃仁勳·62)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엔비디아가 직면한 최대 도전으로 경쟁을 꼽았다. 다만 많은 경쟁자가 그에게는 적이 아닌 친구라고 했다. 경쟁이 곧 시장과 산업을 더욱 발전시킨다며 환영했다. 그의 발언은 미국과 중국이 세계 패권을 놓고 펼치는 패권 경쟁까지 염두에 둔 뉘앙스로 들렸다.

지난주 시가총액 4조2100억 달러(약 5867조원)로 세계 1위 기업인 엔비디아호(號)의 조타수인 젠슨 황이 올해 들어 세 번째 중국을 찾았다. 이날 1박에 최고 2000만원을 호가하는 베이징 전통주택 사합원 스타일의 만다린 오리엔탈 호텔에서 그는 정원과 내실을 오가며 기자회견을 가졌다. 초대받은 30여명의 주요 내외신 기자들의 책과 겉옷에 사인을 해주며 팬 미팅을 방불케 한 회견에서 그는 예정했던 60분을 훌쩍 넘겨 100분간 격정적으로 인공지능(AI) 관련 발언을 쏟아냈다. 한국 언론사 중 유일하게 초대받은 중앙일보가 4조 달러 기업 총수의 어록을 재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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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베이징의 전통가옥 사합원 스타일의 만다린 오리엔탈 호텔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가 기자회견을 갖고 자신의 인공지능 및 중국 시장 전망을 밝히고 있다. 신경진 특파원

-오늘 중국 전통 복장을 한 이유는.

젠슨 황 “친구가 선물로 준 옷이라 입었다. 마음에 들었나.”

-화웨이의 AI 칩과 중국의 AI 기업을 평가하면.

“화웨이는 칩·시스템·네트워킹 장비 등을 만드는 놀라운 기술 기업이다. 중국 AI가 빠르게 발전하는 이유는 딥시크, 알리바바의 큐원, 문샷의 키미와 같은 AI 모델이 강해서다. 딥시크는 세계 최초의 오픈 소스 추론 모델(Reasoning model)이다. 획기적 발전을 이뤘다. 모델 외에도 애플리케이션 측면에서 중국은 더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중국은 새로운 기술을 개발할 뿐만 아니라 기술을 통합하고 적용하는 데에서도 빠르다. 중국에서는 경쟁이 매우 치열하기 때문이다. 위대한 기업, 새로운 비즈니스, 성공을 원하는 사람이 매우 많다. 모든 근간에 중국의 교육 시스템이 있다. 세계 최고 AI 연구자의 약 50%가 중국에 있다. 이들은 과학·수학·컴퓨터 과학에 대한 지식이 풍부하다. AI 생태계가 매우 역동적이며 빠르게 변하고 있다.”

-중국 기업과 협력을 위한 계획은?

“엔비디아는 30년 전에 중국에 진출했다. 중국에 처음 왔을 때는 바이두·알리바바·텐센트·샤오미 모두 없었다. 엔비디아는 중국에 빨리 진출했기 때문에 모든 기술 기업과 파트너십을 맺는 혜택을 누릴 수 있었다.”

-당신이 2025년 올해 대학을 막 졸업한다면 무엇을 공부하겠나. AI는 너무 늦지 않았나.

“엔비디아는 반도체 회사의 마지막 세대였다. 첫 번째 세대가 아니었다. 결코 늦는 경우는 없다. 당신이 선두에 서 있다면 당신은 좋은 전략을 가질 수 있다. 당신이 만약 마지막 줄에 서 있다면 또 다른 좋은 전략이 있다. 기회는 항상 존재한다. 지금 졸업하는 20살의 젊은 젠슨이라면 아마 소프트 과학보다 피지컬 과학을 선택했을 것이다. 그리고 인공지능을 좋아했을 것이다.”

-미국과 중국은 협력할 수 있을까.

“협력의 공간은 항상 존재한다. 아무리 작은 집이라도 두 사람이 생활할 공간은 항상 있는 법이다. 50년 전, 100년 전에 세계의 GDP와 세계의 인구는 오늘날보다 훨씬 적었다. 100년 후 세계 GDP는 계속 성장할 것이고 인구도 계속 증가할 것이다. 미국은 계속 매우 역동적일 것이며, 미국이 가진 모든 강점은 앞으로도 계속 존재할 것으로 낙관한다. 중국 역시 놀라울 정도로 역동적이며 계속 성장할 것이다. 수억 명의 사람들이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나는 미래를 낙관한다.”

-트럼프 행정부의 4월 수출 제한 조치가 해제됐다. 영향은.

“앞서 취소된 주문 중 일부는 회복이 어려울 수 있다. 고객이 구매하려는 품목과 재고를 비교하면 100%는 아니지만 0%도 아니다. 관세와 관련해서 세계는 지금 자신을 재구성하고 있다. 우리는 하나의 회사이고 글로벌 무역·세금·관세에 어떻게든 적응해야 한다. 엔비디아 창사 전에도 세금과 관세는 존재했다. 모두가 적응해야 할 부분이다. 놀라운 점은 엔비디아는 매우 적응력이 뛰어난 회사라는 점이다. 우리는 공급망에 적응하고 새로운 길을 찾아낼 것이다.
장기적으로 본다면 다음 질문으로 귀결된다. 당신은 세계에 중요한 제품과 기술을 만들고 있는가. 고객이 혜택을 받을 수 있는 훌륭한 기술과 정성으로 제품을 만드는가. 세상에 진짜 영향을 미치는 일을 하고 있는가. 만일 그렇다면 다른 문제는 저절로 해결될 것이다.”

-중국에 추가로 투자할 계획인가, 매출 유지에 그칠 것인가.

“매출을 유지하려면 투자해야 한다. 시장은 매우 빠르게 변하고 경쟁은 치열하다. 경쟁자 중 누구도 매출 유지에만 집중하지 않는다. 모두 세계를 선도하는 기업이 되기 위해 투자하고 있다. 끊임없이 발전해 현재의 비즈니스에 걸맞은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중국에서 엔비디아 신제품을 발표한 이유는.

“(중국 수출이 허가된) H20은 현재 엔비디아 제품 중 최고의 성능은 아니지만 메모리 대역폭은 여전히 매우 뛰어나다. 추론 모델 측면에서 H20은 여전히 탁월하다. 새롭게 출시한 RTX Pro는 새로운 유형의 애플리케이션을 위해 설계됐다. 디지털 트윈이라고 부르는 가상 세계이자 디지털 로봇이다. 디지털 로봇이 필요한 이유는 실제 로봇에게 좋은 로봇이 되는 방법을 가르치고 작업을 수행하기 위해서다. RTX Pro는 엔비디아 옴니버스(NVIDIA Omniverse)라는 새로운 애플리케이션을 실행하도록 설계되었다. 이는 디지털 팩토리, 스마트 팩토리, 로봇에 매우 중요하다. RTX Pro 제품은 매우 독특한 세계 최초의 제품이다. 중국에서는 지금 로봇 공학 혁신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스마트 팩토리 관련 작업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공급망 또한 매우 광범위하기 때문에 RTX Pro는 완벽한 선택이 될 것이다. 기대가 크다.”

-AI의 미래를 전망하면.

“좋은 질문이다. 1세대 AI 기술은 지각이었다. 2차는 생성형 AI였다. 지금은 추론 AI의 시대다. 추론은 생각하기다. 접해 본 적도 없고, 들어본 적도, 본 적도 없는 문제나 상황에 직면하면 상황을 분석하고 추론해야 한다. 안전한가. 위험한가. 기회인가 여부를 생각해야 한다. 무엇을 해야 하나. 도망쳐야 하나. 추론 능력은 곧 지능의 기반이 된다. 다음 단계가 로봇 공학이다. 이상이 지금까지 알고 있는 AI의 4대 물결이다.
AI 초기에는 지각 분야에서 AI가 데이터에서 학습했다. 많은 예시를 보여줬다. 단어, 이야기, 그림, 고양이, 개를 보여주면 AI는 암기하고 일반화하면서 학습했다. 이제 필요한 만큼 암기하고 배웠다. 학교 공부와 비슷하다. 대부분의 학습은 매일 교실에서 선생님 강의를 듣고 읽는 것과 같았다. 끊임없이 반복했다.
하지만 학교를 졸업한 뒤에는 다르다. 더는 학습이 읽고 강의 듣기가 아니라 추론하고 생각하기가 된다. 지금은 추론하고 생각하면서 배우는 AI의 시대다. 컴퓨터가 스스로 생각하고 연습한다. 마치 집에서 수학 문제를 풀고 다양한 방법으로 연습하는 것과 같다. 많은 시나리오를 상상하면서 더 똑똑해지는 법을 배우고 있다. 이를 포스트 트레이닝(사후 학습)이라고 한다. 예전 방식은 사전 학습이었다. 사후 학습은 아주 적은 데이터와 엄청난 양의 컴퓨팅이다.”

-중국 지도자와 만남은.

“런훙빈 중국국제무역촉진위원회(CCPIT) 회장과 만났다. 허리펑 부총리와 멋진 만남을 가졌다. 중국은 외국 기업의 투자를 환영한다고 했다.”

-HBM 공급망 질문이다. 차세대 제품에서 다각화할 계획이 있나.

“SK하이닉스, 마이크론, 삼성 모두 훌륭한 파트너다. 우리가 사용하는 메모리는 세 가지다. HBM 메모리, GDDR 메모리, LPDDR 메모리. 엔비디아가 사용하는 세 가지 메모리 모두 세계 최첨단이다. 이 분야에서 훌륭한 세 파트너가 있다. 엔비디아는 지난 2~3년간 엄청난 성장을 이뤘다. AI 여정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AI는 모든 국가와 모든 산업의 기본적인 인프라스트럭처가 될 것이다. 이제 막 시작했다. 구축한 지 겨우 2년밖에 되지 않았다. 인프라는 사실상 AI 공장과 같다. 전기를 공급하면 스마트 토큰, 즉 AI가 산출된다. 이 공장의 내부는 매우 독특해서, 컴퓨터와 메모리로 구성된다. 그래서 SK하이닉스, 삼성, 마이크론 세 회사의 미래 기회는 매우 밝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세 회사 모두와 협력할 것이다.”

40여 분간 35도를 넘나드는 햇볕 아래에서 검은 가죽점퍼를 벗으며 기자 질문에 답변하던 젠슨 황은 장소를 내실로 옮겨 회견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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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베이징의 전통가옥 사합원 스타일의 만다린 오리엔탈 호텔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가 기자회견을 갖고 자신의 인공지능 및 중국 시장 전망을 밝히고 있다. 신경진 특파원

-엔비디아의 기업 전략은.

“최첨단 AI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막대한 자원과 역량을 투자하는 것이다. 우리의 AI 시스템은 사전학습부터 사후학습, 강화학습, 추론학습까지 AI 전체 수명 주기에 맞춰 설계되어 있다. 엔비디아의 AI 아키텍처는 모든 클라우드에서 사용할 수 있다.
따라서 나의 임무는 첫째 성능과 기술이 가장 선진적이게 보장하는 것이다. 둘째 사용성과 유용성을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그리고 여러분이 AI를 원하는 만큼 지속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이다. 셋째 엔비디아 아키텍처를 AI를 활용하자 하는 어느 곳에서라도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일이다. 엔비디아 전략은 (다른 회사와) 매우 다르다.”

-인공지능의 응용 전망은.

“인공지능은 모든 산업을 혁명적으로 바꾸고 있다. 양자 AI는 양자 컴퓨터가 유용한 아웃풋을 만들어내도록 양자 오류 수정 기능을 돕고 있다. 양자는 신호의 전처리 및 후처리가 매우 중요하다. 엔비디아 기술은 이러한 작업에 이상적이다. CUDA 퀀텀이라고 부른다.
과학 분야에서는 CUDA를 활용해 물리적 시뮬레이션을 지원한다. 예를 들면 훨씬 더 큰 규모의 기상 예측을 시뮬레이션하도록 돕는다. 이는 물리학에 AI를 활용하는 것으로 물리학을 위한 AI라고 부를 수 있다.
생물학 분야에서 AI를 활용하면 전자의 공변 결합 에너지 가운데 분자의 동역학 운동을 예측할 수 있다. 시뮬레이션이 매우 복잡하지만, AI를 이용한다면 훨씬 더 큰 규모로 구현할 수 있다.
또한 로보틱스 AI 등 기본적으로 모든 분야에서 AI가 활용될 것이다. 특히 양자 컴퓨팅은 매우 중요한 AI 응용 분야이다.”

-엔비디아가 화웨이 칩의 경쟁력을 지나치게 강조한다는 평가가 있다.

“진실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내 생각에 화웨이와 중국의 제조 역량을 깎아내리는 사람은 매우 순진한 사람이다. 화웨이는 강력한 회사다. 화웨이보다 더 진보된 휴대폰을 만드는 세계 통신회사의 예를 들어보라. 화웨이보다 더 나은 이동 통신 기술을 만드는 글로벌 기업을 말해 보라. 나는 이 일(GPU 제작)을 30년 동안 해왔고, 그들은 몇 년간 해왔다. 그들이 이미 댄스 플로어에 올라와 있다는 사실 자체가 그들이 얼마나 강력한가를 보여준다.”

-트럼프 대통령의 (규제) 생각을 바꾸도록 무엇을 했나.

“내가 대통령의 마음을 바꾸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잘 아는 기술 산업, 인공지능, 전 세계 AI 발전 현황을 대통령께 알리는 게 내 임무다. 지금은 미국이 AI 기술 리더십을 갖출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동시에 중국 역시 AI 리더십을 가질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미국이 리더가 되고 싶다면 전 세계 개발자들과 협력하고 전 세계 시장과 협력해야 한다. 그래서 나는 기술 리더십을 위해서는 큰 시장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왔다. 큰 시장은 R&D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커다란 수입과 이윤을 창출할 수 있다. H2O 금지 및 금지 해제는 미국 정부와 중국 정부가 논의를 전적으로 주도하고 있다. 나는 중국과 아무것도 이야기하지 않았다.”

-중국과 미국 정부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유지할 수 있나.

“비밀은 없다. 나는 어떤 균형도 맞추려 하지 않는다. 대신 미국 정부, 중국 정부 모두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 한다. 영국·프랑스·독일·스웨덴·덴마크 정부와도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모든 정부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각국 정부는 엔비디아의 기술, 엔비디아가 어떻게 자국민을 도울 수 있는지 더 자세히 알고 싶어한다. 그들에게 회사의 특성과 기술의 본질에 대해 더 많이 알릴수록 그들은 자국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정책과 규정을 더욱 잘 만들 수 있다.”

-중국에 다시 올 것인가.

“초대를 받는다면 다시 올 수 있다.”

-왜 중국 정상과 만나지 못했나.

“초대받지 못했지만, 시진핑 주석과 만난다면 큰 영광일 것이다.”

-엔비디아는 AI 인재에게 많은 급여를 지급하나.

“엔비디아는 급여가 매우 높다. 회사 철학이 직원에게 최대한 많은 보상을 제공하는 것이다. 엔비디아는 세계에서 가장 작은 대기업이다. 직원 수가 4만2000명에 불과하다. 기여하는 기술 규모와 영향력을 고려하면 놀라울 정도로 적다. 이직률은 제로에 가깝다. 엔비디아의 매력이다. 직원에게 많은 급여를 지급하고 최선을 다해 보살핀다. 이 철학은 정말 중요하다.”

-어떤 휴대폰을 사용하나.

“엔비디아가 안드로이드를 기반으로 개발하기 때문에 구글 픽셀을 사용한다. (픽셀폰을 주머니에서 꺼내 보여주며) 픽셀폰을 좋아하는 이유는 순수한 안드로이드폰이기 때문이다. 간단하고 깔끔하다.”

-애플이 AI 분야에서 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 정도의 경쟁력이 없다. 엔비디아에 도움을 요청할까.

“애플에는 훌륭한 인재가 있다. AI 역량이 없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무엇을 하든 엄청난 성과를 낼 것이라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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