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 대통령실. 연합뉴스

강준욱 대통령실 국민통합비서관이 올해 출간한 저서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시도를 “민주적 폭거에 항거한 비민주적 방식의 저항”이라 옹호하고 이재명 대통령에 대해선 “전체주의적·독선적 정권이 될 것”이라고 비판한 것으로 드러냈다.

강 비서관은 지난 3월 펴낸 책 『야만의 민주주의』(미래사) “나는 대통령의 비상계엄을 야당의 민주적 폭거에 항거한 비민주적 방식의 저항이라고 정의한다”며 “정부가 일을 할 수 없을 지경으로 손발을 묶는 의회의 다수당의 횡포를 참을 수 없어 실행한 체계적 행동”(205p)이라고 주장했다.

강 비서관은 또 “대통령의 권한인 계엄 선포를 내란으로 몰아가는 행위는 ‘계엄=내란’이라는 프레임의 여론 선동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207p)라고 강조하며 윤 전 대통령의 계엄 시도가 내란죄로 규정돼선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윤 전 대통령이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 당시 주장한 ‘계몽령’에 대해서도 그는 “보통 사람들이 마음으로 받아들이기 힘들겠지만, 그는 실제로 국민에게 당시 상황의 답답함과 막막함을 알리는 방식으로 계엄을 선택한 것”(272p)이라고 두둔했다.

강 비서관은 “계엄으로 인해 사람이 죽거나 혹은 다치거나, 국민의 기본권이 제약되거나 자유가 침해되었다면 대통령에게 책임을 물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한 뒤 “하지만 그런 일은 없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계엄 이전에 있었던 민주주의를 앞세운 수많은 폭거는 민주주의라는 이름으로 당연한 일인 듯 받아들이면서 계엄은 단죄되어야 할 일로 간주하는 데는 ‘민주화-정의로움’이라는 국민 의식이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다”며 “나는 계엄이라는 상황을 이렇게 비유하고자 한다”(205p)고 덧붙였다.

당시 야권 대선 주자였던 이재명 대통령에 대해선 “사람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 그가 범죄자이든 아니든 이재명의 행동이나 이제까지 살아온 행태를 볼 때 그가 대통령이 된다면 강력한 공포의 전체주의적·독선적 정권이 될 것 같다는 불안감이 매우 크다”(306p)고 평가했다.

강준욱 대통령실 국민통합비서관. 사진 동국대학교 홈페이지

강 비서관은 한겨레가 ‘책의 내용이 현재 정부의 기조와 상충되는 것 아니냐’는 물음에 “완전히 민주당 쪽은 아니었지만, 대통령이 국민통합이라는 명분 아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길 원했고, 그런 배경에서 추천받았다”고 해명했다. 이어 “철학적인 부분에 대해 지금은 말씀드릴 입장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강 비서관이 과거 한 강연에서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을 “빨갱이 느낌이 든다”고 표현하고 문재인 정부를 “김정은 수준”이라며 노골적으로 발언한 사실이 드러났다.

강 비서관은 지난 2020년 7월 이병태 전 카이스트 교수가 대표로 있던 ‘경제지식네트워크’ 주최 강연에서 “개인적인 이야기이지만, 저쪽(좌파)에는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이 있다. 조금 지독한 빨갱이와 그냥 빨갱이의 느낌이 든다”고 발언했다. 국민의힘 전신인 당시 미래통합당에 대해서는 “중도좌파 정당”이라고 평가했다. 해당 발언은 유튜브에 공개된 강연 영상에서 43분50초부터 확인된다.

강 비서관은 강연에서 “진짜 자유주의 정당이 있어야 정치지형이 살아난다”며 “누군가 창당하면 나도 무조건 도울 생각”이라고 말했다.

또한 문재인 정부에 대해선 “하는 일이 황당한 데 더해 김정은 수준 아닌가 생각한다”며 “택배기사 쉬는 날까지 생색을 내며 이야기한다”고 비판했다. 문 전 대통령의 강성 지지층을 두고는 “극심한 대깨문(문재인 전 대통령 강성 지지자)은 대책이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