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쾅 소리 뒤 산 무너져" 가평 캠핑장 참변, 父시신 하류서 발견 [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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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오후 5시 30분경 경기도 가평군 조종면 마일리에 위치한 캠핑장 투숙객과 마을 주민이 대피하고 있다. 가평=전율 기자

집중호우가 내린 경기도 가평에서 캠핑장에 있던 일가족이 산사태에 매몰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20일 소방 당국은 매몰됐던 40대 부부와 10대 아들 가족 중 아버지의 시신을 인근 하류 지역에서 발견했다. 도로에서 캠핑장 지역으로 이어지는 다리가 끊기며 실종자 수색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다.

이날 오후 찾은 가평군 조종면 마일리에서는 캠핑장 투숙객과 주민의 대피 행렬이 한창이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흙탕물에 젖은 사람들은 서너 명씩 손을 맞잡고 산사태 흙더미를 넘어 내려오고 있었다. 주말을 맞아 가족과 캠핑을 하러 왔다는 조경대(52)씨는 “상류 지역에서 두 시간째 내려오고 있다”며 “새벽 3시 반부터 대피해 있다가 내일 회사와 아이 학교에 가야 한다는 생각에 차를 버려두고 이동한 것”이라고 했다.

피해 캠핑장 직원 장모(54)씨는 “새벽 4~5시경에 꽝 하는 소리를 들었다”며 “이후 강물이 급작스레 불어났다”고 했다. 이날 오후까지도 수변 도로가 무너지며 잔해가 물살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길가 나무는 뿌리째 뽑혀 쓰러져 있고, 넘어진 전봇대와 이어진 전깃줄도 바닥 곳곳에 널려 있었다. 곳곳에선 휴대전화 신호도 먹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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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매몰 사고가 발생한 경기도 가평군 조종면 캠핑장 입구에 무너진 건물 잔해와 나무 더미가 쌓여있다. 가평=전율 기자

이날 새벽부터 내린 호우 피해로 현재까지 2명이 사망하고 7명이 실종된 상태다. 가평군에는 조종면 등 지역에 오전 3시 30분을 전후해 시간당 76㎜의 비가 쏟아졌으며, 누적 강수량은 오전 9시 30분까지 197.5㎜를 기록했다.

일가족 매몰 사고는 호우가 집중된 새벽 시간 토사가 흘러내리며 발생했다. 매몰된 글램핑 시설 안에 있던 일가족 중 발견된 40대 아버지 외에 2명은 아직 실종 상태다. 소방 당국은 이날 오전 일가족 중 아버지 시신을 캠핑장으로부터 약 5~6㎞ 떨어진 하류의 대보교 아래에서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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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오후 5시 30분경 경기도 가평군 조종면 마일리 한 글램핑장 앞에 불어난 강물이 빠르게 흐르고 있다. 가평=전율 기자

캠핑장 매점 직원은 “새벽에 큰 소리를 듣고 나가 보니 산이 무너지고 있었다”고 했다. 그는 캠핑장 앞 진입로가 유실되자 산을 넘어 이웃마을에서 신고했다고 한다.

피해 지역 주민 김국신(67)씨도 “새벽에 전봇대 무너지는 소리에 잠에서 깼다”며 “전화도 안 터지고 전기, 물도 끊겼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김씨는 “집에서부터 5㎞를 두 시간 걸어서 내려왔다”며 “소방관 구조대가 와서 밧줄을 붙잡고 겨우 물을 건넜다”고 말했다.

김석우 강원대 산림과학부 교수는 “산사태 피해는 상류 가까이 갈수록 큰데, 새벽 시간대라 피난 전파도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또 “비가 많이 오는 상황에선 산지 어느 위치에 있든 항상 산사태 위험이 있다고 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차량이 캠핑장까지 진입할 수 있는 다리가 끊기며 매몰된 실종자 구조를 더 어렵게 하고 있다. 현장의 소방 관계자는 “포크레인 등 중장비가 사고 지점까지 진입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당국은 실종자 수색을 위해 이날 6시 40분경 추가 구조 인원을 투입했다. 또 소방 당국은 밧줄 등을 이용해 캠핑객과 주민 등에 대한 구조를 진행하고 있다.

또 이날 가평군 조종면 신상리에서는 펜션 건물이 무너져 4명이 매몰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가운데 3명은 구조됐지만, 70대 여성 1명은 사망했다. 앞서 산림청은 이날 오전 8시 경기도에 산사태 위기 경보 ‘심각’ 단계를 발령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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