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주황 크레인에 선명한 ‘한화’…“미군함 건조 참여도 논의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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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필리조선소 현장 가보니

국가안보다목적선박(NSMV) 마무리 공정이 진행중인 한화필리십야드 5도크. [사진 한화오션]
지난 16일(현지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 필라델피아에 위치한 조선소에서 시끄러운 기계음이 들렸다. 35도가 넘는 폭염 속에서도 용접기가 쏟아내는 불꽃이 곳곳에서 튀었다.
조선소의 상징 골리앗 크레인엔 ‘한화(Hanwha)’란 글자가 선명했다. 한화의 상징색인 주황색 크레인 밑에선 미국해사청(MARAD)이 발주한 국가안보다목적선박(NSMV)이 한창 모양을 잡아가고 있었다.
필라델피아의 관문인 조선소 ‘한화필리십야드(Hanwha Philly Shipyard)’의 주인은 한국의 한화그룹이다. 한화는 지난해 12월 1억 달러(약 1380억원)를 투자해 필리조선소를 인수했다. 한국 기업이 미국 조선소를 인수한 건 처음이다.
이종무 한화필리조선소장은 “지금은 적자 회사지만 한국의 첨단 장비와 설비, 효율성을 극대화한 시스템을 접목해 10년 내에 생산 능력을 지금의 10배로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데이비드 김 CEO
미 해군의 국립조선소 부지에 설립된 필리조선소는 미국 상선의 50%를 생산한다. 그러나 연간 생산 능력은 1.5척에 불과하다. 제2차 세계대전 때만 해도 전국 50여개 조선소에서 연간 1000척이 넘는 선박을 건조하던 조선업이 완전히 쇠락했기 때문이다. 전후 선박 수요가 줄어든데다, 자국 조선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존스법(미 연안 무역법)’이 세계 최강이던 미국의 조선업을 붕괴시켰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 사이 세계의 바다는 동아시아 3개국이 점령했다. 영국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선박 건조 점유율은 중국 53%, 한국 28%, 일본은 12%을 기록했다. 특히 미국의 유일한 경쟁국인 중국이 최소 232배 조선 생산 능력이 앞선 것은 군사적 측면에서도 미국에게 치명적 요인으로 꼽힌다.

김주원 기자
국내 생산 기반이 붕괴된 미국의 입장에서 미래 해양주권을 지키기 위한 협력국은 사실상 한국이 유일하다. 이를 알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전세계에 관세 압박을 가하면서도 한국에 대해서만은 조선업 협력을 먼저 제안했다.
한화가 일찌감치 미국에 교두보를 만든 것도 미래 군수 시장을 염두에 둔 포석이란 관측이 나온다. 실제 필리조선소의 지분 60%는 방산회사인 한화시스템이 보유하고 있다.

김영옥 기자
데이비드 김 필리조선소 최고경영자(CEO)는 “이미 미 해군과 미국 전투지원함 건조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CEO는 특히 “필리조선소는 미국 회사”라는 말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한화그룹이 상선과 지원함을 넘어 향후 미국의 첨단 해군 무기를 한국의 기술로 직접 만드는 장기 포석까지 염두에 뒀다는 점을 시사한 말로 풀이된다.
한화그룹은 예비 기술자를 직접 교육해 조달하는 장기 프로젝트까지 가동하고 있다. 이날 기자가 찾은 조선소 내 ‘트레이닝 아카데미’에는 견습생들이 한국에서 공수해온 장비를 사용해 용접 및 생산 교육을 받고 있었다. 교육은 한화오션에서 파견된 50명의 전문 강사들이 직접 담당한다.
지안 토마소 인사팀 부사장은 “견습생에게도 첫 해 5만 달러(약 7000만원)의 연봉과 각종 복지 및 연금 혜택을 주고 있다”며 “올해 120명 모집에 1000명 이상이 몰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4개월째 교육을 받고 있다는 저스틴 폴린은 “한국 기업이 조선소를 인수한 뒤 펜실베이니아를 비롯해 인근 주(州)에서도 사람들이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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