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400만원짜리 바지로 디테일"…오정세 '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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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오정세는 JTBC '굿보이'에서 운동선수 출신 경찰들과 대립하는 빌런 민주영 역을 맡았다. 사진 프레인TPC

“참 많은 정의가 참 많은 악을 이기길 바라 봅니다.”
20일 종영한 JTBC 드라마 ‘굿보이’의 배우 오정세가 기자에게 건넨 메모에 담긴 문구다. 그가 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와 세상을 향한 바람이 고스란히 담겼다.

17일 서울 강남구 프레인빌라에서 만난 오정세는 “은퇴한 운동선수들이 팀을 이루어 정의를 실현해나간다는 드라마 설정에 매력을 느꼈고, 그 여정에 힘을 보태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가 연기한 민주영은 극 중 메인 빌런으로, 그 정의를 시험하는 인물이다. 평범한 관세청 공무원 얼굴 뒤로 범죄 카르텔을 조종하는 냉혹한 실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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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세는 평범한 관세청 공무원의 두 얼굴을 연기했다. 사진 프레인TPC

오정세는 이 인물이 왜 이렇게 악행을 저지르게 되었는가를 이해시키기보다, ‘이해받지 않아도 되는 악’으로 설계했다. “평범한 사람도 권력의 맛을 보면 괴물이 될 수 있다”는 현실과 맞닿은 캐릭터를 구현하기 위함이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요즘 16부작 드라마가 별로 없는데 긴 여정을 마친 소감은.
“끝까지 잘해냈다는 것에 뿌듯하고, 큰 사고 없이 잘 마무리해서 다행이다. 시청률도 잘 나왔고, 많은 분이 좋아해 주셔서 감사한 마음이 크다. 민주영으로서는 시청자에게 속 시원한 결말을 안겼다는 평가를 듣고 싶다.”
빌런을 연기하며 가장 중점에 둔 부분이 있다면.
“민주영은 절제되어 있으면서도 폭력적인, 양면적인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일상에서는 건조하고 감정이 없어 보이지만, 폭력성이 드러날 땐 굉장히 잔인한 모습으로 차이를 두고 연기하려 했다. 무표정으로 총을 쏘는 장면들로 그런 면모를 보여주려고 했는데, 현장에선 폭약 소리에 놀라 눈이 저절로 감겨 어려움이 있었다.”
범인이 처음부터 드러나는 독특한 설정이었다.
“사실 누가 범인일까 찾는 서사가 내겐 익숙하다. 그런데 이 작품은 처음부터 민주영이 범인임을 드러내야 했다. 그래서 ‘자극제 역할을 어떻게 할까’ 고민이 컸다. 처음엔 평범해 보이지만, 경찰들이 찾아낼 때마다 ‘이 사람, 생각보다 훨씬 더 나쁘네’라는 인상을 주는 방식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외적으로도 초반엔 헤어에 손대지 않다가, 후반엔 미묘하게 변화를 줬다. 의상도 고가지만 눈에 띄지 않게, 예를 들면 300~400만 원짜리 검은 바지를 입는 식으로 디테일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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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채색 옷차림, 무미건조한 표정으로 빌런을 표현한 오정세. 사진 프레인TPC

민주영은 왜 빌런이 되었을까.
“물론 서사가 있고 하지만, 굳이 더 깊이 설명하고 싶지 않다. 이해를 구하는 악역으로 보이고 싶지 않았다. 평범한 사람도 권력의 맛을 보면 괴물이 될 수 있다는 현실감,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보고 연기했다.”
민주영과 관련된 ‘시계’ 설정도 화제가 됐다.
“처음엔 민주영과 연관된 사람들 전부 같은 시계를 찬다는 것이 이상했다. 범죄에 연루된 사람이라면 그런 증거들을 숨길 법도 하지 않나. 그렇지만 현실을 떠올려보니 그런 시계를 자신감 있게, 훈장처럼 여기는 사람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이만큼 민주영과 가까워’라는 자랑이나 일종의 보호막 같은 거다.”
전작인 넷플릭스 ‘폭싹 속았수다’에 이어 박보검을 만났는데 호흡은.
“‘폭싹 속았수다’에선 마주치는 장면은 없어서, 이번에 제대로 연기할 수 있게 돼 반가웠다. 힘든 현장임에도 즐겁게 하려는 자세가 인상 깊었다. 추운 날 바다에 들어가는 촬영을 같이 찍었을 때가 기억난다. 추우니까 나는 10분 전쯤 들어가려고 준비하고 있었는데, 이미 보검 씨가 들어가 있다고 해서 서둘러 들어갔다. 그만큼 현장에서 열심히 하고 긍정적인 모습들을 자주 보여주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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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세는 "우리 주변에 괴물은 없는지 잘 살펴봐야 할 책임이 있다고 느낀다"며 작품 출연 소감을 전했다. 사진 프레인TPC

김소현과는 오랜만의 재회라고.
“2012~2013년 MBC 드라마 ‘보고싶다’ 이후로 꽤 오랜만이었다. ‘좋은 작품을 계속 보여주고 있구나’하는 마음에 참 반가웠고 흐뭇했다.”
극 중 ‘굿보이’ 팀에 합류한다면 어떤 종목이었을까.
“어릴 땐 축구, 태권도, 씨름, 오래달리기 등 운동을 꽤 했는데 어느 순간 멀어졌다. 나와 가장 거리가 먼 운동으로 보이는 복싱으로 한 번 도전해보겠다.”
악역과 선역을 오가는 다양한 작품활동의 배경도 도전정신에서 나오나.
“특별히 무언가를 도전해야겠다거나, 목표를 정해놓진 않는다. 그냥 오늘 좋은 일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집을 나서고, 그렇게 만난 작품에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 크든 작든 손 내밀어주는 작품이면 감사히 받아들이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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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세는 '미스터 플랑크톤'에선 순정남, '스위트홈'에서는 빌런, '폭싹 속았수다'에선 한량, '굿보이'에선 빌런 등 다양한 얼굴을 보여주고 있다. 사진 프레인TPC

다작 배우로서의 고민은.
“15년 전부터 지금도 항상 고민이다. 아직 번아웃은 없고, 작품들 색깔이 다양해서 재미있게 임하고 있다. 혹자는 거절을 못 해서 하는 거냐고 물으시는데, 그런 건 아니다.”
왜 제작자들이 본인을 찾을까.
“감독과 작가 덕분에 대중에게 좋은 작품으로 기억되는 것 같다. 사실 그렇지 않은 작품이 훨씬 많다. 개인적으로 노력하는 건 캐릭터에 최대한 빠져들고자 한다. 예를 들어 ‘폭싹 속았수다’에서는 한량 염병철을 표현하기 위해 ‘일단 계속 눕자’라고 생각하고 누워만 있었다. 역할이 작더라도 감독, 작가와 해보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계속해서 도전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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