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트럼프 관세에 푸틴이 웃는다…"러 제품 美수출 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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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5월 백악관에서 자신이 서명한 행정명령 서류를 들어보이고 있다. AP=연합뉴스

전 세계를 상대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벌이는 관세 위협이 러시아에 어부지리(漁夫之利)가 되고 있다. 지난 4월 57개국은 10% 기본관세를 부과받았고, 8월 1일 이후엔 최대 50%에 이르는 상호관세를 미국에 내야 할 처지다. 이에 관세 부과국 명단에서 제외된 러시아산 제품이 미국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대표적 사례가 요소다. 밀·옥수수·쌀 등 미국 주요 수출 작물 재배에 필수적으로 쓰이는 비료다. 미 시장분석기관 스톤엑스에 따르면 지난 5월 미국에 들어오는 수입 요소 물량의 64%가 러시아산이다. 트럼프가 기본관세를 부과한 한 달 전 시장 점유율과 비교하면 2배 이상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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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캘리포니아주 컨카운티에서 농부가 농지를 정비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기존 주요 수출국인 카타르나 알제리의 요소 가격이 10% 기본관세 여파로 오르면서 여기서 자유로운 러시아산 요소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졌다. WP는 “미국은 러시아산 요소에 더 의존하게 됐다” 며 “트럼프 관세가 불러일으킨 의도치 않은 결과”라고 평가했다.

트럼프는 세계 각국이 미국에 벌인 불공정한 무역 관행을 막겠다며 전방위적으로 관세를 부과했다. 관세 부과 대상엔 남태평양의 토켈라우(뉴질랜드령)와 북극권에 위치한 스발바르(노르웨이령) 같은 섬과 심지어 남인도양의 허드 및 맥도널드 제도 같은 무인도도 포함됐다.

하지만 러시아는 포함되지 않았다. 트럼프 행정부가 밝힌 이유는 “이미 제재를 많이 받고 있어서”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러시아는 미국의 제재로 인해 의미 있는 무역이 사실상 중단됐다”며 “쿠바, 벨라루스, 북한도 기존 관세가 매우 높고 제재를 받고 있어 (관세 대상에서) 제외됐다”고 밝혔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도 “러시아 및 벨라루스는 제재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휴전 중재에 나선 트럼프가 러시아를 의식해 정치적 결정을 내렸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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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13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통화를 했다는 내용을 보도한 러시아 신문의 1면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러시아가 ‘관세 특혜’를 더 누리지 못할 거란 관측도 나온다. 트럼프의 휴전 요구에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버티기로 일관하자 인내심을 잃은 트럼프가 관세 엄포를 놨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지난 14일 “우리는 푸틴에게 매우 불만이다. 만약 50일 이내에 (휴전)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매우 혹독한 관세를 (러시아에) 부과할 것”이라며 “관세는 약 100% 수준이 될 것이고, 세컨더리 관세라고 부를 수 있다”고 말했다.

제재 대상국과 무역을 한 책임을 물어 제3국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경고다. 맷 휘태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주재 미국 대사는 “러시아에서 석유를 구매하는 인도와 중국 등을 겨냥한 것”이라며 “러시아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미 상원에선 린지 그레이엄(공화) 의원 주도로 러시아에서 원유나 가스를 수입하는 국가에 500%의 관세를 부과하는 법안이 논의 중이다.

그러나 트럼프가 제재를 결행하긴 쉽지 않을 거란 분석도 나온다. 원자재 정보업체 케이플러의 무위 쉬 선임 애널리스트는 CNN에 “러시아가 담당하는 전 세계 1일 원유 소비량만 340만 배럴”이라며 “러시아산 원유 공급이 막히면 유가는 분명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스위스 대형 투자은행 UBS의 지오바니스타우노보 애널리스트는 “트럼프가 고유가를 싫어한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라며 “(세컨더리 관세는) 푸틴 뿐 아니라 트럼프에게도 압박”이라고 말했다. 유가 상승이 트럼프가 우려하는 미국 물가 상승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北사과·맥주 러시아행…경제도 밀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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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5일 러시아 모스크바의 한 거리에서 영업 중인 노점 카페와 과일 가게의 모습. AP=연합뉴스

한편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본격화한 북한과 러시아의 협력이 군사 분야를 넘어 경제로 퍼지고 있다. 북한산 사과가 러시아 슈퍼마켓 판매대에 오르고 북한 어선이 러시아 극동 해안에 몰려드는 등 지난해 6월 양국이 맺은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의 결과물이 나타나고 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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