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23시간 급류실종 뒤엔…세종시·소방·경찰 수해대응 '혼선'

본문

세종시에서 집중 호우 속 40대 남성이 실종된 것을 놓고 재난컨트롤타워 작동 여부 논란이 일고 있다. 이 남성이 급류에 휩쓸려 실종된 지 23시간 동안 재난 당국이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17530919892811.jpg

18일 오후 세종시 나성동 제천변에서 경찰이 물에 휩쓸려 실종된 40대 남성을 수색하고 있다. A씨는 전날 오전 1시 50분께 이 근처에서 언덕을 내려가다가 불어난 천변 물에 휩쓸렸다. 연합뉴스

17일 오전 2시21분 남성 실종 

세종시와 세종소방본부, 세종남부경찰서 등에 따르면 지난 17일 오전 2시 21분쯤 40대 남성 A씨가 세종시 어진동 다정교 아래 제천에서 급류에 휩쓸려 실종됐다. 당시 세종시 재난안전대책본부(재대본)는 17일 오전 1시 10분을 기해 비상대응을 2단계로 격상하고 재난 상황 관리를 위해 상황판단 회의를 개최했다. 결과적으로 2단계 격상 이후 1시간여만에 급류에 실종되는 수난사고 발생한 셈이 됐다.

사고 자체를 인지한 시점도 늦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사고 발생 23시간이 지난 18일 오전 1시 41분이 돼서야 폐쇄회로TV(CCTV)를 통해 A씨가 급류에 휩쓸려 떠내려가는 것을 확인했다. 이후 사후 대응도 매끄럽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은 공식 실종신고 내용을 소방본부 측에 전파하며 공조요청을 했고, CCTV를 통해 확인한 수난사고 발생 사실도 공유했다. 그러나 18일 오전 9시 세종시 재대본이 작성한 호우대처 보고 자료엔 관내 실종자가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기재됐다. 오전 11시가 지나면서 도심 하천에서 40대 남성이 급류에 휩쓸려 실종됐고, 경찰과 소방본부 등 합동 수색이 진행되고 있다는 뉴스가 보도되기 시작했다.

17530919895041.jpg

21일 경남 산청군 산청읍 병정마을 주민 박한우 씨(63)가 수해 복구작업을 하고 있다. 뉴스1

세종시 "자연재난 피해가 아니라고 판단" 

이에 세종시는 “재대본에서 최초 실종 사건을 인지한 시점은 소방본부가 재대본에 보고한 18일 오전 2시2분이며, 보고 당시 ‘회식 후 실종사건’으로 전달해옴에 따라 폭우 등에 따른 자연재난 피해가 아니라고 판단했다”라며 “이에 인명 피해 상황으로 접수·관리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소방본부 측은 이날 오전 1시 53분쯤 A씨를 발견, 신분을 확인하고 그의 아내 휴대전화번호도 확인했다고 한다. 세종시는 "이날 오전 소방본부측에 인명 피해 상황을 물었는데, 소방본부측이 5시34분 '이 남성 실종 사건과 관련해 풍수해에 따른 실종 여부를 확정할 수 없다'는 답을 받았다"고 했다.

세종시에 따르면 시 재대본 구성에 소방본부가 참여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세종시는 “비상 1단계에선 소방본부 자체 비상근무 체계가 잡혀 있지 않고, 재대본 상황실 바로 옆에 소방본부 사무실이 있어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한 것 같다”라고 전했다.

17530919897268.jpg

21일 오후 경남 산청군 생비량면 한 하천 옆 가드레일에 집중호우 피해자의 것으로 추정되는 경차가 걸쳐져 있다. 연합뉴스

세종시 재대본 구성엔 자치경찰도 빠져있어 경찰과 유기적인 소통에 허점이 있는 게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인근 지자체인 충남도는 재대본 1단계부터 소방본부가 참여하고, 2단계로 격상되면 자치경찰도 함께 참여한다고 한다. 시 관계자는 "이번 실종이 자연 재난에 의한 실종인지, 본인 실수인지 판단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며 "자치경찰은 인력 한계가 있어 재대본에 참여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우선 급류 실종자 관련 현황·동향을 정리해 행안부에 보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21일 시신 발견, 확인중

이런 가운데 21일 오후 2시 19분쯤 세종동 금강교 인근 수풀에서 시신 1구가 발견됐다. 세종시청 등에 따르면 소방 당국은 이날 금강교 아래쪽 100m 지점을 드론으로 수색하다가 하천 인근 수풀에서 신원 미상의 시신 1구를 발견했다. 경찰은 시신의 인상착의가 실종자와 일치하는 것으로 보고 지문 채취, 유전자정보 검사 등을 통해 정확한 신원을 조사하고 있다.

17530919899479.jpg

21일 광주 북구 신안동 신안교회에서 열린 수해 피해 주민 위로 삼계탕 나눔 행사에서 구청 복지정책과 직원, 솔잎쉼터 봉사단들이 수재민들에게 삼계탕 배식봉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와 관련, 용산 대통령실은 21일 “대통령실이 철저한 대응을 주문했음에도 세종시에서 실종 시민을 23시간 동안 경찰과 소방당국, 지자체 재난 지휘부가 모르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며 “심각한 공직 기강 해이나 잘못이 발견된다면 엄정하게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0
로그인 후 추천을 하실 수 있습니다.
SNS
댓글목록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전체 54,212 건 - 1 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