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15년 만에 물에 잠긴 대구 저지대 노곡동, 또 인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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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대구 북구 노곡동 일대가 집중 호우로 침수되자 119구조대가 보트를 타고 인명 수색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7일 집중 호우로 인해 발생한 대구 북구 노곡동 침수사고는 15년 전과 마찬가지로 인재(人災)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시는 21일 노곡동 침수 피해 경위와 지원 대책을 발표했다. 앞서 17일 노곡동에는 시간당 최대 48.5㎜의 비가 내렸고 소방당국이 구명보트 등 장비 14대와 인력 68명을 투입해 주민 26명을 대피시켰다. 이날 하루 강수량만 134㎜에 달하면서 사업장 20곳, 주택 4채, 자동차 40대, 이륜차 1대가 피해를 입은 것으로 집계됐다.

대구시의 조사 결과 저지대인 노곡동 일대에 침수가 진행될 당시 금호강 연결 지점의 수문 2개 중 1개가 닫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금호강 수위는 배수펌프를 작동할 정도로 높지 않아 수문이 열린 상태에서 배수가 이뤄져야 했지만 알 수 없는 이유로 수문 하나가 닫혀 있었다는 게 대구시 설명이다. 닫힌 수문으로 인해 마을에 고인 물이 빠져나가지 못하면서 피해를 키운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또 배수로 제진기 가동이 중지됐던 것으로 확인됐다. 저지대인 노곡동 일대는 상습 침수지역으로 배수펌프장이 있는데 이곳에 물과 함께 유입되는 쓰레기 등 부유물질을 골라내는 기기인 배수로 제진기가 한꺼번에 밀려든 부유물을 감당하지 못한 것이다. 당시 제진기를 막고 있던 토사와 쓰레기만 7t이었다. 다만 침수 발생 후 2시간 만에 물이 빠졌다는 점 등에서 제진기 가동 중지로 역류가 발생했는지는 더 조사가 필요한 상태다.

대구시는 오는 22일부터 2주간 민간 전문가 5명과 시 관계자 등 모두 14명으로 조사위원회를 구성해 당시 수문 미개방과 제진기 가동 중지 원인을 조사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배수시설 자체에 문제가 있는지, 시설 운영상 결함이 있는지를 따져보기로 했다. 이와 함께 시는 전문 손해사정사를 투입하는 등 이번 침수 사고 피해 현황과 보상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대구를 지나는 금호강변에 위치한 노곡동은 15년 전인 2010년 7월에도 2차례 집중호우에 물에 잠기는 피해를 봤다. 그해 7월 16∼17일 노곡동에 112㎜의 비가 쏟아지면서 주택 62채와 차량 118대가 침수됐다. 당시 침수 사태는 배수시설 가동이 제대로 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유사한 사고가 재발하면서 대구시 재해 대응체계에 대한 전반적인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구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은 21일 성명을 내고 “노곡동 일대는 이미 2010년 배수펌프 유입구에 설치된 제진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부유물에 의해 침수 피해를 보았는데 이번에 발생한 침수 역시 제진기 미작동이 반복된 인재로 확인된다”며 “관리 소홀과 부실 운영에 대한 철저한 진상조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2010년 침수사고 이후 98억원을 들어 설치한 고지배수터널도 무용지물이나 다름없었다. 이에 대한 조사와 함께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대구시 관계자는 “민간 전문가가 포함된 조사위원회의 원인 조사가 끝나는 대로 종합개선 대책을 마련하겠다”며 “피해 주민들에게는 차량 렌트, 소상공인 금융지원 등 단기 지원방안을 시행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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